[Y초점] 입소문이 곧 흥행 성적표.. 사라진 스타 파워와 영화제 수상 효과
'흥행 보증 수표'라는 표현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로 사어(死語)가 되는 것일까? 최고의 티켓 파워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감독과 배우들의 작품이 연달아 흥행에서 고배를 마시며 영화계 내에서는 흥행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입소문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2'는 1261만 관객을 돌파하며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기생충' 이후 3년 만의 첫 천만 영화' '엔데믹 시대의 문을 연 영화'라는 타이틀은 멈춰 있던 영화계에 원동력을 제공했다.
마중물을 만난 듯, 코로나19로 개봉 시기를 가늠하던 '외계+인' 1부, '비상선언', '한산: 용의 출현', '헌트' 등 수백 억대 대형 작품들이 줄줄이 개봉 일자를 확정 짓고 관객과의 만남을 서둘렀다. '빅4'라는 타이틀 아래 모인 영화들은 여름 극장가 특수와 '범죄도시2' 흥행의 반사이익을 노렸지만 결과는 다소 처참했다.
영화계에 가장 큰 충격을 안긴 것은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다. '타짜', '도둑들', '암살' 등을 선보이며 쌍천만 감독이자 충무로의 대표적인 흥행 보증 수표였던 그가 7년 만에 내놓은 신작인 만큼 영화계의 관심은 여느 때보다 뜨거웠다.
그러나 언론 시사회 직후 혹평이 쏟아졌고 개봉 직후 관객들 역시 평가가 극심하게 엇갈렸다. 영화는 독창적인 SF 액션 판타지 장르였지만, 여러 장르를 뒤섞어 혼란스럽고 산만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며 대중에게 빠른 속도로 외면 받았다.
'외계+인' 1부는 개봉 직후 6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며 7일 차에 가까스로 100만 관객을 넘어섰지만, 이후 박스오피스 순위권에서 밀려나며 '한산: 용의 출현'과 '탑건: 매버릭'에 자리를 내어줬다. 1부와 2부를 동시에 촬영한 영화는 제작비만 400억 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150만 관객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극장에서 쓸쓸하게 퇴장했다.
여기에 지난해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이라는 쾌거가 더해지며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한국 영화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신파코드를 비롯해 후반부로 갈수록 무너지는 전개, 과잉 메시지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결국 영화는 입소문을 타지 못하고 누적 관객 200만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앞선 작품들과 정확히 대척점에 있는 것이 '한산: 용의 출현', '헌트', '탑건: 매버릭'이다.
특히 '탑건: 매버릭'은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영화'라는 입소문 속에 흥행 역주행과 장기 흥행에 성공하며 약 8주간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켜냈다.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영화들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관객들은 선택과 집중을 했고, 그 수혜자는 '탑건: 매버릭'이 됐다.
덕분에 '탑건: 매버릭'은 올해 개봉한 국내 외화 중 최초로 700만 관객을 넘어서 775만 관객까지 기록하며 톰 크루즈 씨 필모그래피 사상 최대 흥행 성적을 세우기도 했다.
'한산: 용의 출현'의 경우, 1761만 관객이 들며 대한민국 영화사상 최대 흥행 성적을 기록한 '명량'의 후속편이라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샀다. 하지만 전작에 지적 받았던 지나친 신파와 과장된 감정 표현 등 단점을 극복했다는 입소문 속에 현재까지 63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 역시 가볍게 넘어섰다.
이정재 씨의 감독 데뷔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헌트'는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최초 공개 당시 국내 평단의 혹평을 피하지 못했지만, 이후 이정재 감독이 절치부심하며 영화를 두 차례 수정해 뜨거운 호평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평단과 관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진 상황에서 이정재 씨와 정우성 씨가 홍보 활동에도 열을 올리며, 작품은 개봉 8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벌써 220만 관객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브로커'는 영화제 수상과 강동원 씨, 아이유 씨 등 스타 파워에도 불구하고 126만 관객에 그쳤지만, '헤어질 결심'은 대중적으로 작품성에 열광하는 마니아 관객들이 N차 관람 열풍을 주도하며 뒷심을 받았고 '조용한 흥행'에 성공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OTT가 우후죽순 등장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극장 관람료는 점차 높아지는 사이 관객들 역시 변화했다. 스타 파워나 영화제 수상 소식보다도 이들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옮기게 하는 것은 '입소문'이 된 것이다.
'입소문'은 출연 배우들의 인기나 공격적인 홍보 프로모션으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영역이다. 결국 관객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의 높은 완성도만이 꺼지지 않는 입소문을 이끌어낼 수 있다. 올여름 극장가의 한바탕 전쟁이 끝난 이후, 다음 입소문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영화계가 다시 한번 소리 없는 전쟁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YTN star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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