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에게 과학 가르치는 노벨상 수상자

신현규 2022. 8. 1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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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노벨 화학상, 댄 셰흐트만 교수 인터뷰
이스라엘서 유치원생에게 과학 교육 실험 중
어린 아이들은 어른보다 과학 더 빨리 이해해
이스라엘에서는 갓 입사 말단 엔지니어가
사장에게 직접 전화해서 회사 문제 토의
"학생들에게는 더 많은 자유가 필요"
전문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것 보다는
상자 밖 생각 할 수 있게 하는 교육 필요
댄 셰흐트먼, 201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2012년 어느날.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과학자 댄 셰흐트만은 이스라엘의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가급적 어린 시기에서부터 과학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왜 중요한 지에 대해 열띤 웅변을 펼치고 있던 중이었다. "어린이들은 매우 똑똑합니다. 적절한 방식으로 설명해 주면 아이들은 빠르게 과학을 이해할 수 있죠." 그런데, 인터뷰 와중에 이스라엘 하이파(Haifa·이스라엘 북부에서 가장 큰 도시) 시장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차를 타고 가던 도중 라디오에서 셰흐트만 교수의 인터뷰를 들은 것이다.

시장은 말했다. "일찍부터 교육을 시켜야 한다면 대체 언제부터 해야 합니까?"

셰흐트만 교수는 답했다. "유치원 때 부터 해야죠!"

시장은 다시 물었다. "우리 도시(하이파)에서도 할 수 있는 겁니까?"

셰흐트만 교수는 다시 답했다. "우리 도시에서 예산을 지불하기만 한다면 할 수 있죠!"

이스라엘 하이파에서는 현재 60개의 과학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각 유치원마다 90명의 학생들을 3개 반으로 나눠 수업을 한다. 실험실은 왠만한 대학교보다 훨씬 나은 첨단 설비들을 자랑한다. 그리고, 실험실 안에는 원탁이 있어 그 안에서 학생들은 실험과 수업이 끝난 뒤 오늘 배운 것을 서로 토론하면서 학습을 확인한다.

최근 포스텍과 주한이스라엘 대사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셰흐트만 교수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건 하나의 (대안적인) 모델"이라며 "하지만 관심이 있는 나라라면 어디든 방문해서 이 모델을 가져가서 복제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부족해 지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빨리 시작한다면, 20~25년 뒤에는 더 많은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81세(1941년생)의 과학자가 5세 가량의 유치원생들에게 과학교육을 받도록 하는 운동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이제까지 몰랐던 것들을 발견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은 방식이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2014~2015년 서울대학교에서 물리·천문학부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에 머물렀던 그는 한국 교육과 직장문화에 대해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여러 이야기들을 전해줬다.

지난 7월 중순 포스텍을 방문한 댄 셰흐트만
◆ 한국과 이스라엘의 차이

"한국은 매우 성공적인 국가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말을 잘 듣기 때문이죠. 이스라엘은 매우 성공적인 국가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말을 잘 듣지 않기 때문이죠." (Korea is very successful, because people obey. Israel is very successful because people do not obey.)

셰흐트만 교수는 한국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그는 이렇게 부연했다. "한국에서는 자신의 상급자에게 감히 대들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서는 모두가 평등하죠. 보스가 더 나은 급여를 받고 사람들을 더 많이 관리할 수 있지만, 그 역시 나와 같은 인간일 뿐입니다." 그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는 바닥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최종 경영책임자에게까지 올라가도록 격려하는 문화가 있다. 최하직급의 엔지니어가 회사의 방향을 바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CEO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셰흐트만 교수는 비서가 아니라 CEO 본인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모두가 모두에게 속에 있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이것이 평등의 진정한 정신"이라고 말했다.

◆ 교육에 더 많은 자유를

그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것은 학사 과정에서 배워야 하겠지만 석사과정이 넘어간다면 그 때부터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흠뻑 빠져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할 자유가 주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였다. 본인이 그렇게 연구를 했다. 셰흐트만 교수는 "나는 늘 엔지니어가 되고 싶었다"며 "하지만 석사 과정을 지나며 과학과 사랑에 빠졌고, 거기서 부터 모든 것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대학원생들에게 얼마나 많은 자유도가 주어지는지에 대해 내가 말하는 것을 적절치 않은 지도 모른다"면서도 "한국은 전문가들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기존의 상자에서 벗어나는 해법을 가져오는 능력들은 더 키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셰흐트만 교수는 학생들에게도 조언을 했다. 그는 "좋아하는 것은 뭐든 찾아서, 거기서 부터 시작하라"며 "실험을 해 보고 싶다면 그것도 좋다. 그러나, 무엇을 하든, 최고가 되라"고 했다.

한편, 셰흐트만 교수는 1987년에 '준결정'이라는 물질을 발견했다. 그러나 라이너스 폴링(1954년 노벨 화학상 수상) 전 스탠퍼드대 교수 등과 같은 화학계의 거물들이 '준결정'의 존재에 대해 부정했기 때문에 그의 노벨상 수상은 24년 뒤인 2011년으로 미뤄졌다. 이스라엘 하이파에 위치한 테크니온공과대학(Technion-Israel Institute of Technology) 재료과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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