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클래식] "노경은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형석 입력 2022. 8. 1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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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두산 감독 시절 입단
야구 열정과 철학으로 버텨
프로 20년차, 9승 ERA 2.59
"롱런 노하우 전수 기대"
사진=SSG 랜더스 제공

서른여덟 살 베테랑 투수 노경은(SSG 랜더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필자는 1995년부터 2003년까지 두산 베어스(전신 OB 포함) 감독을 맡았다. 2003년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노경은은 그해 5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4.12를 기록했다. 총 19과 3분의 2이닝을 던지는 동안 4사구를 14개나 허용했다. 고교(성남고)를 졸업하고 갓 프로에 들어왔으니 뛰어나진 않았다.

그로부터 약 20여 년이 흘렀다. 지금 그의 피칭을 보면 야구에 대한 철학이 나름대로 확립된 것 같다.

노경은의 야구 인생은 굴곡으로 가득하다. 2012~2013년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린 뒤 2014년 3승 15패 평균자책점 9.03에 그쳤다. 2016년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된 후 부진하다가 2018년 9승 6패 평균자책점 4.08로 반등했다. 이듬해 초까지 이어진 FA(자유계약선수) 협상에서 롯데와 합의점을 찾지 못해 팀을 떠났다.

이후 노경은은 메이저리그 입단 테스트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소속팀이 없던 그는 호주리그 질롱 코리아에 몸담으며 계속 공을 던졌다. 노경은은 2019년 11월 2년 최대 11억원의 FA 계약으로 롯데에 다시 돌아왔다. 2020년 5승 10패 평균자책점 4.87로 나름대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이듬해 부진(3승 5패, 평균자책점 7.35)해 방출됐다.

노경은은 입단 테스트를 거쳐 프로 세 번째인 SSG 유니폼을 입었다. 박종훈과 문승원이 팔꿈치 수술로 여름 이후에나 돌아올 수 있어 선발진 보강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노경은은 4월 5차례 선발 등판에서 3승 2패 평균자책점 2.63으로 호투했다. 4월 29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오른 검지 골절상을 당했다. 6월 말 복귀 후에도 세 차례 선발 등판에서 2승 1패로 호투했다.

그 사이 SSG는 선발진을 점차 보강했다. 새 외국인 투수 숀 모리만도가 합류했고, 박종훈이 돌아왔다. 불펜 불안으로 속앓이한 김원형 SSG 감독이 노경은에게 구원 투수를 맡긴 게 적중했다. 노경은은 17일 기준으로 후반기 12경기에 구원 등판해 4승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1.08을 기록하고 있다. 3연투도 마다하지 않으며 SSG의 독주에 크게 공헌했다. 9승 4패 4홀드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 중이다.

KBO리그는 최근 투수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 이제 불펜 투수는 1이닝만 잘 던지면 된다. 선발 경험이 많은 노경은은 기존 불펜 투수보다 레퍼토리가 훨씬 다양하다.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컷 패스트볼, 포크볼까지 5가지 구종을 던진다. 특히 불펜 투수로 나서면서 제구력이 굉장히 좋아졌다.

노경은에게 비결을 물어보니 "그동안 내가 판단해서 공을 던졌다. 공이 빠지고, 제구가 안 된 날이 많았다. SSG에서는 포수 이재원의 사인대로 던진다"라고 하더라. 이재원에 대한 믿음, 김원형 감독으로부터 얻는 신임 속에 심적으로 안정된 듯하다.

노경은은 두산에서 2년 연속 10승을 돌파한 적을 제외하면 그렇게 두각을 나타낸 시즌이 없다. 많은 연봉을 받거나 대형 FA 계약을 맺지도 못했다. 그런 베테랑이 20년 동안 1군 마운드에 오른다는 건 굉장하다. 선수 생활 막바지에 접어들어 제구가 향상되면서 빛을 보고 있다. 야구에 대한 그의 열정과 철학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린 선수에게 롱런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해주길 바란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 정리=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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