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 타결 '갈림길'..장기 교착 가능성도

최서윤 기자 입력 2022. 8. 18. 13:04 수정 2022. 8. 1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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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美 또 탈퇴해도 서방 기업활동 등 보장 요구
미국 "다음 대통령까지 구속되는 약속은 해줄 수 없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취임 석 달 만인 2021년 4월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의 그랜드 호텔에서 JCPOA 복원 협상이 개시됐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이란의 핵 개발 중단 시 제재 해제를 약속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이하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이 합의 타결과 장기 교착 사이 갈림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 사이를 중재해온 유럽연합(EU)은 작년 4월부터 진행된 합의 복원 협상을 정리, 최종안을 들이밀고 각 당사국에 사실상 '예, 아니오(Yes or No)'식의 답변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란 측은 지난 15일 EU에 보낸 답변서에서 '예'도, '아니오'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합의에 포함시키길 원하는 사안들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EU는 협상은 이미 끝났으며, 발송된 합의안은 최종 문서라는 입장이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란의 요구사항 가운데 가장 강조되는 부분은 재발 방지 보장이다. 미국이 2015년 오바마 정부 때 맺은 합의를 2018년 트럼프 정부 들어 탈퇴, 손바닥 뒤집듯 한 데 대한 불신 때문이다.

이란은 미국이 다시 합의를 탈퇴하더라도 이란에 투자한 서방 기업은 보호받을 수 있다는 보장하는 조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탈퇴 시 이란은 신속하게 핵 개발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징벌적 성격의 메커니즘을 포함시키고자 한다.

이란 측 협상대표 세이드 무함마드 마란디는 영국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에 중요한 건 미국이 협상을 갑자기 중단하면 대가가 따를 것이라는 확신"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JCPOA 협상 상황 관련 말을 아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반면,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차기 대통령의 결정까지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란의 요구 충족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신 미국이 만약 또 합의를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부활시키는 경우, 적어도 이란에 진출한 서방 기업들이 사업을 접을 시간을 벌 수 있도록 '단계적 축소 기한'을 포함시키는 선에서 타협하는 제안이 초안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미국과 이란을 제외한 다른 당사국의 입장도 엇갈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 외교가에서는 이란의 입장에 어느 정도 타협할 여지가 있지만, 결국 합의 타결에는 이란이 융통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러시아 측 협상대표 미하일 울랴노프는 트위트를 통해 "결승선을 넘을 절호의 기회"라며 "최종 결과는 이란이 마지막으로 내놓은 합리적 제안에 미국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렸다"고 압박했다.

민간 위성기업 막서 테크놀로지가 2020년 1우러 촬영해 공개한 이란 나탄즈 핵시설. (ⓒ AFP=뉴스1

이란은 지난 며칠간 협상대표와 정부, 의회, 국가안전보장회의 등 고위 당국자들 간 연쇄 회담을 열고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국가안보 문제의 최종 결정권자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협상 관련 상세 언급을 피하고, "우리의 견해를 EU에 비공개로 직접 알리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같은 날 EU 한 고위 관리는 "미국과 이란은 예나 아니오로 의견을 줄 필요가 있다"며 협상을 다시 열자는 아이디어를 일축했다고 WSJ는 전했다.

남은 전망에 대해 두 명의 서방 관리는 "즉각적인 타결 발표 같은 건 기대하지 않지만, 며칠 안으로 가능할 수는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로이터=뉴스1 ⓒ News1 손승환 기자

WSJ는 이 같은 각 당사국 입장 취재 결과를 바탕으로 두 가지 옵션을 전망했다.

우선 이란이 재차 밝힌 요구사항에 대한 미국의 대응으로 수정안을 도출해 합의를 타결하는 안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다음 옵션이 더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 점쳐지는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의견 교환(협상)을 다시 하는 것이다.

WSJ는 "이란과 미국 측 모두 협상을 다시 할 수는 없다고 말하지만, 합의가 실패했다고 선언하지 않은 채 (장기 교착을) 놔두는 것은 양측 모두에 이점이 있다"고 짚었다.

합의 타결이 실패하면 이란은 결국 핵 프로그램을 진전시킬 것인데, 그렇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그 배경으로는 미국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과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위기를 피하려 노력하는 점을 들었다.

첨언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바이든 정부의 대중동 정책이 변화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동맹관계가 다시 중시되고 있는데, 2015년 이란 핵합의 타결은 미·사우디 관계 악화의 중요한 시작점이었다.

이란은 현재 경제난을 겪고 있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최우선 목표 중 하나로 미국의 제재 해제를 설정한 상황이다.

한편 미국과 이란 외 JCPOA 당사국에는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있다. 2015년 체결 당시 제한한 우라늄 농축 순도는 3.67%였지만, 미국의 탈퇴 뒤 이란은 무기급(90%)에 가까운 60%까지 상향하며 반발해왔다.

우리정부도 JCPOA 협상을 주시 중인데, 2018년 합의 결렬에 따른 대이란 제재 복원에 따라 70억 달러 상당의 이란 석유 대금 잔액이 국내 은행 2곳에 동결돼 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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