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으로 쓱쓱 그리기만 했는데..그림이 움직이네
KAIST는 산업디자인학과 배석형 교수 연구팀이 '움직이는 3D 스케치'를 만드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접이식 드론과 변신형 자동차, 다족 보행 로봇처럼 움직이는 부분이 많고 관절로 이뤄진 제품들은 디자인을 할 때 형태뿐 아니라 구조와 자세, 동작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해 전문가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기존의 3D 캐드(CAD) 소프트웨어는 정교한 형상 작업에 특화돼 있어 움직이는 모델 하나를 제작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데 이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을 넓고 빠르게 탐색해야 하는 디자인 초기 과정에서 심각한 병목과 비용을 초래한다.
배 교수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디자인은 종이 위에 펜으로 빠르게 그린 2D 스케치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에 주목했다.이들은 디자이너가 디지털 태블릿 위에 디지털 펜으로 자유롭게 표현한 2D 스케치로부터 입체 형상을 생성하는 '3D 스케칭'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생성 중인 3D 스케치를 마치 장난감을 다루듯 두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직관적인 멀티터치 제스처를 설계·구현해 순식간에 살아 움직이는 입체 형상을 만들 수 있는 '움직이는 3D 스케칭' 기술을 완성했다.
이번 시그래프에는 주요 대학교 연구진 뿐 아니라 마블, 픽사, 블리자드 등 글로벌 애니메이션 회사와 영화사 등 주요 기업 관계자 1만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그래프에서 특별강연을 통해 제2 저자인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김한빛 박사과정 학생이 불과 10분 만에 유려한 형태의 동물 로봇을 그리고 움직여서 입체 동영상을 완성하는 모습은 현장에 모인 청중의 감탄을 자아냈고 심사위원단이 선정한 우수 전시상(Honorable Mention)을 수상하기도했다.
시그래프에 참여한 에드윈 캐트멀 픽사 공동창업자 겸 전 회장은 이 연구에 대해 "매우 훌륭한 업적이자, 픽사의 창의력 넘치는 디자이너들에게 필요한 도구"라고 밝혔다.
3D 공간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입체 형상을 기존 방식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쉽고 빠르게 생성할 수 있어서 가까운 미래에 콘텐츠 산업, 제조 산업,메타버스 산업의 디자인 실무 혁신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KAIST 측의 기대다.
연구를 지도한 배석형 교수는 "디자이너가 생각하고 작업하는 방식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효과적인 디자인 도구를 만들 수 있다"며 "직관적인 상호작용 방식을 통해 여러 상이한 알고리즘을 하나의 조화로운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학생 개개인이 디자이너인 동시에 엔지니어를 지향하는 KAIST 산업디자인학과만의 융합적인 토양이기에 가능한 연구였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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