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우울증 여부 '셀프 측정' 기술 개발
국내 연구진이 우울증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생체 징후를 스스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했다.
우울증 환자가 최근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때를 놓치지 않고 우울증을 치료 받는 데 도움을 주는 기술이 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 권오석 박사팀은 몸 속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농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나노 컨버전스’ 최신호에 실렸다.
올해 발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국내 우울증 환자는 2021년 기준 93만3481명이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연 평균 7.8% 증가했다.
우울증 원인으로는 유전적 소인, 내분비 이상, 스트레스 노출 등과 함께 체내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꼽힌다.
신경전달물질은 신경 끝에서 분비돼 다른 신경에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우울증 환자는 신경전달물질이 다른 신경으로 전달되기 전에 신호가 감소하는 특징을 보인다.
과학계가 신경전달물질 가운데 특히 주목하는 건 세로토닌이다. 세로토닌은 사람의 감정과 식욕, 수면 등을 조절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 특히 행복을 느끼게 하고 우울과 불안을 줄이는 데 관여한다. 세로토닌이 체내에서 저하됐다는 사실을 쉽고 빠르게 알 수 있다면 우울증이 깊어지기 전에 대처할 수 있다.
문제는 세로토닌이 체내에 얼마나 있는지 알아내는 절차와 방법이 복잡하다는 점이다. 혈액 시료 속에 있는 세로토닌을 분석하는 데에는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다. 전문 의료기관에 가야 하다는 뜻이다.
기술적인 분석에는 6시간이 걸린다. 보통 검사 의뢰를 모았다가 한꺼번에 분석하기 때문에 결과 통보까지는 수일이 소요된다.
연구진은 세로토닌에 반응하는 바이오 탐침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했다. 바이오 탐침에 전도성이 높은 기능성 나노 섬유를 결합해 세로토닌을 검출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한 것이다.
센서가 세로토닌과 반응하며 발생한 전기 신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표시해 사용자가 가정 등에서 수시로 간단히 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분석에는 30분이 걸리고, 결과도 즉시 알 수 있다.
연구진은 우울증 조기 진단은 물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군과 실시간 모니터링이 필요한 정신 질환자들을 모니터링하는 데에도 이 기술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권오석 박사는 “혈액에 있는 물질을 분석하는 이번 방법을 우울증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병의 자가 진단과 징후 예측 등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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