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 이성을 바라보는 철학자들의 남다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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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서구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집약한 책이 잇따라 번역 출간돼 눈길을 끈다.
출판사 도서출판 길이 선보인 '수학예찬'은 프랑스의 지성 알랭 바디우와 출판인 질 아에리가 수학을 주제로 나눈 대담집이다.
이들은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학과 철학의 역사를 두루 훑으며 수학과 철학의 상관관계를 조명한다.
최근 재출간된 '도구적 이성 비판'(문예출판사)은 프랑크푸르트학파를 대표하는 철학자 막스 호르크하이머의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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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현대 서구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집약한 책이 잇따라 번역 출간돼 눈길을 끈다.
출판사 도서출판 길이 선보인 '수학예찬'은 프랑스의 지성 알랭 바디우와 출판인 질 아에리가 수학을 주제로 나눈 대담집이다.
이들은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학과 철학의 역사를 두루 훑으며 수학과 철학의 상관관계를 조명한다.
바디우는 수학의 강점으로 "단순성, 눈앞에 실존적 쟁점이 없는 점"을 꼽는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숨겨진 것이나 모호한 것이 없고, 이중적 의미나 계산된 기만이 없다"고 곁들인다.
특히 "동시대의 상대주의를 넘어서고 진리들의 보편적 가치를 재정립하고자 하는 철학자들에게 사변적 자원으로서 자신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수학의 가치는 상당하다고 설명한다.
수학은 정해진 규칙에 따른 합리적 증명을 거치지 않은 지식 혹은 주장을 반박하는 학문인데, 철학은 바로 이러한 합리성에 기초해 종래에 증명되지 않은 채 진리로 간주하던 신화나 시인들의 지식에 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수학이 대중에게 외면받고 있다고 바디우는 안타까워한다. 수학학습이 입시 도구로 전락한데다 '수학 귀족주의'에 매몰된 소수의 수학자 집단에서만 활용된다는 점에서다.
바디우는 "수학은 그저 엔지니어나 관료가 될 사람들을 선발하기 위한 학교 교과목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 절대로 그 자체로 흥미로운 무언가로 고려되어야 한다"며 "수학이 우리의 일반적인 문화를 이루는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재출간된 '도구적 이성 비판'(문예출판사)은 프랑크푸르트학파를 대표하는 철학자 막스 호르크하이머의 역작이다.
2006년 국내에 출판됐다가 절판됐는데, 이번에 번역을 가다듬고 개정판 옮긴이의 말 등을 추가해 새롭게 나왔다.
호르크하이머는 현대 사회를 총체적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그 위기의 근간이 '이성의 도구화'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성은 철학을 포함한 모든 일의 목적이 되어야 하는데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저자에 따르면 존재가 자기보존을 위한 수단으로만 이성을 활용하는 경향, 즉 도구적 이성이 활개 치는 경향이 가속화될수록 소외된 민중의 내면에 쌓인 '원한 감정'도 크기가 커진다.
특히 파시즘과 전체주의는 이 같은 '원한 감정'에 호소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민중의 원한 감정에 불을 붙여 폭발시킴으로써 억압적이고 권위적인 체제에 대한 지지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저자는 객관적 이성과 도구적 이성의 조화와 상호 비판으로 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계몽이 이성의 끊임없는 자기비판을 요구하는, '완결되지 않은 끊임없는 기획'이라고 강조한다. 도구적 이성에 대한 고발은 오직 이성의 자기비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계몽과 지적 진보를 사악한 힘들, 악마와 운명의 여신, 맹목적인 운명이라는 미신으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것, 간단히 말해 두려움으로부터의 해방으로 이해한다면, 오늘날 이성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한 고발은 이성이 수행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공헌이 될 것이다."
▲ 수학예찬: 박성훈 옮김 138쪽. 1만8천원
▲ 도구적 이성 비판: 박구용 옮김. 288쪽. 1만6천원.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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