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금융 빅블러의 성공 조건

이관범 기자 2022. 8. 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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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대표적인 '금융 빅블러'(Big Blur·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 모델 중 하나로 꼽힌 '온라인투자연계(P2P) 금융'이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온라인을 통해 대출과 투자를 연결해 불필요한 경비 지출을 최소화하고 차주에게는 보다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1.5금융(1·2금융권 공백을 메우는) 서비스로 기대를 모았으나 지금은 등록증을 반납해야 할 처지에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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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범 경제부 차장

한때 대표적인 ‘금융 빅블러’(Big Blur·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 모델 중 하나로 꼽힌 ‘온라인투자연계(P2P) 금융’이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온라인을 통해 대출과 투자를 연결해 불필요한 경비 지출을 최소화하고 차주에게는 보다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1.5금융(1·2금융권 공백을 메우는) 서비스로 기대를 모았으나 지금은 등록증을 반납해야 할 처지에 몰리고 있다.

P2P 금융 업체는 적어도 3억5000만 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이조차 유지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A 업체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폐업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법상 허용된 기관투자 유치가 규제에 막혀 사실상 유명무실한 데다, 개인 투자 한도도 지나치게 축소돼 영업 손실을 보고 있다”면서 “최소한의 자기자본 유지를 위해 증자를 시도하고 있으나, 규제가 심하다 보니 참여 의사를 밝힌 투자자들도 성장 가능성 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B 업체도 같은 이유로 6개월여 동안 공을 들여온 벤처캐피털(VC) 투자 유치가 무산됐다. 지금과 같은 규제 상황이 계속되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어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사형 선고를 받은 셈이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에 따르면 정식으로 등록한 업체 수는 현재 49개사 정도다. 연도별 신규 대출 취급액은 2019년 3조604억 원, 2020년 3조424억 원, 2021년 2조4402억 원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업계 전체의 연간 손실 규모는 2020년 480억 원에서 2021년 629억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결국 올해가 가기 전에 폐업이 속출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낡은 칸막이 규제다. 2020년 8월 시행에 들어간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은 35조 1항에 관련 업체가 여신금융회사 등으로부터 전체 연계대출 모집 금액의 40% 한도에서 연계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도 새로운 대안 시장으로 보고 P2P 금융 업체에 대한 투자 의사를 밝혀 왔는데 기존 저축은행법의 경우 해당 투자를 연계 대출로 간주하는 탓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투자 임에도 P2P 금융 업체의 대출 건수 모두에 대해 직접 여신 심사를 해야 한다. 반면, P2P 금융 업체 입장에서는 기관투자가에게 대출자 정보를 제공할 근거가 없어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처지다.

금융 빅블러 실험에 성공해야 민생 안정과 금융 혁신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이미 해외는 줄달음을 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대안 금융 시장 규모는 2017년만 해도 600억 달러(약 78조5000억 원)에 머물렀으나 2020년에는 1130억 달러 수준으로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대안 금융 시장의 80∼90%를 P2P 금융이 차지한다. 미국발 긴축 여파로 앞으로 금리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서민 경제의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는 궁극의 처방은 시장의 금리 인하 경쟁을 북돋는 것이다. 서둘러 칸막이 쳐진 논에 금융 빅블러라는 메기들을 잔뜩 풀어 경쟁을 되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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