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권민우·최수연 급 러브라인, 수요 없는 공급[TV와치]

박정민 2022. 8. 18. 10: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엔 박정민 기자]

그야말로 수요 없는 공급이다. '권모술수' 권민우(주종혁 분), '봄날의 햇살' 최수연(하윤경 분)의 갑작스러운 러브라인이 시청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하는 모양새이다.

8월 17일 방송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연출 유인식)에서는 제주도 출장을 기점으로 미묘하게 바뀐 최수연, 권민우 관계가 그려졌다.

앞서 최수연은 제주도에서 자신을 도와주고, '어른'스러워 보이는 권민우 행동을 보며 설렘을 느꼈다. 최수연의 호감을 알게 된 권민우 역시 예전처럼 최수연을 대하지 못하고 계속 의식했다.

이런 와중에 우영우(박은빈 분)는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주장할만한 새로운 논점을 찾아냈지만, 멘토 장승준(최대훈 분)은 이를 무시하며 우영우를 사건에서 제외시켰다. 최수연이 장승준에게 반박하려고 하자, 권민우는 "우영우 변호사랑 우리는 다르다는 거 아직 모르겠나. 우리가 우변과 똑같이 굴다가는 선배 비위 하나도 못 맞추는 부적응자, 같이 일하기 까다로운 후배 취급만 받는다"고 말렸다.

이를 들은 최수연은 "맞는 말"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한순간만이라도 좀 바보 같을 수 없냐. 옳다고 믿는 일을 위해 처세며 정치며 잠깐 내려놓고 바보같이 용감해질 수 없나"라고 되물었다. 권민우가 "내가 왜 그래야 하나"라며 당황하자 최수연은 "나는 그런 남자를 좋아하니까"라며 권민우에 대한 호감을 표현했다.

이후 최수연은 최종 변론에 끼어들어 우영우 주장을 대신 읊었다. 최수연이 방송 통신 위원회 측 변호인 주장을 재반박하려고 하자, 권민우가 일어나 대신 변론을 펼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변화될 것임을 암시했다.

후반부 갑작스럽게 발전한 두 사람의 러브라인은 설렘보다 당혹스러움을 더 크게 안겼다. '봄날의 햇살'이라고 불리는 최수연과 '권모술수' 권민우는 우영우를 대하는 태도가 상반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최수연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지만 천재인 우영우에게 열등감을 느끼면서도 우영우가 곤란한 상황에 처할 때면 늘 도왔다. 반면 '공정'을 운운하는 권민우는 익명 게시판에 우영우의 부정 취업 의혹을 제기해 공론화했다. 영우 생모인 태수미(진경 분)을 만나 자신의 입지를 두고 거래하고, 영우 앞에서 일부러 태수미가 나오는 방송을 크게 틀기도 했다. 권민우가 영우에게 어떤 행동을 했는지 잘 아는 최수연이 권민우에게 호감을 느끼는 설정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이 탓인지 수연의 캐릭터가 망가졌다는 반응이 줄 잇는다. 하지만 그것보단 한 캐릭터 설정을 균형감 없이 극대화해 벌어진 참사라고 보는 편이 더 맞을 듯하다. 최수연은 영우나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땐 다정하고 정의로운 사람이지만, 사랑에 있어선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준호에 대한 마음을 접은 최수연이 다른 남자를 찾기 위해 소개팅을 하고, 클럽에 가는 모습들이 그려졌기 때문에 수연이 쉽게 사랑에 빠지는 건 캐릭터 설정에 어긋나지 않는다. 문제는 그 상대가 권모술수 권민우라는 점이다. 차라리 방송 초반에 그려졌던 것처럼 민우가 영우를 경쟁해야 할 '라이벌'로 생각하며 편견 없는 인물 정도로 그려졌다면 두 사람 러브라인이 지금처럼 호불호가 갈리진 않았을 것이다.

권민우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앞서기 위해 여러 '술수'를 부리던 권민우는 수연의 "나는 그런 남자를 좋아하니까"라는 고백에 이전과 다른 결의 행동을 보여줬다.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야 말로, 누군가를 변하게 할 수 있는 가장 큰마음일지 모르지만 그간 권민우가 수연의 호감 표현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만큼 권민우의 변화도 뜬금없게 느껴진다.

혹자는 현실에서 사랑은 이유 없이 빠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물론 현실에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건 크게 거창한 이유가 아닐 때가 많다. 하지만 드라마 속 사랑 이야기라면 말이 달라진다. 시청자들이 그 사랑에 공감하고, 몰입하기 위해선 인물들이 '왜' 사랑에 빠진 것인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을 방패 삼아야만 겨우 이해되는 개연성 없는 이야기는 환영받기 힘들다.

(사진=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뉴스엔 박정민 odult@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