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레이저 쏘아..'콜드브루' 3분 만에 마신다

곽노필 2022. 8. 1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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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더치커피라고도 불리는 콜드브루는 뜨겁지 않은 상온의 물로 우려낸다.

독일 뒤스브루크-에센대 연구진이 이런 전통 방식보다 약 300배나 더 빠르게 콜드브루 커피를 만들 수 있는 레이저 추출 시스템을 개발해 학술지 '엔피제이 식품과학'(npj Science of Food)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에서는 레이저브루의 카페인 농도가 드립커피에 가까웠지만 추출 시간 등을 조절하면 콜드브루와 비슷한 수준의 카페인과 트리고넬린 수치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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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시간 걸리던 과정을 몇 분에 끝내
카페인 추출 속도, 전통 드립커피와 비슷
콜드브루와 동일한 향, 카페인 함량 가능
독일 뒤스브루크-에센대 연구진이 레이저로 추출한 커피를 마시고 있다. 뒤스브루크-에센대 제공

일명 더치커피라고도 불리는 콜드브루는 뜨겁지 않은 상온의 물로 우려낸다. 찬물로 우려내기 때문에 일반 커피보다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점적식은 8시간, 물에 원두 분쇄가루를 담근 뒤 걸러내는 침출식은 12~24시간 기다려야 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추출하는 덕에 일반 커피보다 카페인 함량이 훨씬 많은 대신 쓴맛과 신맛이 덜하고 향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독일 뒤스브루크-에센대 연구진이 이런 전통 방식보다 약 300배나 더 빠르게 콜드브루 커피를 만들 수 있는 레이저 추출 시스템을 개발해 학술지 ‘엔피제이 식품과학’(npj Science of Food)에 발표했다. 레이저로 커피 가루를 더욱 미세한 입자로 쪼개 물과의 접촉면을 늘리는 방식으로 빠르게 커피를 뽑아낸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이용하면 단 몇분만에 기존 콜드브루 커피와 향과 성분 함량이 비슷한 커피를 추출해낼 수 있다고 밝혔다. 미리 준비해 놓지 않고는 마실 수 없는 콜드브루를 일반 커피처럼 즉석에서 우려내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콜드브루 제조법은 콜로이드레이저합성처리(LSPC)라는 레이저 기술에서 따 왔다. 레이저로 용액에서 금속 고형분을 분해해 나노 입자 용액으로 만드는 데 사용되는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에 실온에서 532나노미터의 펄스 레이저를 분쇄 원두와 물을 섞은 용액에 3분 동안 1초당 8만 펄스의 속도로 쏘아줬다. 레이저를 쏘는 동안 용액의 온도는 약 5도만 상승했다.

이렇게 해서 추출한 커피에는 100ml당 25mg의 카페인이 녹아 있다. 전통적인 드립커피와 비슷한 농도다. 연구진은 비교 실험 결과 카페인의 추출 속도는 드립커피와 비슷하고 콜드브루보다는 3~5배 높았다고 밝혔다.

콜드브루 커피와 비교해 보니

과연 레이저브루 커피의 맛과 향은 어떨까?

연구진에 따르면 레이저브루의 신맛은 24시간 우려낸 콜드브루와 거의 같았으며 드립커피보다는 훨씬 덜했다. 항산화 물질로 카페인과 함께 쓴맛을 내는 트리고넬린의 함유량은 콜드브루가 가장 많았고 드립커피가 가장 적었다. 레이저브루는 그 중간 지점에 있었다. 콜드브루나 드립커피에 없는 성분은 레이저브루에도 없었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에서는 레이저브루의 카페인 농도가 드립커피에 가까웠지만 추출 시간 등을 조절하면 콜드브루와 비슷한 수준의 카페인과 트리고넬린 수치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드립커피에서는 증발해버리는 피리딘, 디페놀 같은 휘발성 방향족 화합물도 콜드브루와 마찬가지로 온전히 남아 있었다. 피리딘은 탄 냄새의 주성분이다. 이는 레이저브루에서도 콜드브루의 독특한 향미가 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연구진은 “전체적으로 3종의 커피, 특히 레이저 추출 커피와 콜드브루는 화학적 구성이 매우 유사했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진은 3종의 커피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주관적인 맛이나 향 테스트는 진행하지 않았다.

홍차·말차·청량음료에 응용할 수도

연구진은 레이저브루의 상품화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카페나 행사장을 위한 레이저 추출 커피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그러나 당국의 식품 안전 기준을 충족하려면 좀 더 깊은 화학적 분석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 이 레이저 추출 기술이 홍차와 말차 제조법에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 주저자인 안나 로사 지푸스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레이저브루 커피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차가운 청량 음료에 적용할 수 있는 레시피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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