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로 돌아온 '마녀사냥', 선 없는 방송환경서 그린라이트 켤까?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2022. 8. 1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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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사진출처=티빙 '마녀사냥 2022' 방송 영상 화면 캡처

2013년 방송을 시작한 JTBC의 예능 프로그램 '마녀사냥'은 2011년 개국한 JTBC에서 최초로 방송 100회를 넘긴 예능이었다. 종합편성채널로 개국 3년차를 맞이하던 JTBC에서는 당시 유행하던 스튜디오 토크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다른 경쟁채널들이 다 중장년층을 겨냥할 때 오히려 타깃 시청층을 2039 정도로 과감히 낮추는 도전을 했다.

그 결과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다. 3년 남짓 방송을 이어간 '마녀사냥'은 남녀 사이의 호감을 뜻하는 '그린라이트', 사귀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 중간 단계를 뜻하는 '썸(Some)' 그리고 호감이 있을 경우 나무상자 안에 들어있는 등을 켜는 '그린라이트를 켜줘' 등 많은 인상적인 장면을 남겼다. 결국 화제성과 시청률이 떨어져 종방을 했지만 당시 '마녀사냥'은 후발주자의 JTBC에서 도전한 '선을 넘는 토크쇼'였다.

선을 넘는 결과는 제작진의 바쁜 일과(?)로 이어졌다. 당초 15세 등급으로 시작됐던 프로그램이 자꾸 선을 넘자 세 번이나 제작진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불려가는 일도 생겼다. PD들이 이야기하는 이른바 '양복을 입는 날'이다. 결국 '마녀사냥'은 19금으로 새롭게 등급을 바꿨다. '마녀사냥'은 방송 당시 수위 때문에 청소년이 볼 수 있는 낮에는 재방송도 하지 않는 프로그램이었다. 당대의 분위기 젊은이들의 연애, 연애담, 연애에 대한 가치관을 가감없이 전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한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OTT 티빙에서 방송하는 오리지널 예능 '마녀사냥 2022'가 주인공이다. 7년 만에 부활하는 '마녀사냥'은 당시 JTBC에서 막내 연출을 맡던 홍인기PD가 산파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19금 고인물' 방송인이자 '마녀사냥'의 정체성과 같은 방송인 신동엽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고, 작사가이지만 '여자 신동엽'으로 불릴 만큼 19금 토크에 재주를 가진 김이나 그리고 공감의 토크로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듀서 코드 쿤스트, 20대의 그대로를 볼 수 있는 '노빠꾸 막내' 가수 비비가 새롭게 합류했다.

사진제공=티빙

부활 이후 두 편이 방송된 '마녀사냥'에서는 7년 전 감성이 그대로 묻어있는 오브제가 사용됐다. 라디오 부스 같은 스튜디오는 물론 프로그램의 지배적인 색채인 초록색도 그대로다. 네 명의 MC가 하는 상황극이나 제작진인지 누구인지 모를 어눌한 목소리로 사연을 전하는 '그린라이트를 켜줘' 코너도 그대로다. 전국 각지 연애에 '현역'인 젊은 세대가 모이는 번화가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의견을 듣는 형식도 그대로다.

바뀐 것도 있다. 시청자 사연인 '실시간 고통정보'에서는 SNS나 인플루언서, 데이트 애플리케이션, 마스크 등 2020년대 당대 MZ세대의 삶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등장한다. 또한 사연자의 사연에 MC와 초대손님들이 태블릿 PC에 조언이 되는 멘트를 적어주는 '로멘트' 코너도 있다. 시민들을 만나는 카메라는 최신 유행 '네컷 사진기'를 오마주해 사연에 대한 생각도 전하면서 사진도 찍을 수 있게 업그레이드 됐다.

이렇게 돌아온 '마녀사냥'에는 과제도 있다. 도전을 해야 할 부분도 있다. 7년 전과는 몰라보게 달라진 방송환경 그리고 연애를 보는 대중의 감성은 큰 차이다. 과거 '마녀사냥'은 선을 넘는 토크쇼였다. 이 '선'이라는 의미는 지상파로서의 방송심의 또는 대중이 생각하는 심리적인 저항선 등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부분이 많이 희미해졌다. 이미 '마녀사냥'은 방송법이 아닌 영화진흥에 대한 법률의 심의를 받는 OTT로 터전을 옮겼다. 애초부터 선이 과거보다 많이 진일보한 환경인 셈이다. 

연애를 보는 대중의 감성도 달라졌다. 굳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하는 권고를 따르지 않는다. 젊은이들에게는 유튜브를 비롯한 수많은 SNS가 이미 연애의 스승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제공=티빙 '마녀사냥 2022' 방송 영상 화면 캡처

단순히 '마녀사냥'의 정체성을 '19금 토크'로 잡는다면 이 역시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 이미 유튜브를 비롯한 심의에서 자유로운 콘텐츠들에 MZ세대들은 익숙하다. 방송 역시 잠자리 배정을 하거나, 남녀출연자들의 몸매 또는 과감한 애정표현을 담는 연애 리얼리티 예능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실전이 아닌 이론으로 부스 안에서만 이야기하는 '마녀사냥'은 지금의 젊은 세대에는 딱 지루한 '수다쇼'가 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7년 만에 돌아오는 '마녀사냥'은 과연 어떠한 스탠스를 취해야 할까. 결국 답은 그 '보통성' '보편성'에 있다. '마녀사냥'은 50대의 신동엽, 40대의 김이나, 30대의 코드 쿤스트, 20대의 비비가 출연한다. 나이와 성별, 하는 일 역시 그 균형이 맞춰져 있다. 그렇다면 세대별로 다른 연애를 보는 눈, 더 나아가서는 사람을 보는 눈을 키우는 프로그램이 돼야할지 모른다.

연애를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서,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기 힘든 MZ세대의 고민을 진정성 있게 받아주는 프로그램이 되는 것이 그 입지에 걸맞다. '마녀사냥'은 어른의 연애를 다룬다. '어른의 연애'란 성(性)에 대한 표현이 자유로운 연애이기도 하지만. 충분히 성숙한 진짜 '어른' 만의 연애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7년 만에 타임캡슐을 타고 돌아온 '마녀사냥', 이 연애 리얼리티의 맏이 격인 프로그램은, 그 깊이만 보장된다면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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