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함께 만드는 도시 풍경

서울문화사 2022. 8. 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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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과 직접 만나 도시를 온몸으로 느끼고 실질적인 의견을 토대로 도시 재생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트랜지셔널 어바니즘. 그 중심에 공공시설물 창작 단체인 '꺄바농 벡띠꺌'이 있다.


1 세미나 발제를 맡은 꺄바농 벡띠꺌의 올리비에 브뒤 디렉터. 2 트랜지셔널 어바니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3 올해 전라북도 군산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현장

더 나은 도시환경을 위한 세미나 개최

길을 거닐다가 이 공간에 벤치가 생긴다거나 주민들이 모여 함께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이들이 지난 7월 6일, 한마음 한뜻으로 모였다. 국내 유수의 도시 재생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도시 인문학 세미나, <시민과 함께 만드는 도시 풍경, 트랜지셔널 어바니즘>을 개최한 것. 트랜지셔널 어바니즘은 도시계획 사업을 확정하기 전, 해당 지역에 가장 적합한 사업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단계다. 주민 참여를 통한 소규모 이벤트와 시설물 설치 활동이 대표적이다. 프로젝트 진행 결과에 따라 도시계획의 발전 또는 수정 방향을 제시한다. 한국건축가협회와 도시문화프로젝트그룹 취향도시가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트랜지셔널 어바니즘의 선두 주자인 꺄바농 벡띠꺌에서 방법론과 구체적인 실행 사례를 소개했다. 이후 자유 토론 형식으로 열띤 질의와 토론을 펼치며 국적도 나이도 제각각이지만 도시 재생을 위한 열정만큼은 한마음임을 확인하며 마무리됐다.

꺄바농 벡띠꺌의 대표 프로젝트


스트리트 코너(2020년)

유럽 현대미술 비엔날레 ‘마니페스타’의 초청으로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진행된 프로젝트. 해당 주민의 의견을 모은 결과 상업 시설이 아니면 앉아 쉴 곳이 없고 식물이 적어 삭막하다는 얘기가 많았다. 인파가 몰리고 보행로가 넓어 시설물 설치가 쉬운 곳을 선정해 스트리트 코너를 설치했다. 큐브를 리듬감 있게 쌓은 철제 구조물에 식물을 배치하고, 그 아래로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군산 프로젝트(2022년)

소규모 이벤트 진행과 시설물 설치의 일종인 택티컬 어바니즘의 성격을 강하게 띠는 프로젝트. 프랑스와 한국 간 물리적 거리로 인한 한계로 프로젝트 진행 전, 건축도시공간연구소와 군산 지역 단체 등과 화상회의를 통해 니즈 파악 및 사전 작업을 진행했다. 참가자들과 직접 스툴, 테이블, 깃발 등을 만들고 장식한 후 이를 활용해 축제를 진행했다. 모두 함께 모여 음식을 먹고, 마술과 K팝 공연을 벌이며 삭막한 거리에 사람들이 모여 대화의 장을 이룰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꺄바농 벡띠꺌은 도시 공간을 무대로 예술과 디자인을 아우르는 공공시설물을 제작하는 창작 단체다. 약 10년간 프랑스 마르세유를 기반으로 건축가, 도시계획가,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 다양한 전문가가 더 나은 도시환경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시민과 지역단체, 공공단체와 건축팀 사이에서 이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며 이들의 모든 프로젝트는 트랜지셔널 어바니즘을 통해 진행된다. 우리나라와의 인연은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의 웹 매거진 <월간도시재생>을 통해 트랜지셔널 어바니즘에 대한 칼럼을 기고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기사를 보고 국토연구원에서 꺄바농 벡띠꺌에 군산 프로젝트를 의뢰하면서 이번에 한국에 오게 됐다고.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와는 별개의 일이지만, 홍보팀의 이호선 씨와 몇몇 직원이 뜻을 모아 한국건축가협회와 함께 꺄바농 벡띠꺌의 트랜지셔널 어바니즘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하게 됐다. 한국의 ‘정’을 느꼈다는 꺄바농 벡띠꺌의 4명을 만나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눠봤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

트랜지셔널 어바니즘은 한국의 주민 참여 투표와 어떤 차이점이 있나?

참여형 어바니즘은 결과물을 보여주기 이전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부터 검토하고 세밀히 의견을 나눈 후에 주민들에게 디테일하게 의견을 물어보는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는 아파트 외관 채색 작업 시 몇 가지 디자인에 투표하는 과정 정도만 진행한다. 하지만 트랜지셔널 어바니즘은 채색 작업 투표 과정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투표 이전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주민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주민의 의견을 받는 구체적인 방법이 궁금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지역 주민을 찾아가기 전에 먼저 해당 지역의 시민단체를 만나 그 지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주민의 의견을 모으기 위한 장소와 시간대를 함께 논의 후 팸플릿 등 홍보물을 통해 시민단체와 함께 주민 모집을 한다. 지나다니는 주민들이 주로 참여하게 되므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시설물 설치가 관건이다. 또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두세 달에 걸쳐 여러 번 방문하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구체적인 니즈를 물어볼 수 있을 정도로 친해진다. 어떤 지역에 어떤 이벤트가 필요한지, 설치물은 주로 어떤 사람들이 이용할 것인지 등 말이다. 예를 들어 징검다리가 있으면 좋겠다, 창문이 있으면 좋겠다 등 구체적인 의견을 최대한 모은다.

교육 참여형 프로젝트의 성격도 띠며 직접 시민과 함께 시설물 제작을 진행한다고 했는데, 숙련도나 완성도 면에서 문제는 없는가?

시설물 제작을 현장에서 진행하기 전에 먼저 목공소에서 목공 도구 및 작업 방법을 교육한다. 소수의 시민들만 초대하기 때문에 직원이 밀착 지도를 한다. 그 후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작업만 팀원들이 시민들과 함께 진행하고 모든 마무리 작업은 팀원들이 직접 하며 퀄리티를 높인다.

주민 의견을 모으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우선 우리가 주민들을 설득하는 경우는 없다. 주민 의견을 모으기 전에 건축 관련 지식이 없는 이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해당 지역에 대한 불만과 바람 등을 적은 ‘감성 지도’를 활용해 주민의 의견을 모으고, 어려운 건축 용어는 최대한 배제한다.

인상적이거나 감동적인 피드백이 있었나?
프로젝트 시작 시 시민들이 도시 공간에 관심이 없다가 함께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지역 환경과 사회에 관심을 갖고 생각이 변화할 때의 모습이 인상 깊다.

서울에서 트랜지셔널 어바니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은 곳이 있는가?

아직 서울을 여기저기 돌아다니진 못했지만 조병수 건축가를 만났다. ‘2023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준비한다고 들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 또 세미나가 열린 서울 시청에서도 알 수 있듯 전통적인 고궁과 현대적인 고층 빌딩이 함께 공존하며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 흥미롭다. 만약 서울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면 전통과 현대가 공생하는 그 안에서 도시 공간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잘 풀어나가야 할 것 같다.

에디터 : 문하경  |   사진 : 민규, 꺄바농 벡띠꺌 제공  취재 협조 취향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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