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천태만상 키즈카페! 문제는 안전만이 아니다?
요즘 아이들은 아마 놀이터보다 키즈카페를 더 많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 아이 역시 미처 걸음마를 떼지도 못했던 시절부터 키즈카페에 갔었고 동네에 안 가 본 키즈카페가 없을 만큼 다양한 곳을 다녀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식당에 가도 아이를 마음 편히 풀어 둘 수 없고, 야외는 날씨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으니 서로의 집에 방문하지 않는 이상 키즈카페만큼 모이기 좋은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키즈카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잇감뿐만 아니라 식사와 간식까지 해결할 수 있어 사실 아이들에게는 집보다 더 좋은 공간임에 틀림없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는 키즈카페도 경쟁을 하는 것 같았다. 인기가 많은 키즈카페는 미리 앱을 통해 예약을 하고 가도 대기가 걸려있는가 하면, 막상 입장을 하게 되어도 인기가 많은 놀이 기구는 한참을 기다려야 한번 이용할 수 있을까 말까였다. 한정적인 놀잇감에 비해 아이들 수가 많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키즈카페에서 제공하는 음식들도 문제가 많았다. 애당초 식당이 아니다 보니, 맛과 품질을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평균적인 판매가를 훨씬 웃도는 금액임에도 위생이 엉망인 상황들을 종종 목격한 뒤로는 아예 키즈카페에서는 음료 외에 다른 메뉴를 주문하지 않게 되었다.
아이의 말에 의하면 최근 키즈카페는 더욱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보지 못했던 놀이 기구들이 실내 공간에 떡 하니 들어와서 아이들의 눈과 귀를 더욱 현혹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마음먹고 놀이동산에나 가야 봤을 법한 범퍼카, 회전목마, 꼬마 기차 등이 이제는 집 근처 키즈카페에 아무렇지 않게 들어와 있다. 익숙한 공간 탓인지 아이들 역시 늘 가는 놀이터에서 자주 타던 그네 혹은 미끄럼틀처럼 놀이 기구를 받아들이는 것 같다. 덕분에 키즈카페에 가면 다른 공간보다는 좀 더 마음 놓고 아이를 놀게 할 수 있었던 부모들의 마음조차 더 불안해졌다. 그리고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던 우려들은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어느 키즈카페에서 일어난 끔찍한 안전사고를 뉴스로 접하며 아이와 키즈카페에 함께 가서겪었던 불안한 순간이나, 위험했던 상황들이 모조리 떠올랐다. 한 번이라도 아이와 함께 키즈카페에 가 보았던 대한민국의 부모라면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 혹시나 하는 걱정을 해봤을 것이다. 당장 내 아이가 피해자는 아니라고 하지만 오늘도, 내일도 우리 아이에게 일어날 수 있는 사고임을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고가 난 아이와 같은 나이에 우리 아이도 다른 공간이지만 비슷한 전동 열차를 탄 적이 있었다. 안전바를 내려도 아이들의 신장이 너무 작아 아무렇지 않게 빠져나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건의를 한 적이 있는데, 아이들의 안전 책임을 온전히 부모의 탓인 것 마냥 이야기해서 너무 실망스럽게 돌아온 기억이 있다. 또 키즈카페 내의 크고 작은 안전 상황들을 자주 문제 삼는 나를 예민한 엄마, 반갑지 않은 손님쯤으로 대하는 것에 더 큰 상처를 받았었다.
요즘은 키즈카페에 신생아를 위한 공간까지 마련되어 있어 갓난 아기를 데려오는 엄마들도 흔히 볼 수 있는데 위생과 안전은 여전히 왜 이렇게 안일한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그 규제조차 모호하고 기준이 달라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업주에 따라 천차만별인 상황이다. 어떤 곳은 주인이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해서 운영을 하는가 하면 어떤 곳은 계산을 도와주는 파트타임 청년들 외에 주인 얼굴은 본 적조차 없는 곳도 있으니 말이다.
키즈카페 안전사고는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사고가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안전에 대해 지나치게 안일한 사고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다친 뒤에 외양간을 고치게 될까? 특히 어른들이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공간이 법이나 사회의 규제로부터 너무 동떨어져 운영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키즈카페가 다른 사람에게 아이에 대한 돌봄을 요청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이용하는 대상이 아이들이라면 운영하는 업주 역시 이에 맞는 안전 의식과 제도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부모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이익을 얻는 일부 업체의 부주의가 도를 넘어서는 단계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들로 인해 지금도 선한 마음으로 열심히 운영 중인 키즈카페 사업주들에게 괜한 피해가 가지 않길 바란다. 나 또한 아이의 즐거웠던 날들과 어린시절 추억의 절반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좋은 취지에서 운영하기 시작한 그 공간을 이용하는 대상이, 아이들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제발 다시는 이렇게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명확하고 구체적인 사회 안전망이 확보되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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