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만들어야 할 법칙은 아직도 많다!

입력 2022. 8. 1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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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文魚)는 오징어와 같은 두족류 연체동물이지만 그 영리함은 애완동물 수준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지능이 높아 그 이름에 글월 문(文)자를 쓴 것 같지만, 실은 글 좀 배운 사람들을 ‘먹물’이라 하듯이, 문어가 먹물을 쏘니까 약간 시니칼한 이름이 붙은 것 같다. 우리는 2010년 월드컵에서 결승전까지의 우승국을 족집게처럼 일곱 번이나 연속하여 맞춘 점쟁이 문어 ‘파울(Paul)’을 기억한다. 둘 중 하나를 맞추는 확률 50%의 O, X 문제를 일곱 번 연속으로 맞힐 확률은 0.78%이다. 문어 파울의 예언 적중율은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가 우승국으로 지목하면 무조건 진다’ 라는 ‘펠레의 법칙’과 비교되었다. 파울은 축구 대결 국가의 국기가 그려 있는 두 개의 유리 상자 중 하나를 택하는 것으로 예언을 했다.

문어가 승자를 알아 맞힌다면 해태(廌; 해태 치)는 선악과 시비를 판단하는 판관(判官)으로서 패자와 악인을 가려 냈다. 온몸은 비늘로 덮여 있고 머리에 외 뿔이 있는 상서로운 동물 해태는 재판에서 나쁜 사람을 지목하고, 머리로 그를 밀어서 물에 빠지게 한다. ‘해태가 물까지 몰고 가는 것’이 법(法)이었기에 그 상황을 표현하는 즉, 물 수 변(氵)에 해태 치(廌) 그리고 갈 거(去)자를 조합한 글자가 오리지널 ‘법 법(灋)’자이다. 이 한자는 복잡하므로 쓰기 편하게 해태(廌)를 뺀 약자로 쓰니 지금의 법(法) 자가 되었다. 해태는 지금 국회의사당 앞에서 할 일 없이 먼 산만 쳐다보고 있다. 차라리 서초동 법원 앞에 갔다 놓으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법 법(法) 자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 가는 것’을 나타낸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노자(老子)가 ‘최고의 선(善)은 흘러가는 물과 같다’ 즉, ‘상선약수(上善若水)’ 라고 <도덕경>에서 설파하였으니 ‘흘러가는 물’은 법이 아니고, 법 이전에 인간이 추구해야 할 도덕적 가치이며 인격이다. 물이 표상하는 도덕성을 나열한다면, 물은 항상 자신을 낮추어 낮은 곳으로 가고, 만물과 화합하여 남을 깨끗하게 하되 억지로 자신의 모습을 고집하거나 드러내지 않으며 또한 서로 앞서 가기를 다투지 아니한다는 것 등이다. 물처럼 사는 것이 도덕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최고의 선으로 임의적인 것이라면, 법은 지키지 않으면 해태에 의해 물에 빠져 죽을 수도 있는 강제규범이다. 법과 도덕은 교집합을 가지지만, 강제와 임의라는 면에서 법은 ‘도덕의 최소한’ 이다.

법이 집단 구성원의 강제규범이라면 법칙은 무엇인가? 자연과 사회현상에서 보편적 경험으로 입증되며, 우연이 아닌 인과관계가 있는 객관적 실재를 ‘법칙’이라 부른다. 법칙은 현상과 경험을 통해 ‘발견한 법칙’과 인간의 노력으로 ‘만든 법칙’, 이렇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만유인력은 ‘발견한 법칙’이고, ‘펠레의 법칙’은 경험상 ‘만든 법칙’이며, 파울의 예측은 인과관계가 없어 법칙이 아닌 우연이다.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우연은 필연의 한계상황이다.

현재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은 모든 정보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형식으로 전환된 디지털혁명(Digital Revolution)이 정보통신 분야에서 기초를 튼튼히 깔아 놨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 디지털혁명은 다음 3개의 탁월하고도 정확한 예측을 ‘법칙’으로 만들었기에 실현될 수 있었다.

첫번째로 광대역 통신의 발전으로 1초 동안 송신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은 1년에 3배씩 증가한다는 길더의 법칙(George Gilder's Law)이다. 둘째로 메트칼프의 법칙(Bob Metcalfe's Law)이다. 이는 네트워크(통신망)에서 이용자가 증가하면 비용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그 네트워크의 가치는 이용자 수의 제곱으로 급증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통신사의 가입자가 많을수록 그 통신사의 가치는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비트코인 투자자가 많아 질수록 그 가치는 올라간다. 그러나 투자자 증가에 따른 가치 상승분보다 시가가 더 높게 과대 평가되었기에 가격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4년 전에 어떤 학자가 예측했다.

마지막이 반도체 업계에서 신화처럼 회자되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다. 반도체 업계의 제왕인 인텔(Intel)사의 공동창업자 고든 무어(Gordon Moore)는 “반도체 집적회로 속 단위 면적당 트랜지스터의 수가 매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하고 가격은 더 저렴해질 것이다”라는 예측을 1965년에 한 잡지에 발표했다.

1981년 빌 게이츠는 놀랍게도 이런 말을 했다. ”개인용 PC는 640K 메모리면 족하다.” 빌 게이츠조차 이렇게 생각하였으니, 무어의 예측은 그 발표 당시 얼마나 많은 비웃음을 받았는 지 가늠할 만하다. 10년 뒤 1975년 그의 예측은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자, 캘리포니아 공대의 카버 미드(Carver Mead) 교수는 예측이 아니라 “법칙”이라고 부르면서 인류 역사에 ‘만든 법칙’ 하나를 추가하였다.

무어의 법칙은 최고의 혁신과 부를 창출한 역대급이다. 사실 그것은 반도체 업계의 장기목표 설정이었다. 무어의 법칙대로 45년 후인 2010년에 트랜지스터는 10억배로 증가하였고 성능도 10억배로 향상되었으며, 소비자가 체감하는 비용은 18개월마다 절반씩 떨어졌다. 20세기 초, 석유산업과 자동차산업은 서로가 서로를 키워주는 상생 관계로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여 동반 성장하였다. 마찬가지로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를 사용하는 컴퓨터, 가전제품, 자동차, 휴대폰 등 관련 산업의 급속한 발전을 가져왔고, 그들은 다시 반도체 수요를 견인했다.

2000년 이후 공교롭게도 무어 법칙 속도를 추월하는 ‘황의 법칙’이 두 개나 더 발표되었다. 우리나라 제1의 반도체 회사 대표는 그들이 개발한 메모리 반도체의 성능이 1999년부터 매년 두 배 씩 증가하였다는 ‘황의 법칙(Hwang's Law)’을 발표하였고, 세계적인 자율주행자동차 CPU 개발회사의 대표 젠센 황(Jensen Huang)은 인공지능을 구동하는 반도체의 성능이 매 2년마다 두배 이상씩 가속도를 붙여 진화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지난 50년 넘게 그 존재감을 과시하던 무어의 법칙도 이제 3 나노(nm) 회로 양산까지 왔으니 그 물리적, 기술적 그리고 경제적 한계에 봉착하였다고 보는 시각이 많아졌다. 3 나노 이하의 미세 가공기술에서 그 비용의 상승과 성능 향상은 서로 비례하지 않는다. 나노에서 반도체 성능 향상에 장애로 작용하는 물리적 한계로는 터널효과(Tunnel Effect)와 양자 점프(Quantum Jump)가 지목되고 있다.

그러므로 전문가들은 이젠 트랜지스터의 수에 의존하는 전통적 성능 향상에서 벗어나 다른 방법을 모색하여 무어의 법칙이 계속 유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디바이스 전체의 시스템을 재설계하여 효율을 높이고, 웨이퍼 상의 다이를 여러 층으로 쌓는(Stacking) 등 패키징 기술의 고도화를 추진하며, 실리콘보다 더 빠른 전자 이동 속도를 가진 소재 또는 양자 컴퓨터의 개발 등이 무어의 법칙을 연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술로 거론되고 있다.

컴퓨터, 자동차, 통신장비 등에서 무어의 법칙이 정지된다면 미래 4차 산업혁명의 진행도 정지될 수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성능 향상 없는 신제품은 살 이유가 없다. 뉴톤 이후 많은 과학자들은 자연법칙을 발견할 때 그것은 곧 신의 섭리를 이해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가 발견해야 할 신의 섭리는 아직도 많다. 또 인간의 창의력과 융합적 사고가 마르지 않는다면 지속성장을 위해 만들어야 할 법칙도 아직은 무궁무진하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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