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與 운명, 법원 손에 넘어간 날..주요 쟁점은?

박경준 입력 2022. 8.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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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7일 오후 3시, 서울남부지방법원 310호 법정. '주호영 비대위' 출범 하루 만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법정에 섰습니다. 자신이 낸 '비대위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의 첫 심문이 열렸습니다. 이 전 대표와 국민의힘 측은 비대위 적법성 등을 놓고 1시간가량 치열한 법리 공방을 펼쳤습니다. KBS는 양측이 법원에 낸 '답변 요지' 등을 근거로 주요 쟁점을 살펴봤습니다.


■ 쟁점① 최고위원 사의…효력 발생 시점은?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배현진 의원은 "오늘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틀 뒤인 31일 조수진, 윤영석 의원도 최고위원직을 던졌습니다.

세 사람 모두 사퇴를 '선언'했지만 사퇴서를 제출한 시점은 제각각입니다. 조수진 의원은 8월 1일, 윤영석 의원은 8월 2일 10시 15분, 배현진 의원은 8월 9일 당에 사퇴서를 냈습니다.

그런데 윤영석 의원이 사퇴서를 제출하기 1시간 전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열렸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 윤영석, 배현진 의원 등 4명은 이 회의에서 비대위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전국위 소집 요구안'을 의결했습니다.

이번 소송의 첫 번째 쟁점은 바로, 이 회의가 적법했느냐 여부입니다.

이 전 대표 측은 배현진 의원이 지난달 29일 최고위원직을 던지면서 '오늘'이란 시점을 특정한 걸 공격 포인트로 삼습니다. 즉 사퇴 의사를 표시한 즉시 '사퇴 효력'이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 전 대표 측은 "사퇴 의사는 상대방에 도달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한다""그런데도 최고위원을 사퇴한 위원들이 다시 출석해 낸 의견은 절차상 하자가 중대하고, 의결 정족수도 불충족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예외 조항이 있긴 하지만 배 의원이 언론 앞에서 '오늘'이라 명시적으로 의사 표시를 했기에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사퇴는 '정치적 선언'이었을 뿐 공식적으로 사퇴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기에 여전히 최고위원 지위가 살아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사퇴 의사 표시는 국민의힘에 전화를 하거나 (사퇴서를) 팩스를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도달해야 한다"며 "SNS나 언론에 발표했다고 (사퇴가) 완료되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설사 최고위 의결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규정에 따라 8월 2일 상임전국위원 54명 가운데 4분의 1 이상(19명)이 소집 요구를 한 만큼 하자가 치유됐다"며 "의결은 적법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국민의힘 측 변호사


■ 쟁점② 국민의힘이 '비상상황'?

현행 국민의힘 당헌은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요건'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96조(비상대책위원회)
①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안정적인 당 운영과 비상상황의 해소를 위하여 비상대책위원회를 둘 수 있다.

양측은 현재 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해석할지를 놓고도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먼저 이준석 전 대표 측은 '당 대표의 궐위 상태'라는 표현을 공격 포인트로 삼았습니다.

자신이 받은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에 대해 "권성동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와 최고위 회의에서 '궐위'(사망·사퇴 등으로 더 이상 직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닌 '사고'(일시적으로 직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라고 의견을 모은 바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사고'라고 결론지었던 것을 다시 '궐위'로 바꿔 주장하는 건 모순이자 '신의성실 원칙' 위배"라는 입장입니다.

또 다른 비대위 요건인 '최고위의 기능 상실'에 대해서도 반박합니다. 당헌 제27조 3항을 근거로 "선출직 최고위원들이 사퇴 등의 이유로 궐위 상태라면,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전국위에서 다시 선출하게 되어 있다"며 '기능 상실'이 아니라 주장했습니다.

특히 국민의힘 주장대로 최고위원들이 사퇴를 안 했다면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고, 사퇴를 했다면 의결에 참여할 수 없는 '논리적 모순'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곁들였습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정치 집단인 정당 입장에선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상황 자체가 '비상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맞섰습니다. 또 "당 대표 임기 2년 중 6개월 당원권 정지는 '궐위'에 준하는 상태"라며 이는 '비상 상황'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국민의힘 측은 아울러 해석 논란을 막기 위해 상임전국위의 유권해석도 받았다고 했는데요. 실제로 8월 5일 열린 상임전국위는 현 상황에 대해 '비상 상황'이란 해석을 내린 바 있습니다.

■ 쟁점③ 'ARS 전국위'의 합법 여부

끝으로 양측은 '비대위 전환'을 의결한 전국위원회의 의결 방식을 놓고도 다퉜습니다.

여기서는 정당법 32조가 소환됐습니다.

제32조(서면결의의 금지)
①대의기관의 결의와 소속 국회의원의 제명에 관한 결의는 서면이나 대리인에 의하여 의결할 수 없다.

이 전 대표 측은 이 조항을 근거로, "ARS(자동응답방식) 의결로 진행된 8월 9일 전국위는 의사정족수를 전혀 확인할 수 없고, 반대 토론권도 전혀 보장되지 않는 등 절차적 하자가 명백하다"고 주장했습니다.

'ARS 의결' 선례가 있긴 하지만, 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코로나19 집합금지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절차의 진행이 어려울 때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정당법 32조가 있다고 해 개별 구성원의 자유의사가 분명히 확인되는 ARS 의결이 금지되는 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8월 9일 비대면 회의에서도 707명의 접속 기록이 있고, 유튜브로 생중계되며 본인 확인을 거쳐 ARS 투표를 진행했으니, 법 위반이 아니라는 겁니다.

■ 재판부 "신중히 판단해 조만간 결정"

서울남부지법 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양측의 주장을 듣고, 때로는 질문을 하며 1시간가량 심문을 이어갔습니다. 이후 남부지법은 "결정은 오늘(17일) 나오지 않습니다. 신중히 판단하여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라고 합니다"라고 재판부 입장을 전했습니다.

숱한 비판과 우려에도 이준석 전 대표와 집권 여당이 법원의 손에 운명을 내맡긴 날은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 취임 꼭 100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모두 이긴 정당이 곧바로 내분에 휩싸인 희한한 상황. 국민의힘이 '비상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상 상황'이 아닌 건 확실해 보입니다.

박경준 기자 (kjpar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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