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비둘기 언급'에도 뉴욕증시 하락..여름 잔치 끝났다(?) [월가월부]

김인오 2022. 8. 18.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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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뉴욕증시 4대지수 동반 하락
연준 7월 FOMC 회의록 공개된 날
'자이언트스텝→빅스텝' 예상 불구
소비 부진·침체 우려 새삼 부각
'9월 7일 아이폰14 출시설' 애플 외
빅테크 등 전반적으로 매도 흐름
미국 원유재고 줄자 유가 다시 상승
골드만 "내년에도 100달러 넘을 듯"
[출처 = 애플]
미국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로 마감했습니다. 하루 전날 다룬 [썸머 랠리타고 급등한 아이온큐…월가 "9월엔 조정장 올 것"] 기사를 통해 그간 많이 올랐던 미국 주식 주가가 조정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다뤘는데 그러기가 무섭게 증시가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네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강도 긴축 정책을 조금 완화해야 한다는 비둘기스러운 발언을 한 것이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매도세가 더 컸습니다. 국제 유가는 다시 올라섰습니다.

애플, 다음 달 '아이폰14 출시설'…나머지 빅테크는 하락 마감

 17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연준이 향후 기준금리 인상폭을 줄일 수 있다고 시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전날보다 각각 0.72%, 0.50% 하락해 거래를 마쳤습니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주가지수와 '중소형주 중심' 러셀2000 지수는 각각 1.25%, 1.64% 떨어졌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2.48% 떨어졌습니다.

전날에도 빅테크 주가가 하락했는데 17일에는 애플을 제외한 나머지 빅테크 기업들 주가가 역시나 하락 마감했습니다. 알파벳(GOOG ▼1.79%)과 아마존(AMZN ▼1.85%) 이 대표적입니다. 애플(AAPL △0.88%) 주가가 오른 건 신 제품 출시 예상 보도가 나온 덕입니다. 애플이 다음 달 7일 아이폰14 를 출시할 것이라는 블룸버그 보도가 나왔는데요. 새로운 맥 제품과 보급형·고급형 아이패드, 애플 워치 3종 등 새 제품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 소식 덕에 뉴욕증시 '빅테크 7총사' 중 유일하게 애플만 주가가 올라 1주당 174.55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장중 연준이 공개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보면 위원들은 그간의 긴축 정책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어느 시점이 되면 긴축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발언했습니다. 긴축 정책은 크게 금리 인상과 양적 축소(QT) 작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요. 특히 연준이 올해 5월 빅 스텝(한 번에 금리를 0.05%p올리는 것), 6월과 7월에 각각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p올리는 것)을 단행했는데 이렇게 금리를 많이 올렸으니 물가 안정 효과가 있을 지 숨 돌리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발언이 7월 FOMC 정례회의에서 나온 것입니다. 현재 연방 기금금리는 2.25~2.50%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금리 인상 작업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인상폭을 줄일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인데요. 자이언트 스텝이 아니라 빅 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식입니다. LPL 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나올 경제 지표가 깜짝 놀랄 만한 수치를 기록하지 않는 한 연준이 오는 9월 FOMC 정례회의에서 0.50%p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래도 그간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폭 완화'를 비둘기 어조로 해석을 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7일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한 이유를 찾아 보자면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유통 기업들이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새삼 민간 소비 위축 리스크가 부각됐습니다. 미국은 민간 소비가 경제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데요. 16일 장 마감 후 발표된 타겟(TGT ▼2.72%)의 직전 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타겟은 물가 급등 탓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것을 우려해 재고품 가격을 대폭 할인하는 행사도 펼쳤는데 이익이 1년 전 같은 기간대비 90% 급감했습니다. 지난 7년간 엄청난 성장세를 자랑해왔는데 처음으로 2분기 연속 연간 이익이 감소했고 특히 1분기(-40%)보다 이번 분기 이익 감소율이 두드러졌어요 . 타겟의 직전 분기 1주당 순이익(EPS)는 0.39달러로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0.72달러)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실적 악화가 타겟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뉴욕증시 매수 심리를 위축시켰습니다. 같은 날인 17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7월 소매 판매' 증가율은 6월과 똑같았습니다. 6월에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높았고 7월에는 물가 상승세가 수그러드는 듯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매 판매가 늘어나지 않은 셈입니다.

둘째는 글로벌 경제 침체 우려가 새삼 부각됐습니다. 에너지 부족 문제가 심각한 유럽의 경우 영국의 7월 물가 상승률이 10.1%로 집계돼 198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부동산 침체 등 경제 둔화 우려가 큰 중국에서는 리커창 총리가 6개 성 지역 경제 성장 촉진을 강조한 것이 오히려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시티그룹의 네이선 시트 분석가는 "글로벌 경제가 침체를 가까스로 피할 것으로 보지만 지역 별로 보면 유럽 경제 침체가 예상보다 더 심각할 수 있고, 중국에서는 당국의 경기 부양책이 의도에 못 미치는 효과를 낼 가능성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맨해튼의 한 베드배스앤드비욘드 매장 [사진 = 김인오 기자]
 펀더멘털과 큰 상관없이 급등락한 종목도 있죠. 미국 중소형 기업 중 요즘 계속 한국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밈 주식'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Y) 입니다. 이 업체 주가는 17일 본 거래에서 11.77% 오르면서 23.08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 시간 외 거래에서 15.94% 떨어졌습니다.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라이언 코헨 게임스톱 회장이 베드배스앤드비욘드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콜 옵션을 사들였다는 소식이 전날 전해지면서 주가가 급등세를 이어왔는데요. 하루 만인 17일 장 마감 후에는 코헨 회장이 본인 투자사인 RC벤처스를 통해 베드배스앤드비욘드 보유 주식(945만 주)을 전부 매도할 것이라고 신고했다는 소식이 나오다 보니 주가가 들썩였습니다.

채권·외환·상품 시장은 어떻게 움직였을까요?

우선 상품 시장을 보면, 국제 유가가 다시 올라섰습니다. 17일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10월물은 전날보다 1.78% 올라서 1배럴 당 87.69 달러, 브렌트유는 1.42% 올라 93.65 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미국 원유 재고량이 예상 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인데요.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원유 재고' 발표에 따르면 지난 12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4억2495만4000배럴)는 직전 주간보다 705만6000배럴 감소했습니다. 전문가들은 10만 배럴 증가를 예상했는데 오히려 재고가 줄어든 셈입니다.

공급 측면에서 이란 발 희소식 기대도 잠잠해졌습니다. 이번 주 에너지 시장에서는 핵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핵 합의) 복원 여부가 관심사였는데요. 이란 측이 유럽연합(EU)가 내놓은 최종 중재안에 긍정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낙관론이 많았는데 현재로서는 눈에 띄는 소식이 없는 분위기입니다. 앞서 16일 골드만삭스의 캘럼 브루스 연구원은 "이란이 본격적으로 원유 공급에 돌입하더라도 내년 브렌트유 시세는 기존 전망(125달러)보다 5~10달러 떨어지는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또 그는 "이란 핵 합의가 단기간에 타결될 가능성이 낮다"면서 "만약 타결이 되어도 이란산 원유가 본격 공급되기까지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내년까지 원유 공급이 실질적으로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한편 천연가스 대란이 심각한 유럽의 경우 대표적인 지표인 네덜란드 TTF 10월물 가격이 전날보다 0.41% 떨어져 1메가와트시(Mwh) 당 229.718유로에 마감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입니다.

채권 시장을 보면요. '시중 장기 금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전날보다 7bp(1bp=0.01%p) 올라 2.89%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아직은 3%를 밑돌고 있습니다.

외환 시장에서는 달러화 강세가 이어집니다. 6개 주요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141% 올랐습니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0.08% 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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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 김인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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