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절차 무시한 배달업 공제조합 설립 속도내기 안 된다

배동주 기자 입력 2022. 8. 18.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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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내기에만 매몰됐다. 절차조차 무시되고 있다.”

정부의 ‘소화물공제조합’(통칭 배달업 공제조합) 설립 추진을 바라보는 배달 플랫폼 기업들의 반응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월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 등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운영사는 물론 배달대행사까지 총 9곳 업체를 불러 모아 설립 협약을 맺고, 연내 출범을 밀어붙이고 나서면서다.

소화물공제조합은 배달 수요 증대로 배달 이륜차(오토바이) 운행이 늘었지만, 정작 사고 등 안전 관리와 기사 권익 보호가 미흡하다는 데서 시작됐다. 배달 이륜차의 경우 일반 이륜차 대비 11배가량 보험료가 비싸, 영업용 이륜차의 보험가입률은 18%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됐다.

국토부는 배달 플랫폼과 공제조합을 설립한 뒤 조합을 통해 보다 저렴한 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보험가입률 상승을 유도한다는 계획을 정했다. 이를 위해 초기 출자금 규모를 140억원으로 정하고, 협약식 참여 9개 기업으로의 출자금 분담 납부까지 요청했다.

문제는 절차다. 국토부는 지난해 2월 ‘소화물 배송대행 공제조합 설립 방안 연구 용역’에서 얻은 용역 결과를 토대로 일단 공제조합 설립만을 추진하고 있다. 선행 조건이었던 기업들의 ‘소화물 배송대행 서비스 인증’도 끝내지 않은 채 이달 내 창립총회 계획부터 정했다.

소화물 배송대행 서비스 인증은 신고만 하면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이륜차 배달업의 안전 관리를 위해 국토부가 꺼낸 안전 대책이었다. 배달 기사 안전 교육, 보험 정책, 표준 계약서 작성 여부, 서비스 안정성 등 심사 과정을 거친 뒤 우수업체를 인증 기업으로 선정한다.

앞서 국토부는 해당 인증을 받은 업체만으로 공제조합을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1년 1월 제정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시행령에도 해당 내용을 포함, 난립하는 배달 대행업체들의 무분별한 공제조합 참여를 막기로 했다. 공제조합의 공익성 강화 의도도 깔렸다.

하지만 현재 국토부가 협약에 참여시킨 배달 플랫폼사 9곳 중 소화물 배송대행 서비스 인증을 마친 곳은 배달의민족의 배달 기사 운영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과 배달대행사 바로고 등 2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6곳 업체들은 아직 신청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심의를 절차를 감안하면 이미 연내 출범은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서류 심사, 현장 실사 등으로 이뤄지는 탓에 앞선 2개 업체의 인증에만 2개월 넘게 걸렸기 때문이다. 이달 중 남은 6개 업체가 소화물 배송대행 서비스 인증을 신청한다 해도 11월 말에나 요건이 충족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토부는 최근 6개 업체로 빠른 신청, 허술한 심사까지 종용하고 있다. 지난달 국토부는 공제조합 설립 협약에 참여한 배달 플랫폼사를 한자리에 모아 빨리 인증을 신청하라는 말을 전했다. 인증을 대행하는 업체에선 왠만해선 인증될 것이란 말이 돌고 있다.

공제조합 설립이 졸속으로 추진되다 보니 업계 불안은 커지고 있다. 국토부가 협의체 회의를 열고 있지만, 모든 논의가 설립 일정에만 매몰되는 탓이다. 협의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는 한 배달 플랫폼사 임원은 “조합 설립 이후에 대한 논의는 진행조차 안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공제조합은 설립 자체로 끝이 아니다. 업체들이 나눠 낸 140억원 출자금으로 만들 수 있는 보험 상품이 정말 경쟁력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 2월 연구 용역을 토대로 15% 저렴한 보험 상품을 설계했지만, 1년 넘는 시간이 지나면서 속속 20% 저렴한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지속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 140억원 규모 출자금을 내서 만드는 공제조합에서 별도의 수익사업이 없는 탓이다. 결국엔 참여 기업의 추가 출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출자 참여 기업에 대한 세제 등 혜택 논의도 일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배달 기사들의 안전 관리는 필수가 됐다. 그러나 면밀한 조사와 분석이 빠진 채 공제조합이 출범한다면, 결국 이는 참여 기업들의 비용 낭비와 배달 기사들의 외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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