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View] 불균형한 투자 포트폴리오, 지금 바꿀때

전선형 2022. 8.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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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브라이스(Steve Brice) SC그룹 최고투자전략가(CIO)
[스티브 브라이스 SC그룹 최고투자전략가(CIO)] 자산관리(WM) 고객을 만나보면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가진 투자자들도 있지만, 주식이나 채권과 같이 하나의 자산에 집중 투자하는 고객들도 많다.

그러나 어떤 유형의 투자자라도 올해는 숨을 곳이 없다. 글로벌 주식은 20% 가까이 하락했고 중앙은행의 긴축으로 인해 채권시장도 크게 타격을 입었다. 올해 초 안전자산 역할을 했던 금도 고점 대비 10% 가량 하락했다. 그나마 다양한 자산의 가치가 동반 하락했다는 점이 다음 단계를 계획하는 투자자들에겐 한 줄기 희망이 될 수 있다.

올해 우리는 흔치 않은 시장을 겪었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급락하면 신용도가 높은 우량채권의 가격은 상승한다. 그리고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질 때 주식은 하락하고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라 금리도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때 통상 채권 가격은 오른다. 한편 채권 가격이 하락할 때(즉 금리가 상승할 때) 투자자들은 성장에 대해 낙관적이며, 이는 기업이익을 기대하게 하고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주식과 채권의 역의 상관관계는 투자자들에게 득이 될 수 있다. 포트폴리오에서 한 자산의 손실이 다른 자산의 이익에 의해 어느 정도 상쇄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투자자들에게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을 조언한다.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는 일관성 있는 투자 성과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잘못된 타이밍에서 팔고 싶은 욕구에 굴복할 리스크도 줄여줄 수 있다.

투자자가 하나의 자산에 과도하게 투자했다가 그 자산의 가치가 급락한 경우 뒤늦게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과정은 매우 고통스러울 수 있다. 이미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보다 손실 폭이 더 클 뿐만 아니라 다른 자산들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올라가는 탓에 그 손실을 만회하려는 다각화에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할 것이다. 심지어 여유 자금이 없는 상태에서 투자 대상을 다각화하려고 현재 보유분을 파는 경우에는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투자자가 보유 자산을 팔면서 얻을 수 있는 가치는 과거보다 줄어드는 반면 새로운 자산을 사는 비용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왜 주식과 채권 가격의 역의 상관관계가 무너지고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했을까. 정답은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 탓에 중앙은행들의 고강도 긴축이 심화되고 이것이 경제성장의 목을 조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 사항이다. 채권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을 기피하고 주식 투자자들은 경기 침체를 두려워한다. 이처럼 인플레이션, 고금리, 경기 침체 우려가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주식과 채권 가격의 동반 하락을 부채질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른 징후들이 보이는 가운데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특정 자산에 집중 투자한 사람들은 이 기회에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다양한 자산을 담아야 한다. 물론 집중된 자산을 파는 과정에서 일부 손실을 각오해야 하지만 매수 자산도 가격이 낮아진 상황인 만큼 불균형한 포트폴리오의 ‘치유’ 비용도 더 낮아졌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올해는 현금 비중을 높게 가져간 투자자가 가장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주식과 채권 모두 가격 부담을 덜고 저평가 국면에 있는 지금이야말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최적의 시점이라고 본다. 자산 배분은 채권, 주식 등 전통 자산에 국한하기보다 사모 회사채, 사모 부동산과 같은 비전통 자산도 포함할 수 있다. 지속적인 현금 보유의 경우 명목 가치는 유지할 수 있지만 올해를 비롯 향후 수년 간의 인플레이션 국면을 전망해보면 결과적으로 실질 가치는 계속 하락할 것이다.

최근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자산 배분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한 투자자들은 손실에 연연하기보다 기존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투자 방법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찾길 바란다. 좀 더 다양한 자산을 통해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는 지금의 기회를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

전선형 (sunnyj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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