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거물, 구글·디즈니 떠나 한인 스타트업 합류한 이유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2022. 8. 18.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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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실밸 레이더]

최근 미 실리콘밸리의 한인 유니콘인 몰로코(Moloco)에 테크 업계 유명 인사가 합류했다. 구글의 모바일 앱 광고 비즈니스 매니징 디렉터와 게이밍 클라우드 매니징 디렉터를 역임했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의 인도 사업인 ‘디즈니+ 핫스타’ 사장을 맡았던 수닐 라얀이 몰로코의 최고사업책임자(CBO)로 온 것이다.

수닐 라얀 몰로코 CBO. /몰로코

그는 사업을 키우는 데 전문가다. 2020년 디즈니가 구글에서 수닐 라얀을 스카우트하면서, “수닐은 세계적인 성과를 거둔 흥미로운 인재”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그는 6년간 구글의 모바일 앱 광고 비즈니스를 총괄하며 매출을 10배, 시장 점유율을 3%에서 35%로 늘렸다. 디즈니+ 핫스타에서는 2년간 구독자 수를 수백만명에서 5000만명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몰로코는 작년 유니콘이 된 스타트업이다. AI 머신러닝(인공지능 기계학습)을 통해 사용자의 간접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들에게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구글, 디즈니+ 핫스타에서 잘 나갔던 수닐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몰로코에 합류했다는 사실은 실리콘밸리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15일(현지시각) 실리콘밸리에서 수닐 라얀을 만나 모두가 궁금할만한 질문을 던졌다. “규모가 크고 잘 나가는 회사를 놔두고 몰로코로 온 이유가 뭔가?”.

맞춤형 광고 전문기업 몰로코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공유 오피스 업체 스파크플러스에 마련한 한국 사무실 내부 모습. /스파크플러스

◇빅테크에 없지만 몰로코에 있는 2가지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3가지 이유를 댔다. 첫째는 광고 비즈니스 시장의 성장, 둘째는 몰로코의 기술력, 셋째는 덜 알려진 회사를 제2의 구글과 아마존으로 성장시키려는 도전 정신이다. 그는 “몰로코의 기술력은 구글과 디즈니의 기술과 동등하다고 느꼈다”며 “구글에서 머신러닝 최고 엔지니어들은 광고 비즈니스가 아닌 다른 영역에 있지만, 몰로코에는 베스트 엔지니어들이 성장하는 광고 영역에 있다”고 했다.

몰로코는 이용자가 쓰는 앱, 시간, 위치, 사용 기기 등 공개된 간접 정보를 AI 머신러닝으로 종합 분석해 맞춤형 광고를 한다. 이 기술은 애플이 아이폰 이용자의 개인정보 추적을 금지해 맞춤형 광고가 어렵도록 한 정책을 피할 수 있다. 아이폰에서 나오는 직접 정보가 아닌 여러 간접 정보를 바탕으로 타깃 광고를 하기 때문이다. 수닐도 이러한 몰로코의 기술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몰로코의 광고 기술은 광고의 효과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며 “이는 수많은 소상공인에게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다.

그는 구글과 디즈니 등 빅테크 기업엔 없지만 몰로코에 있는 2가지가 있다고 했다. 바로 집중력과 스피드다. 수닐은 “몰로코는 겸손하지만 구글만큼의 야망이 있다”며 “우리는 우리의 기술로 광고주들에게 어떻게 혜택을 줄 수 있는지 집중한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내놓는 데 일반적으로 빅테크가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면, 우리는 1~2달 정도에 할 수 있다”고 했다.

안익진 몰로코 대표. /몰로코

◇매년 2배로 커지는 몰로코

몰로코에 대한 수닐의 평가가 허언은 아니다. 작년 5월 기업가치 15억달러(약 1조9700억원)가 된 몰로코는 매년 2배로 성장하고 있다. 작년 매출액 1억달러를 달성했고, 올해는 2억달러 달성이 유력하다. 몰로코는 IPO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선 내년쯤 상장을 시도할 것으로 본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몰로코의 입지는 확대되고 있다. 엔지니어들 사이에선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의 뒤를 잇는 ‘몰두센(몰로코·두나무·센드버드)’라는 말이 회자된다. 안익진 몰로코 대표는 “우리의 기회를 보고 구글과 페이스북 등에서 많은 인재들이 합류하고 있다”며 “우리의 이름은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몰로코는 수닐의 영입을 토대로 글로벌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몰로코는 미국, 한국, 싱가포르 등 전 세계 8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나온다. 안 대표는 “아직은 큰 이름이 아니지만, 우리의 이름을 전 세계에 인식시킬 것”이라며 “우리는 구글·아마존 등을 잇는 최고의 테크 기업이 될 것이고, 거기로 향하는 길 위에서 달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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