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 1라이선스 규제 완화..생보-손보 치열한 물밑싸움

김희정 2022. 8. 1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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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 "손보 자회사 설립까지" vs 손보 "판매채널 종목 중복만"
이해관계 차이로 업권간 해석 엇갈려

보험업권 대표적인 규제중 하나인 '1사(社) 1라이선스 규제 완화'를 놓고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의 물밑싸움이 치열하다. 업권간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서다.

생보업계는 생보의 손보 자회사 설립 등 업권을 넘나드는 '빅뱅'급 유연화 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손보업계는 동일 업권내 판매채널과 보험종목의 중복만 허용하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보험업계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1사 1라이선스' 규제는 1개 계열 및 금융그룹이 각 1개의 생보사와 손보사만 설립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규제다.

신한금융그룹이 신한라이프와 신한EZ손보 각각 1개의 생보사, 손보사만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 규제 때문이다. 다른 생보사를 인수할 경우 기존 계열 생보사와 반드시 합병해야하는 원칙에 따라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신한라이프로 합병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 1개 계열 및 금융그룹이 복수의 라이선스를 받기 위해서는 보험 영업망인 판매채널을 완전히 분리해야 하고, 보험종목도 달리해야 한다. 한화그룹이 한화손보와 캐롯손보 2개의 손보 라이선스를 가질 수 있었던 배경이다. 캐롯손보가 자동차보험 온라인 판매채널을 전담하는 대신 한화손보는 온라인 채널로 자동차보험을 판매하지 않는다.

'1사 1라이선스 완화' 정해진 건 없다

1사 1라이선스 규제 완화를 금융당국에 건의한 건 생보협회다. 관건은 '라이선스'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다. 생보업계는 '손보 라이선스를 가진 자회사를 소유'하는 파격적인 수준을 원한다. 생보업계 주장대로 흘러가면 생보와 손보의 경계가 사실상 허물어지고 보험사만 남게 된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현행과 같이 1사 1라이선스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동일그룹내 생보사와 손보사를 보유한 삼성·한화·NH농협·DB·KB 등 대부분의 금융그룹이 소액단기전문(미니보험)보험사나 특화 전문보험사를 설립할 수 없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최소 20억원의 자본금만 있으면 소액단기전문보험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보험업법 시행령을 개정했지만, 하겠다고 나서는 보험사가 전무한 배경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관련기사 : 640만 가구가 기다린 저렴한 반려동물보험 나온다(2021년5월25일)

생보사 한 관계자는 "규제가 업계 의견대로 완화하면 새로운 사업을 영위하면서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반면 손보업계는 1사 1라이선스 규제 완화가 적용되는 건 모회사와 자회사간 판매채널과 보험종목의 중복을 허용하는 수준이라고 선을 긋는다. 현행 보험업법 체계안에서 경영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차원이다.

보험업법상 생보와 손보의 겸영 제한이 분명하다는 게 주된 근거다. 겸영 제한은 쉽게 말해 한 보험사가 생보·손보 두 개의 보험영역을 전부 영위할 수 없게 하는 걸 말한다. 생보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 완화 방향과는 결이 다르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이 원칙이 무너지면 향후 거대 위험이 발생했을 때 제때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등 막대한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 등 주요 보험선진국 역시 생보와 손보를 함께 운영하는 겸영 보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도 이런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깝게는 지난해 금융위원회 업무계획에도 '상반기 중 1사 1라이선스 정책 유연화에 대한 세부기준을 마련한다'는 내용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두 업계의 의견수렴 이후 이렇다할 진전이 없다는 전언이다. 그만큼 이 사안을 두고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걸 의미한다. 

성장동력 떨어진 생보 '돌파구' 찾기

겉으론 소비자 편익과 보호를 앞세우고 있지만, 두 업권 주장이 엇갈리는 진짜 이유는 이해득실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성장 둔화로 새 먹거리를 찾아 나선 생보와 이를 저지하려는 손보의 대결이다.

실손의료보험, 암보험 등 제3험까지는 생·손보가 공통으로 판매하는 등 겸영 허들이 낮아졌지만 화재보험·해상보험·보증보험 등 물(物)보험 중심의 일반손해보험은 아직 손보 고유의 영역이다. 핵심은 일반손해보험이 블루오션으로 불릴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데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손보업계의 원수보험료(매출)는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일반손해보험(8.8%)의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었다. 같은 해 생보업계가 변액저축성보험(6.2%) 판매 확대에도 불구하고, 보장성보험(-0.7%)과 일반저축성보험(-7.8%) 실적 둔화로 전년대비 0.6%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관련기사 : 생보 자리 넘보는 손보…수입보험료 역전 '코앞'(4월7일)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생보는 시장 포화로 원수보험료 외에 신계약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며 "1사 1라이선스 규제가 생보업권 바람대로 대폭 완화되면 디지털 손보 자회사를 시작으로 손보 영역을 빠르게 잠식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생보의 경우 손보 대비 1.7배의 자본력이 뒷받침돼 초반 진입 어려움도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손보업계가 규제 완화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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