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불평즉명(不平則鳴)

남궁창성 2022. 8.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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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서가에 꽂혀 있는 책 중에 '시인의 울음'이 있다.

불평즉명(不平則鳴), 사물은 균형을 잃으면 운다는 개념이다.

당송 팔대가 중 한 명인 한유(韓愈·768년~824년)는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불평즉명, 여기저기 울고 있는 억조창생을 살펴주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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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서가에 꽂혀 있는 책 중에 '시인의 울음'이 있다. 단국대 안희진 교수가 쓰고 돌베개가 2016년 펴냈다. 책 이름 옆에 ‘漢詩(한시), 폐부에서 나와 폐부를 울리다’라는 부제가 있다.

이 책을 처음 읽던 날 저녁 책장 공백에 써놓은 메모가 ‘2019년 9월 30일. 狂氣(광기) 세상을 흔들다’라는 글귀다. 광기가 칼춤을 추던 시기는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대한민국이 광화문과 서초동, 두 개로 쫙 갈라진 시점이다.

9월 21일 정의당은 조국 사태와 관련해 사과했다. 23일 검찰은 조국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26일 자유한국당은 조국 임명 규탄 집회를 가졌다. 28일 대검찰청 인근 서초동 일대는 조국을 지지하는 ‘검찰개혁’ 촉구 촛불집회가 천지를 밝혔다. 10월 3일 광화문광장은 ‘文정권 심판, 조국 구속’을 요구하는 국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중국 당송(唐宋)의 한시를 다룬 이 책 도입부에는 문학 창작의 핵심이 실려있다. 불평즉명(不平則鳴), 사물은 균형을 잃으면 운다는 개념이다.

당송 팔대가 중 한 명인 한유(韓愈·768년~824년)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사물은 균형을 잃으면 운다. 초목에는 소리가 없지만 바람이 지나면 울고 물에도 소리가 없지만 바람이 불면 운다. 돌이나 쇠에는 소리가 없지만 무엇이 때리면 운다. 사람이 하는 말도 마찬가지다. 무엇인가 답답하니까 말을 하는 것이다. 노래를 하는 것은 생각이 있기 때문이요, 우는 것은 갈망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입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는 다 무엇인가 균형을 찾으려는 애씀이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했다. 지지도가 30%대를 밑돌지만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을 가슴에 새기고 국민의 뜻을 살피겠다”고 했다. 갓 걸음마를 뗀 새 정부에 야멸찬 비판은 일단 유보한다.

하지만 불평즉명, 여기저기 울고 있는 억조창생을 살펴주길 촉구한다.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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