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많아도 말하지 않는 인형들

강주영 2022. 8.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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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은 1980년대부터 황효창 원로작가의 집에 놓여있었다.

변화하는 시대를 관찰하며 작가와 함께 한 오브제다.

황효창 작가는 30여 년 간 인형을 통해 시대상을 담아 왔다.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인형들은 시대별로 매번 새로운 포즈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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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창 초대개인전 '할말하않'
28일까지 춘천 개나리미술관
투병 불구 완성한 신작 중심 구성
시대별 상상력 더한 인형들 이목
▲ 황효창 작 ‘부상투혼’

‘인형’은 1980년대부터 황효창 원로작가의 집에 놓여있었다. 변화하는 시대를 관찰하며 작가와 함께 한 오브제다. 최근 들어 작가는 이들 인형에 선글라스를 얹어 눈을 가렸고 마스크를 덮어 입을 가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같기도 하다.

황효창 작가는 30여 년 간 인형을 통해 시대상을 담아 왔다. 기자가 작품 속 인형들에 대해 묻자 그는 말하지 않았다. ‘할말하않’.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전시 주제가 역설적으로 명확해졌다.

황효창 작가의 개인전 ‘할말하않’이 지난 16일 춘천 개나리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전시는 아크릴 및 유화 작품 30여점으로 구성됐다. 최근 투병 중에도 완성한 신작(24점)이 대부분이다.

▲ ‘만취’


원색의 그림들은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듯 오히려 경쾌하다. 병마와 싸우면서 황 작가는 말을 하는 대신 붓을 꾸준히 들었다. 지난 2월 완성한 작품부터 붓이 지나간 지 48시간이 채 안 돼 전시장에 걸린 작품도 있다.

작품 ‘할말하않’ 시리즈 속 인형들은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선글라스와 마스크도 썼다. 죄수라는 것을 암시하는 일련의 번호가 가슴팍에 붙었다. 정부의 감시를 피해 일국양제 체제를 수호하고자 민주주의 시위에 뛰어든 홍콩 젊은이들 같이 보이기도 한다. 코로나19 감염과 국가의 감시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모습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작품 ‘부상투혼’에서 동물형상을 한 인형은 머리띠를 둘렀고 ‘피켓을 든 남자’ 속 인형은 글귀 없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하지만 보는 이들의 해석일 뿐, 더 이상의 설명은 없다.

 

▲ ‘할말하않’


황 작가는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 시대, 오늘 현대인의 군상을 담았다. 1980년대부터 그의 작품에는 늘 인형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인들이 집에 들여놓은 것까지 집안에 10여점의 인형들이 그와 함께 하고 있다.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인형들은 시대별로 매번 새로운 포즈를 취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인형들은 눈물을 흘렸고, 2017년 촛불혁명 당시에는 촛불을 들었다. 2022년 코로나19 시대를 살고 있는 인형이 마스크를 쓴 것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이어진다.

 

▲ ‘피켓 든 남자’


1970∼80년대 독재정권에 맞서 표현의 검열에 대항했던 황 작가는 민중미술의 거장 신학철 작가 등과 함께 민중미술을 선도해 온 원로작가다. 춘천에 살며 ‘공지천의 밤’, ‘번개시장’, ‘육림고개’, ‘역전 풍경’ 등의 작품에 춘천의 풍경도 담아왔다. 홍익대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 교육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으며 강원민족미술협회 회장등을 지냈다. 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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