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野 이번에도 당헌 爲人改惡, 이런 당헌 왜 필요한가

조선일보 2022. 8. 18.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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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8.17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방탄’ 논란이 일었던 ‘당직자 기소 시 직무 정지’ 당헌 조항을 고치지 않고 대신 그 아래 다른 조항을 바꾸는 방법으로 기소된 당직자도 직을 유지하는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당헌 개정 시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꼼수’를 동원해 사실상 같은 효과를 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민주당 당헌 80조 1항은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또 같은 조 3항은 해당 기소가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중앙당 윤리심판원 의결을 거쳐 징계 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고 돼있다. 1항은 그대로 두고 3항에서 ‘윤리심판원’을 ‘당무위’로 고친다는 것이다.

윤리심판원은 9명 중 5명을 외부 인사로 채워야 한다. 이 의원이 당대표가 돼도 완전히 장악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그러나 당무위는 사실상 당대표 사람으로 채워져 통제를 받게 된다. 이 의원은 지금 대장동 비리와 백현동 특혜 의혹, 성남 FC 후원금 사건, 변호사비 대납 의혹,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불법 사용 의혹 등 여러 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중 어느 하나만 기소돼도 당대표직을 잃을 위기에 처하지만,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면 새 당헌에 따라 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당헌은 당의 존립 목적과 조직, 운영 등에 관한 기본 방침을 규정한다. 당의 헌법이다. 웬만해선 고치지 않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치적 이해에 따라, 심지어 특정인 한 명을 위해 이를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때문에 치러진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도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을 고쳐 후보를 공천했다. 이 선거에 국민 세금 838억원이 들었다.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당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서 서울, 부산 무공천을 주장했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이재명 당대표 당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차기 당대표 방탄용 당헌 개정을 한다고 한다. 이렇게 그때그때 특정인을 위해 고칠 거라면 당헌이 무슨 필요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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