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수술 할수록 적자.. 원가 80%인 수가 정상화해야"

김경은 기자 입력 2022. 8. 18. 03:04 수정 2022. 8. 1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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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필수의료] [下] 전문가 제언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소득이 높은 미국·영국·일본 등 22국 가운데 의료비를 가장 적게 쓰면서 암 사망률을 최저로 낮춘 나라다. 최소 비용으로 가장 탁월한 고난도 암 치료 성과를 내는 ‘의료 선진국’이란 뜻이다. 그러나 필수 의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현장은 심각하게 무너져 가고 있다. 본지가 인터뷰한 의료계 전문가 20명은 한목소리로 “이대로 가다간 10년 내에 수술해 줄 의사를 찾아 병원 서너 군데를 도는 건 예사, 끝내 수술도 못 받고 길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기에 빠진 필수 의료를 되살릴 선결 과제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비정상적 의료 수가(酬價)의 정상화”를 꼽았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사의 수술·처치·검사 등 의료 행위 약 5850건에 각각 점수를 부여해 가격을 정한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술·처치·진료는 원가 대비 보상이 100%가 안 되는 반면, 검사는 보상 수준이 상당히 높다”면서 “그런데 지금처럼 5년마다 일괄적으로 ‘2%씩 인상’해 버리면 이미 흑자인 검사 수가는 또 올라가고, 수술이나 처치는 계속 적자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혈액 검사 수가는 원가의 141%, 영상 검사는 108% 정도인데, 진료비는 원가의 80%가 안 된다. 외과 수술의 경우 원가의 70~80% 선이다. 염호기 대한내과학회 법제이사는 “병원이 검사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우용 대한외과학회 이사장도 “우리가 말하는 건 ‘수가 인상’이 아닌 ‘수가의 정상화’”라며 “맹장 수술 등 외과 수술 대부분은 할수록 적자”라고 했다. 20년 넘게 이런 체계가 지속되다 보니 의대생들도 돈은 안 되면서 업무 부담은 큰 진료과·분야를 기피한다는 것이다. 뇌 MRI(자기공명영상) 등 불요불급한 건보 항목의 구조적인 조정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응급·고난도·고위험인 필수 의료에 대한 수가 조정이 시급하다”고 했다. 정의석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기획위원장은 “건보 재정에서 흉부외과 비율은 3%가 채 안 된다”며 “대동맥 박리 수술이 미국의 8분의 1 수준이라 한국에서 흉부외과 이용은 시내버스 요금을 내고 택시를 타는 격”이라고 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에서 심장 수술 때 쓰는 관도 해외에 비하면 현저히 싸다”며 “수가가 터무니없이 낮으니 동남아에서 쓰는 재료를 아직도 쓰고 있다”고 했다. 김우경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은 “뇌동맥류 클립 결찰술(두개골을 열고 고정핀으로 부풀어 오른 혈관을 묶는 수술)이 290만원이고 쌍꺼풀 수술이 200만원인데, ‘왜 응급 수술을 할 의사가 없느냐’고 비난부터 한다”며 답답해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수가 체계를 단번에 뜯어고치기는 매우 어려우니 ‘필수 의료 지원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진규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필수 의료를 건강보험에서 떼어내 별도 예산을 책정한 뒤 의료 분쟁이 발생하면 비용은 국고에서 지원하고,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수련 비용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현행 전공의법은 국가의 지원이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계속 나온다. 전공의 교육에 정부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부족해서 상급 종합병원이나 수련 병원에 전공의 교육을 맡기다시피 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김영균 대한내과학회 이사장은 “미국·일본·캐나다 등은 전공의 수련 비용을 정부가 다양한 형식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양질의 전공의 교육을 통해 우수한 의사를 양성해내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이익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필수 의료 의사들이 무엇보다 목말라하는 건 “자부심을 되살리는 것”이다. 과거 내·외·산·소 전공 의사가 되려고 치열하게 경쟁한 것은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진정한 의사라는 사명감도 있었고, 사회·경제적으로 충분한 존중과 대우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MZ 세대의 등장과 저(低)수가 정책 시행 이후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장진우 전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은 “미국에선 수술하는 의사가 병원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다”며 “뛰어난 의사가 힘든 필수 의료를 담당하게 하려면 그에 합당한 존중과 대우를 해주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인터뷰 전문은 chosun.com 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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