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간호법이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

국제신문 2022. 8. 1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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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건의료계는 간호법 제정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는다. 표면적으로는 의료계 내부의 문제로 보이지만 이는 국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러므로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문제를 보건의료 직종 간 갈등이 아닌,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중심에 두고 해당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첫째, 환자의 안전성 측면에서 간호법 제정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미국의학연구소(Institute of Medicine·IOM)는 2001년 보고서에서 의료 분절화는 의료사고의 주요 요인임을 밝히고 ‘의료 시스템 구축’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간호법 제정이 추진되면 한의사 단독법이 불거진 것처럼 직역별 단독법 제정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와 같은 직역별 단독법 체계는 의료의 분절화를 초래해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중대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단독법 추진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선진 사례로 미국 등 단독법 체제를 거론한다. 그러나 실제 미국에서는 이로 인한 환자 안전에 대해 위험을 인식하고 있으나 이미 제정된 법을 폐지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우회적으로 의료 거버넌스를 강조한다.

둘째, 환자 안전사고의 책임성 문제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를 명확히 따지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의사에게 다른 직종을 지도하게 해 국민에게 안전한 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사가 직접적인 실수를 하지 않아도 지도의 책임이 있으므로 의사와 특정 행위를 시행한 직종 모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직역별 단독법이 제정되고 의사의 지도가 부재인 상태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책임 소재는 더 불분명해진다. ‘이중확인’ 없이 단독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환자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야 한다.

셋째, 현재 우리나라 의료비 증가 추세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의료비 지출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06%로, 이미 OECD 국가 중 상위권인데 본격적으로 노령화가 진행되는 2025년부터는 더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선행연구를 보면 보건의료체계 내 특정 영역의 질적 수준이 전체 의료서비스 결과에 기여하는 정도는 크지 않다. 각 직종이 질적 수준의 향상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는 의료비 증가를 부채질하는 반면 실제 건강 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하지는 못하는 무의미한 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넷째, 간호법 제정이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에 도움이 되는가다. 보건의료 분야는 다양한 직종이 협력해야 하는 특성을 가진다. 그러다 보니 업무 영역이 중복되는 부분이 많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직종 간 갈등은 의료법 및 의료기사법을 바탕으로 해결하고 있다. 간호법을 제정한다면 기존 법률에서 보장하는 여러 직종의 법적 업무를 되레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다섯째, 보건의료인력 처우의 형평성이다. 간호사는 3교대 근무에 각종 감염 등 위험에 노출되면서도 평균연봉은 4700만 원 수준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외의 보건의료 분야 직종은 더 열악하다. 물리치료사 평균 연봉은 3900만 원, 작업치료사는 3100만 원 수준이다. 간호사도 하는 일에 비해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건 맞지만 간호사의 처우만을 개선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른 직종에 돌아갈 수 있다. 따라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서 모든 직종이 함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형평성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보건의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직종이 단독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 내에서 협력할 수 있도록 시스템 기반 접근이 필요하며, 비용을 줄이면서 의료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의료서비스 최적화 도입도 필수적이다. 나아가 의료-지역사회를 연계한 통합돌봄 사업이 본격화하는 만큼 보건복지 분야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통합서비스가 더욱 강조될 것이다. 즉, 국민의 건강을 위한 통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강성홍 인제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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