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플라자] 청년층 이자 감면보다 필요한 건 ‘시장다운 시장’이다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 2022. 8. 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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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대출 이자 완화 정책이 발표된 지난달, 수십만 구독자를 가진 모 유튜버는 ‘대출해서 코인에 인생을 걸어볼 때가 된 것 같다’라면서 ‘비트코인 80배 레버리지 거래’ 방송을 진행했다. 80배 레버리지 거래는 코인 가격이 투자 방향과 1% 정도 반대로 움직이면 투자금 전액을 잃게 되는 사실상의 도박이다. 특별한 유튜브 영상은 아니었다. 이전에도 유명 BJ가 수억원을 처음 보는 알트 코인에 투자하는 영상의 조회 수가 수백만회를 기록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일러스트=이철원

지난 몇 년 동안 자산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2030세대는 ‘노동으로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인식했고, 그런 2030세대가 인생을 역전하기 위한 방안으로 선택한 것이 코인이나 주식이었다. ‘돈이 복사된다’라는 당시 자주 사용되던 용어가 말해주듯 투자 리스크에 대한 고려는 거의 없었다. 비트코인 거래는 더 많은 이익을 찾아 알트코인 거래로, 레버리지 방식의 도박성 거래로 이어졌다. 가격 변동이 심한 가상 화폐의 특성상 레버리지 방식의 선물 거래에서는 반나절도 되지 않아 투자 원금이 몇 배로 늘어나거나 투자 원금 전액을 잃게 된다.

이러한 투자는 경마와 같은 도박과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자산 가격의 전반적인 상승 시기에 맞물려 고배율의 레버리지 거래가 적은 돈으로 큰돈을 벌 수 있는 현명한 수단인 것처럼 여겨졌다. 코인의 거래 시점을 알려주겠다는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을 통한 불법 리딩방도 성행했다. 코인 투자를 명목으로 빚을 지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자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던 시기에는 ‘나만 벼락 거지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자산 가격 하락 시기에는 ‘손실을 만회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말이다. 대출까지 해서 도박성 고위험 거래를 하는 행태가 2030세대에게 자리매김하게 된 과정이었다.

그 기간 정부는 코인 투자 거래 과정을 사실상 방치했다. 가상 화폐가 자산인지 여부를 규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거래가 건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상 화폐의 성격에 대한 논의와 어느 부처가 가상 화폐 거래를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느라 100배가 넘는 고배율의 레버리지 거래가 아무 제약 없이 이루어졌다. 수억원을 하루 만에 벌고 잃는 사실상의 도박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는 것에도 별 제한이 없었다.

국내 거래소의 가상 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높아 차익 실현 거래의 유인이 있다는 이야기가 5년 전부터 제기되었음에도 정책적 대응 없이 방치됐고, 정보가 있고 돈이 있는 일부 사람들만 수조원대의 거래를 통해 편법적으로 시세 차익을 누렸다. 정부가 진행했던 몇몇 규제는 의도했던 당초 효과를 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코인 시장을 보호한다고 코인 거래소에 대한 은행의 신규 계좌 개설을 막았던 것이 결과적으로는 몇몇 코인 거래소에 대해 독점적 지위 부여로 이어졌던 것처럼 말이다.

2030 청년층에 대한 대출 이자 완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상적인 투자 환경의 조성이다. 청년층이 주변 환경에 휩쓸려 위험도 높은 도박성 투자를 하지 않도록 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모의 투자 등을 거치고 일정 기간이 지나야만 합법적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국내 선물 레버리지 거래처럼 말이다. 도박이 아니라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시장이 시장답게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2030세대 역시 단순 투자 실패를 이자 감면 등으로 지원하는 것보다 정부가 정부답게 기능하는 것을 더 지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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