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드라마 '안나'와 OTT의 미래

임대근 한국외대 인제니움칼리지 교수 2022. 8. 18.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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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5년 프랑스에서 발명된 영화는 곧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이후 세계 영화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넷플릭스가 몰고온 OTT 열풍은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를 지워버렸고 영상콘텐츠가 유통되는 새로운 형식인 온라인플랫폼산업이 떠올랐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터넷 속도와 보급률, 영화와 드라마 콘텐츠를 사랑하는 대중 관객의 충성이 뭉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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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 교수

1895년 프랑스에서 발명된 영화는 곧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필름이 움직이는 대상을 찍고 이를 스크린에 비추자 사람들은 열광했다. 이후 세계 영화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인식은 두 지역이 사뭇 달랐다.

유럽은 영화를 예술로 봤다. 작가가 작품을 쓰듯 필름으로 영화를 찍는 일도 예술창작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문학작품을 써내는 시인이나 소설가처럼 영화감독을 '작가'로 여겼다. 카메라가 곧 만년필과 같다는 주장도 나왔다. 영화는 감독 혼자 만들 수 없다. 그러나 예술로서 최종 선택의 결정권은 감독에게 주어졌다. 이른바 '작가주의'가 성행했다.

미국은 영화를 산업으로 봤다. 영화는 아이스크림처럼 순간적인 즐거움을 위한 상품이라고 생각했다. 예술미학이나 정신은 중요하지 않았다. 자동차를 만들 듯 분업시스템이 도입됐다. 감독은 연출만 맡고 미술, 조명, 녹음도 담당자가 알아서 처리했다. 편집 역시 전문가가 맡았다.

쿠팡플레이가 OTT드라마 '안나'를 이주영 감독의 의사와 상관없이 단독으로 편집해서 내보냈다. 8회로 계획된 드라마는 6회로 줄어들었다. 쿠팡플레이는 자체편집으로 "시청자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주영 감독은 언론을 통해 "감독을 배제하고 작품의 동일성을 훼손할 정도로 일방적인 편집을 했다"고 밝혔다.

처음엔 이런 공방이 노이즈마케팅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감독이 저작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인터뷰에 나서고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보도를 보면서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넷플릭스가 몰고온 OTT 열풍은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를 지워버렸고 영상콘텐츠가 유통되는 새로운 형식인 온라인플랫폼산업이 떠올랐다.

글로벌 플랫폼인 넷플릭스와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국내 플랫폼도 성장하고 있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터넷 속도와 보급률, 영화와 드라마 콘텐츠를 사랑하는 대중 관객의 충성이 뭉친 결과다. 티빙, 왓챠, 웨이브, 카카오TV, 네이버 시리즈온…. 이름조차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플랫폼이 성업 중이다. 문제는 이런 플랫폼이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더 자극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려고 하는 데 있다.

쿠팡플레이 같은 후발주자는 '오징어게임'처럼 한방을 터뜨려 가입자를 늘리고 싶어한다. 최종 편집권을 두고 벌이는 감독과 플랫폼기업의 갈등은 일말의 예술적 자존심을 지키려는 입장과 투자한 자본을 회수하고 이윤을 창출하려는 입장이 충돌한 결과다. 영화와 드라마가 예술인지 산업인지 해묵은 논쟁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이번 사태를 두고 '안나' 제작진은 물론이고 한국영화감독협회,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가 이주영 감독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건 아마도 영상콘텐츠가 자본의 논리만으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 창작을 잘 모르는 비전문가가 그 과정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터다.

쿠팡플레이는 '안나'의 감독판을 공개함으로써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앞으로 영상콘텐츠 유통의 주류매체로 자리잡을 OTT 플랫폼의 역할이 어디까지인가에 관한 중요한 문제를 던져줬다. 감독의 최종 편집권을 옹호하는 디렉터스컷이냐, 프로듀서의 편집권을 허용하는 파이널컷이냐 하는 논란을 넘어 한국 영상콘텐츠의 미래가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쿠팡플레이의 입장을 받아들인다면 영상콘텐츠를 만드는 감독과 제작진의 '작가'로서 위상은 추락하고 말 것이다. 한국영화계는 유럽과 미국의 방식을 적절히 수용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감독의 결정권을 존중해왔다. 오늘날 유럽의 작가주의도 미국의 상업주의도 극단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만 OTT가 영혼 없는 돈벌이 수단으로 마구잡이 상품을 양산하는 일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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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 한국외대 인제니움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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