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딜러, 탱커, 힐러 그리고 솔플러

박윤균 2022. 8. 18.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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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대표로서 11개월. 여당 대표로는 불과 2개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당 지도부 경력이다. 그는 야당을 이끌던 시절 세대포위론을 통해 대선과 지선에서 거듭 승리하는 등 비교적 임무를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여당이 된 후 평가가 갈렸다. 친이그룹도 친윤그룹도 아닌 당내 중도층에서 내놓는 대체의 평가는 '전술 패착'이다. 야에서 여로 바뀌면서 공세에서 수세로 바뀌어야 했는데 태세 전환이 늦었다는 거다.

이 대표 지지층 세대가 즐기는 게임 용어로 설명해보자. 롤플레잉 팀플레이 기반 게임에는 '대미지 딜러(Damage Dealer)' '탱커(Tanker)' '힐러(Healer)'라는 용어가 있다. 딜러는 적에게 타격을 가하는 것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역할, 탱커는 탱크처럼 선봉에 서서 적군의 공격을 받아내는 '몸빵' 역할, 힐러는 딜러와 탱커의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지원부대 역할이다.

이 대표는 전형적인 딜러다. 오죽하면 그 말발 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조차 이 대표 공격을 받고 나면 '움찔'하는 게 눈에 띄었을 정도다. 딜러들 특성처럼 이 대표도 맷집은 세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에게 '이 ×× 저 ××'라고 했다고 주장하며 내상을 입은 점을 토로했다. 대선 기간 중에는 선대위 내 홍보비와 관련해 당내 우려가 나오자 곧장 해당 인사에 대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이런 불안한 모습 하나하나가 당내 불신 세력을 키운 요인이 됐다.

본인이 탱커 역할이 싫다면 당내 '힐러' 지원부대라도 충분히 확보했어야 했다. '윤핵관' 탓을 할 수는 있겠지만 내로라하는 중립적 중진들조차 그에게 등을 돌린 건 결국은 '내공'과 '지도력' 부족으로 봐야 한다. 이 대표는 13일 기자회견 직전 한 라디오에 출연한 김병민 국민의힘 광진갑 당협위원장 앞에서 "김 위원장은 (윤 대통령) 소극 지지일 거다. 요즘 마음 아프죠? 혼자 못 가 가지고. 그렇게 '빨았는데' 대통령실 못 가 가지고"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비꼬았다. 사람에게 상처 주는 독설 갖고는 팀을 못 만든다. 팀도 못 만드는 게이머의 종착점은 방구석 솔플러(혼자서 노는 사람)다.

[정치부 = 박윤균 기자 gy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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