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밀린 집서 발견된 고양이 백골..학대 신고하자 경찰 "폐기물, 버려라"
지난 16일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한 빌라에서 고양이로 추정되는 동물의 백골(白骨) 사체가 발견됐다. 고양이를 기르던 입주자는 이미 두 달 전 다른 곳으로 몰래 이사 간 상황이었고, 임대인은 전(前) 거주인의 동물 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백골만으로는 죽은 동물에 대한 학대가 있었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면서 “폐기물이니 직접 쓰레기통에 버리시라”고 처분했다.
17일 미추홀경찰서와 빌라 임대인 A씨 등에 따르면, A씨는 전날 숭의동에 있는 빌라를 찾았다. 그곳에 세 들어 살던 나모 씨가 꼬박꼬박 내던 월세를 입금하지 않고, 몇 달째 전화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곳 현관문은 잠겨 있었고,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빌라 이웃들과 인근 공인중개 사무소 관계자는 나씨가 이미 두 달 전쯤 이사했다고 했다. A씨는 여분의 열쇠로 나씨 거주지 현관문을 따고 들어갔다. 방은 잡동사니와 동물 배변으로 얼룩져 있는 상태였다. 썩은 내로도 가득 차 있었다. 방 한 귀퉁이에는 하얀 뼈가 그대로 드러난 동물의 사체도 있었다.
A씨는 오후 4시 30분쯤 경찰에 신고했다. 방을 비우고 떠난 세입자 나씨가 유기한 동물의 사체로 보인다며 동물 학대로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현장을 본 뒤 “동물 학대가 의심은 되지만 구체적인 정황이나 관련 신고 내역 등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난색을 보였다. 미추홀구청 관련 부서와 통화한 뒤엔 “사유지에서 나온 백골 사체이므로, 직접 폐기 처리해야 한다고 한다”는 구청 입장을 그대로 알려왔다고 A씨는 말했다.
A씨는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입장에서 정말 화가 났다”며 “경찰까지 불렀는데도 해결이 안 되고 동물 사체를 쓰레기통에 버리라고만 한다”고 했다. 미추홀경찰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학대 증거가 당장 나오는 게 없으니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이렇게 종결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 세입자 나씨 측을 조사한 뒤 그가 동물을 방에 가두고 유기한 부분이 확인되면 A씨에게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의뢰해달라고 요청하겠다”고 했다.
발견된 사체는 고양이로 추정된다. 대구수의사회 이상관 회장은 “치아 모양, 등뼈 굽은 정도로 봤을 때 고양이의 사체로 보인다”며 “구더기가 모든 근육이나 연부 조직을 먹고 뼈만 남은 상태라, 사진만으로는 고양이가 죽은 시점이나 사인 등을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동물권단체 케어 관계자는 “벽지 상태 등을 봤을 때 고양이가 창문 틈으로 탈출하려고 애쓴 모습이 보인다”며 “방치돼 굶어 죽은 뒤 무더운 여름 날씨에 부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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