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내 反트럼프 선봉장 리즈 체니, 하원의원 경선 패배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2022. 8. 17.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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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백악관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하겠다”
리즈 체니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 16일(현지 시각) 와이오밍주 당내 하원의원 후보 경선 투표가 끝난 뒤 잭슨에서 개최된 경선일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체니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원한 도전자 해리엇 헤이그먼에 약 30%포인트의 큰 표 차로 패배했다./로이터 연합뉴스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세력의 선봉장으로 활약해온 리즈 체니(56)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16일(현지 시각) 지역구인 와이오밍주(州) 공화당 경선에서 패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해리엇 헤이그먼 후보가 66.3%를 득표해 3선 현역인 체니 의원(28.9%)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부시 행정부 실세였던 딕 체니(81) 전 부통령의 맏딸로 재선 의원 시절 하원 공화당 내 서열 3위인 의원총회 의장을 지냈던 체니가 별 힘도 써보지 못한 것이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팀 트럼프’가 어떻게 체계적으로 체니의 의회 생활을 끝내버렸나”란 기사에서 “헤이그먼은 트럼프의 지지를 받아 출마했고, 트럼프 참모들의 조언을 받았으며, 그의 기부자들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체니 의원은 이날 패배 수락 연설에서 트럼프에 반대한다는 신념을 꺾지 않았다. 그는 “2년 전 나는 73%의 표를 얻어 이 경선에서 승리했다. 나는 같은 일을 쉽게 다시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2020년 대선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짓말에 동조해야 했다. 그것은 내가 택할 수 없고, 택하지 않을 길이었다”고 말했다. 또 “경선이 끝난 만큼 진짜 일을 시작해야 한다”며 “(지난해) 1월 6일부터 내가 말해온 것처럼 나는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는 백악관 집무실 근처 어디에도 가지 못하도록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대 로스쿨 법무 박사 출신인 체니는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근동(近東) 문제 담당 수석부차관보 등을 맡아 중동 정책에 관여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폭스뉴스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6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1월 하원의원 생활을 시작했고, 2018·2020년 공화당 경선에서 60~70%대 득표율을 보이면서 무난히 3선에 성공했다. 재선한 뒤에는 공화당 의원총회 의장이란 중책도 맡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침묵했더라면 4선도 어렵지 않았으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지난해 1월 6일 트럼프 전 지지자들이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한 직후 체니 의원은 트럼프가 “당이나 국가의 지도자 자리에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고, 민주당의 탄핵 움직임에 동조했다. 공화당은 체니 의원을 의원총회 의장 자리에서 끌어내렸지만, 체니는 당의 압력에 수그러들지 않고 민주당이 주도한 1·6사태 하원조사위에 참여해 트럼프에 불리한 증언을 이끌어내는 등 맹활약했다. 공화당 내에서 완전히 고립되다시피 한 체니의 와이오밍 경선을 돕기 위해 트럼프와 사이가 좋지 않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물론 민주당도 측면 지원 등에 나섰지만 끝내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체니의 향후 커리어는 불투명하다. 대선 출마설이 돌고 있지만, 보수적 공화당 정치인인 체니가 공화당의 지지 없이 대선에 나서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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