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고·예술인 1900명에 출산급여 준댔는데.. 받은 건 45명 뿐
세밀한 검토 없이 지나치게 많은 예산 배정
#1. 정부는 지난 2021년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특수형태고용종사자(특고)·예술인의 고용보험료를 지원해주는 사업에 691억2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하지만 실제 지원된 금액은 4억4700만원(0.6%)에 그쳤다. 예술가의 경우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율이 30%가 채 안 됐고, 정부 예상보다도 소득이 높은 점 등이 이유였다.
#2. 같은 해 구직자들에게 코딩, 빅데이터 등 디지털 직업 훈련을 해 주는 ‘K-디지털 기초역량훈련’ 사업은 2524억6200만원의 예산이 배정됐지만, 실제 집행은 828억2800만원에 그쳤다. 처음 시작되는 사업이다보니 전산 시스템 등이 구축돼 있지 않았고, 잘 알려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예산 1696억3400만원이 그대로 남았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 정책인 ‘한국판 뉴딜(K-뉴딜)’ 중 하나인 ‘휴먼 뉴딜’ 사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021년 추진한 휴먼 뉴딜 사업 중 상당수 사업의 예산 집행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 예산 집행률이 한자릿수에 불과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정부가 해당 사업을 하겠다며 예산을 잡아놓고는 실제로는 돈을 거의 쓰지 못했다는 뜻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권 차원의 역점 사업이라는 이유로 일부 사업들은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배정된 측면이 있다”며 “그만큼 다른 사업에 예산 배정이 안 돼 기회 비용이 생겼고, 비효율적으로 재정이 집행된 것”이라고 했다.
한국판 뉴딜이란 문 정부가 2020년 7월 발표한 경제 부흥책 및 국가 발전 전략이다. 소득 주도 성장, 혁신 성장과 함께 문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문 정부는 한국판 뉴딜에 2025년까지 총 16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디지털 혁신(디지털 뉴딜), 친환경·저탄소 전환(그린 뉴딜), 사회 안전망 강화(휴먼 뉴딜) 3가지 분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휴먼 뉴딜 사업의 경우 사회적 약자나 취약 계층을 위해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특고·예술인에 대한 출산전후급여는 1924명이 93억원을 받아갈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지만, 45명이 1억7000만원을 받는 데 그쳤다. 특고·예술인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도 64억1300만원의 예산 중 3억3400만원만 집행됐다. 고용부는 ‘사업 규모나, (대상) 인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특고·예술인) 지원 대상을 과다하게 추계했다’고 해명했다.
특고란 택배기사나 골프장 캐디처럼 사업자 신분이지만 근로자 성격도 함께 가지고 있는 직군들을 뜻한다. 일반 월급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당초 이들에게 고용보험 혜택을 주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문 정부는 ‘전 국민 고용보험을 해야 한다’며 이를 추진했다. 이때문에 정부가 정확한 실태 조사나 체계적인 준비 없이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한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일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주환 의원은 “문재인 정권 임기 말에 성과내기에 급급해 오류 투성이 추계로 일단 예산부터 받아놓고 보자는 식의 예산 편성이 이뤄졌다”며 “실효성 없는 정책의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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