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치하에서 여성은 꿈꿀 권리조차 잃었다"
“여성은 교육·취업 기회 잃고 어린이는 참혹한 아동 노동에 내몰려”
‘인도적 위기와 대한민국의 대응’ 포럼서 국제사회 적극적 지원 촉구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정권을 장악한 지 지난 15일로 1년이 지났다. 국제사회의 우려대로 아프간 여성 인권은 나락으로 떨어졌고, 아프간 전체 인구의 97%가 빈곤선 이하에 놓이게 됐다. 지난 6월 동부 파키스탄 접경 지역에서 지진까지 일어나면서 아프간 상황은 더욱 열악해졌다.
아순타 찰스 월드비전 아프간지부 회장은 17일 월드비전 서울 사무실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탈레반 점령 이후 아프간에서 여성은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교육·취업 기회를 잃었다”면서 “꿈을 꿀 권리마저 빼앗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찰스 회장은 경제 제재와 지원 감소로 아프간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어린아이들까지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했다.
2020년 취임한 찰스 회장은 이날 월드비전 한국지부와 국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정책포럼 ‘고조되는 인도적 위기와 대한민국의 대응 방향’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다음은 찰스 회장과의 일문일답.
- 탈레반 장악 이후 인권 상황은.
“이전에는 아프간 의회에서 여성 의원들의 비율이 26% 정도였지만 지금은 아예 사라졌다. 여성 장관도 찾아볼 수 없다. 지난 3월부터 탈레반 직접 통치가 시작됐고, 여성부가 폐지되면서 여성의 사회활동 자체를 볼 수 없게 됐다. 여자아이들의 중등학교 이상 교육도 금지되면서 여성들은 일자리를 얻을 기회를 잃었고 당연히 독립적인 삶을 살 수도 없다. 과거로 회귀했다. 세계적으로 성평등이 이슈가 되고 있지만 아프간은 그 반대다.”
- 지진 발생 이후 구조·지원 활동은.
“일부 보도대로 국제원조를 제공하는 인도주의 관련 기관이 모두 아프간을 떠난 것은 아니다. 월드비전도 아프간에 남아 기아 위기에 처한 이들에게 식량을 배급하고, 아동 15만명에게 보호 및 교육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고 있다. 다만 아프간은 특히 산악지대가 많고 외곽 지역으로 가기 위한 이동수단이 없어서 지원 활동이 상당히 힘들다. 도로 사정도 좋지 않아 멀리 떨어진 지역이라도 밤낮으로 걸어가거나 당나귀를 타고 가는 적도 있다.”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원 활동이 힘들어졌나.
“세계식량계획(WFP) 등을 통해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밀을 받아서 공급하는데 전쟁으로 공급망 자체에 차질이 생겨 식량 배급 지원이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거의 모든 관심과 재정 지원이 아프간에서 우크라이나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래서 나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영국,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대만을 거쳐 한국까지 왔다. 지금까지 아프간을 후원해준 이들과 단체들에 제발 아프간을 잊지 말아 달라고, 우리는 돈이 필요하다고 말을 하기 위해서다. 지난 1년 새 병원에서는 인큐베이터는 물론 난방시설 등 기본적인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수많은 조산아가 숨졌다. 영양실조에 걸린 산모가 모유 수유도 하지 못해 눈물 흘리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은 가장 가슴 아픈 일이었다.”
- 아동들의 정신건강 문제도 심각하다는데.
“지난 전쟁 기간 끊임없이 총격전이 벌어지고 폭탄이 터졌다. 아이들은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알람 소리만 들어도 전쟁이 벌어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 20년 동안 끊임없이 반복된 삶이었다. 수많은 아이들이 이 과정에서 부모를 잃었다. 조부모가 직접 키우거나 지역사회의 누군가 이 아이들을 돌봐줘야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이들이 당장 먹을 음식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 모든 것들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등교가 금지된 여자아이들은 나에게 눈물을 흘리면서 ‘내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내 꿈은 어떻게 될까요’라고 묻는다. 생계가 불안한 가정에선 아이들을 500달러, 1000달러에 판다. 특히 여자아이들은 70~80대 노인들에게 팔려가 조혼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불안감이 아이들에게는 트라우마가 된다.”
- 왜 아프간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
“아동노동 사례를 들어본다면 아프간 아이들은 이른 나이부터 구두닦기, 세차, 식당 청소 등 힘든 강제노동에 노출된다. 길거리에서 거지처럼 구걸도 하고, 혹은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버려진 음식에서 먹을 것이 있는지 찾기도 한다. 오늘 내가 식당을 갔더니 음식이 정말 많고 그 많은 음식들이 버려지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이 순간에도 아프간에서는 아이들이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하루 세 끼를 먹고 학교 교육을 받는 것들이 당연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특권으로 받아들여진다. 누군가 고통받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자원이 부족해 힘들어한다는 사실에 관심을 둔다면 아프간의 상황은 좀 더 나아질 것이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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