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관객들 만나고 싶어요"..감성·개성 넘치는 음악가들[제16회 경향실용음악콩쿠르]

최민지 기자 입력 2022. 8. 17. 21:58 수정 2022. 8. 17.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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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수상자 인터뷰
제16회 경향실용음악콩쿠르 대상 수상자들이 인터뷰에 응했다. 왼쪽부터 대학·일반부 보컬, 작곡·싱어송라이터 부문 김화종씨, 고등부 보컬 부문 서윤혁군, 고등부 악기 부문 신동준군. 성동훈 기자 zenism@kyunghyang.com

경향신문사가 주최한 제16회 경향실용음악콩쿠르 수상자가 발표됐다. 보컬 부문 고등부 대상은 서윤혁군이 차지했다. 보컬, 작곡·싱어송라이터 부문 대학·일반부 대상 수상자로는 김화종씨가 선정됐다. 악기 부문 고등부 대상은 신동준군이 받았다. 총 578명의 참가자가 지원했다. 지난 7월19일부터 8월1일까지 열흘간의 예선, 8월2일부터 이틀간의 본선을 거쳐 대상 수상자 3명을 포함해 23명이 입상했다. 보컬 부문 중학부, 작곡·싱어송라이터 부문 중·고등부, 악기 부문 중학부와 대학·일반부에서는 대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경향실용음악콩쿠르는 2007년 시작된 실용음악 분야 국내 최초 콩쿠르다.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 우승자 김영소, 가수 손승연, <슈퍼밴드2> 출연자 김진산씨, <싱어게인2> 톱10 진출자 서기(이다연) 등을 배출했다. 심사에는 권오경·김창현·손무현·손성제·신연아·오종대·정원영·한원종·한충완(가나다순) 등 실용음악과 교수진과 현역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시상식과 연주회는 오는 25일 서울 마포구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고등부 보컬 서윤혁

록은 가장 사랑하는 장르
7080 음악 계속해나갈 것

‘친구 따라 오디션에 갔다 얼떨결에 데뷔했다’는 이야기는 인기 연예인들의 단골 사연이다. 서윤혁군(17·리라아트고 2학년)의 경향실용음악콩쿠르 도전기도 그와 비슷한 데가 있다.

“공연하는 걸 너무 좋아하는데 최근 들어 (코로나19 때문에)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친구들이 콩쿠르에 나간다기에 공연이 하고 싶어 따라가봤는데 다 떨어지고 저만 붙었죠. 본선 붙었을 때 ‘공연 더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어요(웃음).”

자신이 대상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수줍게 웃는 열일곱 서군의 경연곡 선택은 의외였다.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과 영국 밴드 오아시스의 ‘돈트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를 불렀다. 모두 그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인 1990년대 곡들이다.

“다른 친구들처럼 힙합을 많이 들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김광석님의 노래를 듣게 됐는데 가사를 곱씹다보니 울컥하더라고요. 록은 가장 사랑하는 장르고요.”

존경하는 뮤지션들의 음악을 선보이는 만큼 서군은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보컬의 다이내믹함이나 고음 등 기술보다 ‘감성’에 집중했다. 두 곡이 발표된 시대의 감성을 표현해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전략은 적중했다.

이번 경연 대상 수상을 통해 얻은 것은 적지 않다. “또래 중 노래 잘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요. 저는 테크닉이나 발성이 특출난 보컬은 아니거든요. 평소 제 노래에 대해 자신감이 없어서 부모님 앞에서도 노래를 잘 안 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이번 기회에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게 제가 좋아하는 옛 노래들, 7080 음악을 계속해나가도 되겠다는 확신을 하게 됐습니다.”

서군은 롤모델로 김광석과 유재하, 김현식을 꼽았다. 1980~90년대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이다. 잊혀져가는 옛 가요들에 대한 애정이 크다. “1970~80년대 음악이 잊히지 않도록 꺼내서 보여주고 다시 살려내는 보컬이 되고 싶어요.”

■대학·일반부 보컬, 작곡·싱어송라이터 김화종

늦게 시작한 만큼 간절했다
제 곡으로 투어 진행 기대

마지막이라 생각한 경연이었다. 김화종씨(28·인하대 2학년)는 대상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 그저 “얼떨떨했다”고 회상했다. “실연(實演)할 때 실수를 많이 했어요. 수상을 못할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고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김씨는 콩쿠르에서 자작곡 ‘딜 위드 더 데블(Deal with the devil)’과 ‘미스터리 서커스(Mystery circus)’를 선보였다. 그는 “민망하다”면서도 진지하게 곡을 소개했다. 자작곡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마니악한 것을 좋아해요. 광기에 물들어가는 사람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만든 것이 첫 번째 곡입니다. 두 번째 곡은 플라멩코라는 기술이 들어간 라틴풍의 음악이에요. 서커스를 하는 광대의 이미지를 연상해 만들었습니다.”

자작곡을 연주할 때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기타의 터치’다. 그는 “음색을 잘 잡아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화려한 기술이 들어가는 만큼 깔끔하게 보여드리려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공학도인 김씨가 작곡을 시작한 것은 20대 중반 때였다. 핑거스타일로 꾸준히 기타를 연주해오다 ‘내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작곡에 도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설 만한 무대가 줄었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든 기회를 찾았다.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온라인 비대면 공연, 무관중 라이브를 열심히 찾아다녔어요. 늦게 시작한 만큼 어떻게든 부여잡고 싶었어요.”

이런 노력 덕분일까. 작곡을 시작한 지 몇 해 지나지 않아 자작곡으로 콩쿠르 대상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성실한 그는 대상 소식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부터 했다고 한다.

김씨의 목표는 자신이 만든 곡으로 앨범을 내 많은 관객을 만나는 것이다. 그의 꿈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제 곡으로 투어를 해보고 싶어요. 미국에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영어 공부도 틈틈이 하고 있습니다(웃음).”

■고등부 악기 신동준

초등 1학년 때 색소폰 입문
‘나만의 톤’ 만들 수 있어 매력

신동준군(18·서서울생활과학고 3학년)은 인터뷰 내내 에너지가 넘쳤다. 집으로 향하는 전철 안에서 대상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도 그랬다.

“정말 기분이 좋은데 전철이라 소리도 못 지르고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었어요. 로또 1등에 당첨됐는데 그 기분을 억누르는 사람 같았다고 할까요(웃음).”

초등학교 1학년 때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했다. 교회에서 처음 본 색소폰은 반짝거리는 외관부터 소리까지 너무나 멋졌다. 이전에는 뭘 해도 오래가지 못했지만 색소폰만은 달랐다. 신군은 어느새 색소폰과 친구가 됐다. 색소폰의 매력은 무엇일까. 신군은 이렇게 설명했다. “색소폰의 가장 큰 매력은 자신만의 톤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에요. 개성을 뽐낼 수 있는 악기가 색소폰이죠.”

이번 콩쿠르 본선에서 신군은 미국의 퓨전재즈 뮤지션 폴 잭슨 주니어의 ‘투 포 텐 사우전드(Two for ten thousand)’와 벨기에 출신 재즈 기타리스트 장고 라인하르트·이탈리아의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그라펠리의 ‘애프터 유브 곤(After you’ve gone)’을 연주했다. 쉽지 않은 곡이라 대회 전날까지도 스트레스가 많았다. 경연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후회 없는 무대를 만들자는 마음으로 ‘나만의 솔로’를 선보이는 데 집중했다. “‘좌절은 해도 되지만 포기는 말라’는 말이 있잖아요. 포기하지 않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넘치는 에너지만큼이나 꿈도 많다. 색소포니스트 외에도 애니메이션 영화 음악 작곡가, 편곡가, 프로듀서, 대학교수 등 하고 싶은 일은 일일이 세기도 어렵다. 당장의 목표는 미국 버클리 음대로의 유학이다. “에릭 마리엔탈이라는 미국의 색소포니스트를 좋아해요. 언젠가 그분과 함께 연주하는 게 제 소원이거든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신군은 외쳤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역시 씩씩하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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