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 체니, 하원 경선 참패..여전한 '그'의 공화당

김유진 기자 입력 2022. 8. 17.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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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딕 체니의 지역구서
헤이그만에 큰 표차로 탈락
"싸움은 계속" 대선 출마 시사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16일(현지시간) 치러진 공화당 하원의원 예비후보 경선은 공화당 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공화당의 대표적 반트럼프 정치인인 리즈 체니 하원의원(왼쪽 사진)은 경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체니 의원은 이날 와이오밍의 당내 하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지원하는 변호사 해리엇 헤이그만 후보(오른쪽)에게 패배했다.

AP통신은 이날 93%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체니 의원이 29.5%를 득표했다고 보도했다. 헤이그만 후보가 얻은 표(65.8%)의 절반에 그쳤다.

와이오밍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보다 무려 43%포인트 많은 약 70%를 득표했을 정도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성향이 뚜렷한 지역이다.

하지만 이곳은 체니 의원의 아버지 딕 체니 전 부통령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해온 체니 의원은 이곳에서 내리 3선을 지낸 아버지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았지만 결국 큰 차이로 패하고 말았다. 공화당 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 선거였다.

체니 의원은 경선 결과 승복 연설에서 “이제는 진짜 일을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에이브러햄 링컨은 상원과 하원에서 패배했지만 가장 중요한 선거에서는 이겼다. 그는 결국 승리했고 미국을 구했으며, 역사 속에서 미국인의 의무를 규정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2024년 대선 출마 의사를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앞서 투표를 마친 뒤에도 “결과가 무엇이든 오늘은 계속될 싸움의 시작”이라며 “우리의 민주주의가 공격받고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11월 중간선거에 나설 공화당 후보 지명을 위한 예비경선에서 친트럼프 인사들의 약진이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15일 집계한 예비경선 결과에 따르면 지금까지 41개 주에서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 469명 중 절반이 넘는 약 250명이 ‘대선이 사기였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받아들인 이들이다. 특히 2020년 대선 승패를 좌우한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6개 경합주에서는 87명의 공화당 후보 중 62%인 최소 54명이 이 주장에 찬성해 전국 평균치를 상회했다.

체니 의원만큼이나 관심사로 떠오른 인물은 워싱턴 복귀를 노리고 있는 친트럼프 정치인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이날 치러진 알래스카 하원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그는 돈 영 전 의원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알래스카의 유일한 하원의원 자리를 두고 공화당의 공식 후보 지명을 받은 닉 베기시 후보, 민주당의 매리 페톨라 후보와 경합 중이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유권자들의 2순위 투표까지 합산하는 알래스카 특유의 방식으로 개표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결과 확정까지는 며칠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알래스카는 이날 11월까지 영 전 의원의 남은 임기를 채울 의원을 뽑는 보선과 동시에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2년 임기 하원의원직을 두고 맞붙을 4명의 예비후보를 뽑는 선거도 진행했다.

트럼프 지지 업은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 복귀 ‘관심’

페일린 전 주지사는 2008년 존 매케인 대선후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나선 후 극우 진영의 스타 정치인이 됐다. 대선 패배 후 정치권과 거리를 두던 그는 지난 4월 알래스카 보선 출마를 선언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식 지지도 확보했다.

한편 이날 알래스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리사 머코스키 공화당 상원의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은 다른 후보와 예비경선을 치렀다. 현재 머코스키 의원은 경선 통과가 유력하다.

같은 날 진행된 와이오밍과 알래스카 선거는 시작 전부터 미국 시민들의 큰 관심사였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을 “공화당 양대 축의 정치적 미래가 결정되는 날”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반대 진영의 선두주자 체니 의원과 친트럼프 극우 진영의 대표 주자 페일린 전 주지사에 대한 유권자들의 선택을 볼 수 있는 날이란 것이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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