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안 오고, 진상 취급까지..상처뿐인 코레일 '장애인 승하차 서비스'

이유진 기자 입력 2022. 8. 1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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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도 세세한 지침 없어
이용자들 열차 놓치기도
"장애인이기 전에 소비자"

시각장애인 A씨(25)는 지난 10일 오후 5시40분쯤 서울역 광장 시계탑 앞에서 전화로 ‘승하차 도우미 서비스’를 신청했다. 악기 연주가인 그는 서울에서 공연 연습을 마치고 충남 천안시의 집으로 가기 위해 열차를 타려고 했다. 그런데 서비스를 신청한 지 10여분이 지났지만 코레일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A씨가 서울역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사람이 나갔으니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후 10분을 더 기다린 A씨가 재차 문의하자 황당한 답이 돌아왔다. “앞서 나간 직원이 (고객을) 못 찾아 그냥 퇴근했다”는 것이다. 결국 예정보다 30분 늦은 오후 6시30분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귀가했다. A씨는 “약속 장소인 시계탑 앞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왜 찾을 수 없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A씨는 열차 탑승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로부터 ‘진상 고객’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열차를 기다리며 역무실에서 대기하는 동안 직원들끼리 ‘안 보여서 쌩까고 퇴근했다던데’ ‘내일 또 민원 들어오겠네’ 같은 말을 했다”며 “별일 아니라는 듯 목소리도 낮추지 않고 대화하는 모습에 불쾌감을 느꼈다. 사과 한마디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이 같은 일이 처음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서비스를 신청했는데 ‘점심시간이라 20분만 기다려 달라’는 답을 들은 적이 있었다”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알겠다’고 하고 그로부터 30분이 지났지만 직원이 나오지 않았다. 재차 문의를 하자 그제서야 사람이 나왔다”고 말했다.

승하차 도우미 서비스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교통약자 서비스다. 장애인·노약자 등 교통약자가 코레일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이나 고객센터 등을 통해 서비스를 신청하면 역무원이나 열차승무원이 열차 이용을 돕는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A씨 사례처럼 코레일의 미숙한 응대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2018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코레일을 상대로 서비스 관련 매뉴얼 기반의 의무교육 시행을 요구했으나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한다. 코레일의 매뉴얼에도 서비스 신청 고객 미발견 시 대처방안과 같은 세세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코레일 측은 A씨를 상대로 응대가 미흡했음을 인정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돼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당초 A씨의 승차를 돕기 위해 나갔던 직원은 정직원이 아닌 대학생 국가근로장학생으로 확인됐다”며 “직원 교육에 좀 더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한혜경 디지털시각장애연대 대표는 “주먹구구식 서비스 운영뿐 아니라 착오가 발생했을 때 대처도 문제”라며 “항의를 했다가 진상 고객 취급을 받을까 말도 못하고 열차표를 다시 예매한 사례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장애인이기 전에 소비자라는 점을 코레일이 인식했으면 한다”며 “장애인이니까 배려를 하라는 게 아니라 당연히 소비자로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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