랠리를 못 믿는 월가 전문가들.."지금이 탈출할 기회?"[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2. 8. 1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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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가 있었거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소개합니다.

/사진=pixabay


유럽의 유명한 주식 투자자인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거시 경제와 주식시장의 관계를 주인과 개의 산책에 비유했다.

산책하러 가면 개는 주인의 뒤를 따라가기도 하고 주인보다 앞서 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개와 주인은 일정 거리 이상으로 멀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개가 주인에게 돌아오든, 주인이 개를 따라잡든 둘은 반드시 만나게 된다.

주가 움직임이나 거래량 등 기술적 지표들은 미국 증시가 이미 침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강세장을 시작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펀더멘털 전략가들 가운데 새로운 강세장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거시 경제적 여건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경제를 3~6개월 정도 앞서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증시의 기술적 지표들이 펀더멘털보다 추세 변화를 먼저 보여준다는 뜻이다.

코스톨라니의 비유를 적용하자면 앞서 달려간 개를 주인이 뒤쫓아가 만나는 것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반영한 경제 전망이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주식시장이 경제 현실에 맞춰 가격 조정을 해야 한다. 이는 앞서 가던 개가 기다려도 주인이 오지 않으니 되돌아가 주인 옆으로 오는 것이다.

현재 개인 증시는 경제가 소프트랜딩(연착륙)에 성공하고 긴축 사이클은 올해로 끝나며 내년 중반부터는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기대하며 멀리, 멀리 앞서 나가고 있다.

하지만 많은 펀더멘털 전략가들은 주인인 거시 경제 여건이 앞서간 개를 따라잡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시가 상승분을 되돌려 주인인 거시 경제에 맞춰 조정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렇게 전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 연준(연방준비제도)이 내년에 금리 인하로 돌아설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마켓워치에 따르면 존스트레이딩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마이클 오룰크는 "앞으로 2주일 동안 시장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실질 정책금리를 플러스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할 것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이는 금리가 오랫동안 인상될 것이란 의미"라고 지적했다.

잭슨홀 미팅은 매년 8월말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개최하는 경제포럼으로 올해는 오는 25~27일 대면으로 열린다.

실질 정책금리가 플러스라는 것은 기준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상태를 뜻한다. 오룰크의 말은 파월 의장의 잭슨홀 발언이 매파적으로 시장에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담고 있다.

오룰크는 당장 17일(현지시간) 오후 2시에 공개되는 지난 7월말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도 시장이 기대했던 내용은 아닐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 (매파적) 메시지는 17일 FOMC 의사록에서 의미있는 방식으로 전달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중국과 냉전 상황이 악화되면서 인플레이션은 희망했던 것보다 더 고집스럽게 오래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증시에서 탈출할 기회를 엿보는 투자자들이 있다면 지금이 그 기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5주일 남짓 후인 9월21일 FOMC 후엔 연방기금 금리가 14년만에 최고치로 오르고 이후에도 계속 인상되는 가운데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SGH 매크로 어드바이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팀 듀이도 잭슨홀 미팅의 분위기가 매파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진짜 누가 이런 생각(내년에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파월 의장은 지표 하나(지난 7월 소비자 물가지수)만 가지고 인플레이션에 대해 승리를 선언하지 않을 것"이라며 파월 의장의 잭슨홀 미팅 연설은 완화적 의미를 전혀 도출해낼 수 없는 "부정적이고 지루한 정책 연설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펀더멘털 전략가들이 랠리의 지속성을 의심하는 또 다른 이유는 증시가 기대하는 경기 소프트랜딩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헤지펀드 매니저인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지난 6월 온라인 결제 서비스인 스트라이프의 공동 창업자 존 콜린슨과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5%에 도달하면 기준금리가 소비자 물가상승률보다 올라가거나 "경기 침체 없이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소프트랜딩에 대한 기대는 수십년간의 역사를 거스르는 "진짜 승산 없는 베팅"이라고 일축했다. 인플레이션을 2%대로 떨어뜨리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경제는 반드시 침체에 빠질 것이란 주장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칼럼니스트인 제임스 매킨토시는 16일 게재한 칼럼에서 월가 대부분의 전략가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주식시장이 상당히 불가능한 5가지 상황이 모두 실현될 것으로 믿고 랠리했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믿음이다. 물가상승률이 지난 6월에 정점을 치고 빠르게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다.

둘째,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란 사실을 적기에 알아차리고 올해 말까지 금리를 올린 뒤 내년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셋째, 고용시장이 임금 인상폭을 둔화시킬 만큼 충분히 냉각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현재 임금 인상폭은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 2% 수준을 맞추기엔 너무 높은데 앞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넷째, 고용시장이 냉각돼도 가계 소비가 타격을 입을 만큼 냉각되지는 않을 것이란 믿음이다.

다섯째, 소비자 지출은 물가상승률보다 더 빠르게,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정도로 빠르지는 않게 늘어날 것이라는 믿음이다.

매킨토시는 시장의 이 5가지 믿음이 다 실현돼서 경기가 소프트랜딩하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끌날 수도 있다고 봤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일레로 현재 10년물 국채수익률은 2.8% 수준인데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10년물 국채수익률 전망치의 중간값은 3.4%다.

그는 "주식과 채권시장이 실현되기엔 너무 좁은 길에 베팅을 하고 있다"며 "이 시장엔 안전을 위한 여유분이 없는데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평소보다 더 높은 안전을 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시장의 믿음이 조금만 실현되지 않아도 주식시장도, 채권시장도 급락할 수 있는 취약한 상태라는 의미다.

다만 어떤 강세장도 아무런 걱정 없이 오른 적은 없었다. 시장이 말하는 랠리의 강도를 믿을 것인지, 펀더멘털을 볼 것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그래서 주식은 위험이 따르는 끝없는 선택의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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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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