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엔 "민생 챙기느라.." 지지율엔 "민심 받드는 게 중요"[윤 대통령 100일 회견]
50분 중 성과 보고에만 19분 할애…민감한 질문은 즉답 피해
출근길 문답 지속 여부엔 “비판받는 대통령 문화 만드는 과정”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에게 듣는다’라는 이름으로 약 50분간 진행됐다. 내외신 기자 120여명이 회견에 참여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00일을 돌아보는 모두발언을 먼저 했고,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모두발언은 19분, 질의응답은 29분간 진행됐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질문자를 지명했다. 모두 12개 질문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대체로 막힘 없이 질문에 답변했지만 지지율 하락, 여권 내홍 등 민감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지지율 하락 원인을 세 가지만 꼽아달라’고 구체적 답변을 요구한 SBS 기자의 첫 질문에 윤 대통령은 “세 가지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지율 자체보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여권 내부 갈등에 대해서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대통령 비판을 언급하며 ‘여당 집안싸움이 계속된다면 국정운영에도 부담이 될 텐데 어떻게 보느냐’는 채널A 기자 질문에 윤 대통령은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의 정치적 발언을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다”고 답했다.
회견에서는 노동 관련 질문이 많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이냐’는 머니투데이 기자 질문에 노동법 개정, 노동시장 유연화·양극화 개선 등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 답변에만 2분50초를 할애했다. 답변 중 가장 길었다.
윤 대통령은 다른 노동 관련 질문에도 추가 답변까지 자청했다.
한국경제TV 기자가 ‘노조 대응 관련 법과 원칙 외에 다른 복안이 있느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법과 원칙이라는) 합의된 방식을 지키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 관련 질문도 나왔다. ‘논란도 있는데 계속할 것이냐’는 뉴시스 기자 질문에 윤 대통령은 “허허”하고 웃으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계속하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 중단 건의도 많이 있었다면서도 “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비판받는 새로운 대통령 문화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고 자평했다.
윤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나 ‘내부총질’ 문자메시지 관련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50분의 회견 시간을 감안하면 모두발언이 길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질문시간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키워드 중심의 준비 자료만 가지고 모두발언을 진행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한·미 정상회담, 소득주도성장 폐기 등 100일간의 성과보고 형태의 모두발언이 19분간 지속됐다. 취임사, 광복절 경축사보다 모두발언이 길었다. 외신기자 질문자로 미국 ABC와 CNN, 일본 요미우리신문 3개사가 지목됐다. 지역지 질문은 부산엑스포 유치와 관련한 부산일보 1개사였다.
심진용·유설희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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