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청구조 핑계대는 하이트진로, 책임있게 협상 임해야
하이트진로 자회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기사 100여명이 지난 16일부터 서울 강남 하이트진로 사옥을 점거하고 옥외 광고판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인 이들은 운송료 현실화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벼랑끝 투쟁에 나섰다. 사태가 이처럼 격화한 데는 하청업체를 방패 삼아 문제를 외면해온 원청 하이트진로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파업에 나선 화물기사들은 2008년 이후 최저운임이 사실상 동결됐다며 생활고를 호소한다. 그간의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임금삭감이나 다름없다. 특수고용노동자인 이들은 차량구입비는 물론 최근 폭등한 경유값 부담까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한다.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으로 ‘안전운임제’가 연장됐지만 수출입 컨테이너·시멘트 차량에 한정돼 있어 이들은 적용대상이 아니다. 노동자들은 지난 6월 동종업계 수준에 맞춘 ‘운임 30% 인상’을 요구하며 하이트진로 이천·청주·홍천 공장에서 잇따라 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진지한 교섭 제안 대신 보복성 조치였다. 계열사 수양물류는 집단해고로 대응했고, 하이트진로는 파업 장기화로 소주·맥주 출고량이 줄었다며 조합원 11명에게 총 28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개별 조합원들의 집과 차량에도 가압류를 걸었다고 한다.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손배소·가압류는 쟁의행위를 못하도록 압박하는 전형적 악습이다.
원청인 하이트진로는 이번 사안이 수양물류의 노사문제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수양물류는 하이트진로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데다 하이트진로 임원이 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그럼에도 파업 사태가 발생하자 수습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라 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법과 원칙 속에서 자율적 대화와 협상을 통한 선진적 노사 관계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윤 대통령 말대로, 이번 파업 사태도 대화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중재해야 한다. 하이트진로는 파업 화물기사에 대한 손배소와 가압류를 취하하고 수양물류가 노사상생의 접점을 마련하도록 지원하기 바란다. 더불어, 국회는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신청을 막는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처리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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