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찰·쇄신 보이지 않아 공허했던 윤 대통령 100일 회견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정책 폐기, 한·미 동맹 강화, 한·일관계 개선 등을 성과로 거론했다. 보수언론조차 지적한 인사 실패와 정책 혼선 등에 대해 성찰하거나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한 치도 국민의 뜻에 벗어나지 않도록 뜻을 잘 받들겠다”고 말했다. 국정 난맥상을 개선하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은데 국정기조 전환 의지는커녕 자화자찬과 공허한 다짐으로 일관해 실망스럽다.
윤 대통령의 이날 회견을 보면 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윤 대통령은 국정 지지율 추락과 인사실패 등에 대한 질문에 “지적된 문제들에 대해 세밀하고 꼼꼼하게 따져보겠다”거나 “대통령실부터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짚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결책을 내놓아도 시원치 않을 판에 이제부터 점검한다니 대단히 안이하고 무책임하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인사 쇄신 요구에 대해 “국면 전환이라든가 지지율 반등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직도 인사 실패 지적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뜻인데, 민심과의 괴리가 심각하다. 한편으로는 ‘국민 뜻을 잘 받들겠다’고 하면서 인사 쇄신을 국면 전환용이라고 하다니 이런 모순도 없다.
윤 대통령은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대해 “국민과 국회에 의해 민주적 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경찰제도 개혁의 흐름을 부정하고 비판적 의견에는 여전히 귀를 닫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윤 대통령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의 발언을 들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도 “민생 안정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이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며 비켜갔다. 윤핵관의 대표인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하는 당 대표’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이 전 대표를 배제하라는 신호를 준 당사자가 할 말이 아니다. 실제로는 다 개입해놓고 필요하면 모르쇠로 대응하는 대통령의 궤변에 할 말이 없다. 대통령으로부터 바보 취급 당하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윤 대통령은 회견 말미에 “날 선 비판, 다양한 지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말로는 시민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면서 자기 뜻대로 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윤 대통령에게 엄중히 촉구한다. 인사 실패와 국정 난맥상을 사과하고 쇄신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윤 대통령의 리더십은 근본적인 위기로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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