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우영우'가 남긴 것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18일 16회차로 종영된다. 이 드라마의 인기는 열풍에 가깝다. 첫 화 시청률 0.9%(닐슨코리아 집계)에서 시작해 어느 순간 급상승해 꾸준히 14~15%대를 오르내린다. 인기 없는 대통령의 지지율과 데드크로스가 일어나지 않을까 지켜볼 정도였다.
이 열풍은 드라마 주인공이 가진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관심을 환기했을 뿐만 아니라 드라마가 소재로 다룬 여성, 노동자, 어린이, 성소수자, 영세상공인, 탈북민, 동물권 등 사회적 약자의 문제를 돌아보게 했다. 도시개발과 농촌공동체 보존, 사찰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둘러싼 논쟁도 담아냈다. ‘왜 장애인이라서 배려해줘야 하느냐. 내가 역차별받고 있다’고 말하는 우영우의 동료 남자 변호사를 통해 이른바 ‘공정’을 중시하는 20대 남성들의 심정과 사회경제적 배경도 건드렸다.
무엇보다 드라마는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장애인의 모습을 어떻게 하면 더 드러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장애인 혐오 발언을 되풀이하는 무신경한 나라에서 장애인, 그중에서도 발달장애인(지적장애인과 자폐인을 포괄)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영우 열풍이 부는 바로 이 순간에도 한 자폐인이 해외에서 국내로 출발하는 국내 항공사의 항공기 탑승을 거부당하는가 하면 반지하에 살던 발달장애인 일가족이 폭우로 불어난 물을 피하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슬프게도 많은 자폐인들은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사고든 질병이든 자폐 아동이 비자폐 아동에 비해 사망할 확률이 2배 이상 높다(유승미·김경남 외, 2021)고 한다. 같은 자폐 아동 중에도 여아의 사망 확률은 4배나 높았다.
‘무해하고 사랑스럽고 천재인’ 우영우 같은 자폐인은 현실에 거의 없다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보이지 않던 존재를 드러냈다는 점에 미덕이 있다. 장애인 당사자이면서, 타인의 권익을 옹호하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를 주인공으로 설계한 덕분이다. 이 사회에는 아직도 존재가 더 드러나야 하는 대상들이 너무나 많다. 이 점을 되새기게 한 이 드라마의 선한 영향력에 ‘엄지척’을 보내고 싶다.
손제민 논설위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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