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에 '벤츠 침수차' 샀다"..악취·오물 찾다 당했다 '선무당 구별법' [왜몰랐을카]
역대급 폭우, 1만5000여대 침수
침수차 구별법, 車전문가 참고용
흔적 없앤 악덕딜러, 되레 '악용'
경찰에 적발된 침수차 사기 행각이다. 침수차는 중고차 시장의 고질병이다. '물 먹은 차'이면서 '사면 물먹는 차'로 여겨진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발생한 출고대란에서 알 수 있듯이 자동차는 전자전기 장치와 금속으로 구성됐다. 모두 물과는 상극이다.
물 먹은 차는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경제적 피해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 사람 목숨까지 위협한다. 침수차는 무조건 폐차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매년 장마철이 시작되는 6월부터 집중호우와 태풍이 발생하는 9월까지 침수차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덩달아 중고차 시장에서도 '침수차 주의보'가 발령된다.
올해는 주의보 수준이 아니다. 심각한 '침수차 경보'가 발령됐다. 115년 만에 기록적인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1만대 넘는 차량이 침수됐기 때문이다.
이 중 수입차 피해대수는 3741대, 추정 손해액은 934억원에 달했다. 전체 침수차량 3대 중 1대가 수입차인 셈이다.
'수입차 메카' 서울 강남이 물에 잠기면서 포람페(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벤틀리, 벤츠, BMW, 아우디, 테슬라 등이 판매한 비싼 수입차들이 대거 침수됐기 때문이다.
장마 및 태풍(바비, 마이삭, 하이선)으로 2만1194대가 침수됐다. 손해액은 1157억원으로 추정됐다.
2003년 발생한 태풍 매미는 침수차량 대수에서 역대급 피해를 일으켰다. 당시 4만1042대가 침수됐다. 추정 손해액은 911억원으로 집계됐다.
2011년 6~8월 집중호우로 발생한 침수차량은 1만4602대, 추정 손해액은 993억원이다.
이번 폭우로 발생한 손해액은 17일 기준으로는 역대 최악이다.
실제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침수 피해를 보상해주는 자동차보험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보험사에 피해를 접수하지 않은 차량도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차보험 가입률을 감안하면 침수차 10대 중 3대는 보험사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보험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보험)에 가입해 전손 처리된 침수차는 폐차가 원칙이다.
수리비용이 차 가격을 초과할 경우 동일 모델의 중고차 평균시세로 보상해주는 게 전손 처리다.
자동차관리법 26조에 따르면 침수로 전손 처리된 자동차의 소유자는 전손처리를 인지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폐차 요청을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중고차 시장에는 보험사를 통해 보상받지 못한 차량들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피해를 줄이려는 일부 침수차 소유자, 이들에게 차를 산 악덕 호객꾼들이 침수 사실을 숨긴 채 중고차로 판매할 수 있다.
자차보험에 가입했지만 가입자 과실로 보상 대상에서 제외돼 피해를 접수하지 못한 차량들도 중고차 시장에 흘러들어올 수 있다.
또 물 먹으면 계속 말썽을 일으키는 침수차 특성 상 전손 처리되지 않고 분손(부분 손해) 처리된 차량들도 나올 수 있다.
중고차로 판매하기 어려운 '침수 전과'를 남기지 않기 위해 자차보험 가입자가 '자의든 타의든' 손보사에 접수하는 대신 자비로 수리한 뒤 중고차로 팔 수도 있다.
그러나 자동차 정비 전문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활용하기 어려운 방법들이 많다. 일반 소비자가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안전벨트 점검, 악취 및 오물 확인 정도다.
차량이 내부까지 침수됐다면 안전벨트에 흔적이 남는 경우가 있다. 안전벨트를 끝까지 감아보면 끝부분에 흙이나 오염물질이 묻어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안전벨트만으로는 침수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 침수차를 전문적으로 속여 파는 악덕 딜러나 정비업자 대부분도 이 사실을 알고 세척 작업을 벌이기 때문이다.
안전벨트가 '너무' 깨끗하다면 침수로 새 제품으로 교체했다고 의심한 뒤 제조일자로 침수차 여부를 일부 파악할 수는 있다. 다만, 새 상품이 아닌 것처럼 사용흔적을 만들면 알아채기 어렵다.
또 침수차를 팔면서 실내 악취나 금속 부위 녹 등 눈에 쉽게 보이는 침수 흔적을 놔두는 경우는 드물다. 자동차 전문가가 시간을 들여 점검하지 않는 이상 정확히 판단하기 힘들 정도로 없앤다.
악덕 딜러들은 침수차를 매입한 뒤 바로 팔지 않는다. 흔적이 있다면 두 달 정도 세척과 정비 작업을 거친다.
흔적과 바로 나타나는 침수차 증상을 없앤 뒤에는 "냄새나 오물이 없다" "시트 아래에 곰팡이나 얼룩이 없다" "안전벨트가 말끔하다" 등의 말로 침수차가 아닌 것처럼 소비자들을 속인다.
선무당 지식에 '의존'하다가 눈 뜨고 사기를 당하게 되는 셈이다.
또 침수차는 한번 중고차 시장에 유입되면 계속해서 피해를 일으킨다. 한번 물 먹은 뒤에는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구매자가 다시 중고차로 팔아넘기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 과정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침수 흔적은 사라진다. 1~2년전 유입된 침수차는 전문가들도 흔적을 찾아내기 어렵다.
사고가 났는데 아직 확정되지 않아 카히스토리에 사고 내역이 기재되지 않았을 때는 '미확정'이라고 표시된다. 이럴 때는 차를 팔려는 소유자에게 해당 차의 보험금 지급 내역을 가입 보험사를 통해 알려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났고, 얼마나 지급했는지를 알면 침수 사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차 소유자가 보험금 지급 내역을 알려주지 않는다면 거래를 안 하는 게 상책이다.
한계도 있다. 자차 보험으로 침수 피해를 보상받은 차량만 파악할 수 있다.
단점이 또 있다. 자차 보험에 가입했지만 침수 피해를 자비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전과'를 남기지 않는 차들을 걸러낼 수 없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카히스토리를 보조해 침수차를 좀 더 솎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정비 이력이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자동차 365 홈페이지를 통해 정비 및 검사 이력, 침수 여부, 사고 이력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침수차가 대량으로 발생한 시기에 하체, 시트, 엔진오일 등이 집중적으로 교환됐다면 침수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
번호판이나 소유자를 바꾸는 침수차 세탁도 파악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자동차 민원 대국민 포털' 사이트에서 자동차등록원부를 보면 차량번호와 소유자 변경 내역을 파악할 수 있다.
번호판이 교체되고, 소유자가 짧은 기간에 여러 번 바뀌었다면 침수 여부를 더욱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딜러를 통해 중고차를 구입할 때는 계약서 특약사항에 "판매업체가 알려주지 않은 사고(침수 포함) 사실이 나중에라도 밝혀지면 배상한다"는 내용을 넣어둬야 한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딜러도 있지만 특약사항이 없을 때보다 문제를 조금이나마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진단 및 보상 체계를 갖췄거나 직접 매입한 차량만 판매하는 중고차 기업, 수입차 브랜드가 운영하는 인증 중고차, 중고차 전문가 동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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