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자마자 1분 완판"..2030세대도 주식 팔고 채권 산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한 현대자동차 및 기아의 회사채는 각각 200억원, 250억원 물량이 매각 개시 1분 만에 완판 됐습니다.
또 삼성증권이 연 4%대로 선보인 은행·금융지주 채권도 판매 개시 27분 만에 모두 팔리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삼성증권에서는 올 들어 지난달 15일까지 채권 3조1000억원 어치가 팔렸습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82% 늘어난 것입니다. 사재훈 삼성증권 부사장은 "금리 인상기의 투자 '치트키'로 떠오른 채권 투자 열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5일부터 이달 5일까지 한 달간 개인투자자는 장외 채권시장에서 3조5851억원 어치의 채권을 사들였습니다. 특히,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의 채권 순매수 금액은 8조8024억원으로 전년동기(3조1986억 원)의 2.8배나 됐습니다.
월별로도 올 1월 3283억원에서 4월 1조680억원, 7월 2조9977억원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같이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금리는 2%대에 육박했습니다.
이에 반해 주식 같은 위험 자산에서는 개미들이 발을 빼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1조8512억원 어치를 팔아 치웠습니다. 개인은 올 4월만 해도 7조원 이상을 순매수 했으나 5월 들어 순매도로 돌아서더니, 7월엔 1조원에 가까운 주식(9850억 원)을 매도했습니다.
통상 채권은 발행주체에 따라 국공채와 금융채, 회사채 등으로 구분합니다. 국공채는 다시 국채(국고채·외평채·재정증권 등), 지방채, 특수채(한국전력 등 특별 법인이 발행한 채권)로 나뉩니다.
만기가 되지 않은 저금리 시절 발행된 채권은 요즘과 같은 금리 상승기에 비해 이자가 낮아, 유통시장에서는 저렴하게 거래됩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자 기존 채권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좀 헷갈리시나요?
금리와 채권의 상관관계를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채권의 구성요소인 '액면가'와 '만기', '표면금리(coupon rate, 쿠폰이자라고도 합니다)'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액면가는 말 그대로 채권의 정해진 가격 입니다. 만기는 그 액면가를 돌려받을 수 있는 시점(6개월·1년·5년·30년 등)을 뜻합니다. 그리고 표면금리는 만기 때 받을 수 있는 이자입니다. 채권 투자자는 채권 발행자인 정부, 공공기관, 기업 등에 돈을 빌려주고 만기 때 원금과 약속한 이자를 받게 되는 셈이죠.
그런데 채권은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사고 팔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액면가와 만기, 표면금리는 똑같지만 시장에서의 '채권 가격'이 달라집니다. 채권 발행자(해당 국가, 공공기관, 기업의 신용등급)의 안전성, 금리 수준 등에 따라 채권 가격이 형성됩니다. 여기서 표면금리 이 외의 '자본 수익'이 발생할 수도, 혹은 채권 가격이 떨어져서 '자본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액면가 100만원·표면금리 5%의 3년 만기 채권이 있다고 가정하면, 이 채권을 사서 3년 만기까지 기다리면 5%의 이자(연 5%니까 3년 동안 총 15만원)까지 약속된 115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채권 발행자의 신용등급이 더 오르거나 내릴 수도, 금리 수준이 바뀔 수도 있어서 채권 가격은 수시로 바뀝니다. 이 같은 가격 변동을 노리고, 채권 거래가 진행됩니다.
요즘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기존 발행된 채권들(=더 낮은 금리를 주는 채권)이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지게 되죠. 최근 4% 발행 채권들이 나오고 있는데 과거 3%짜리 채권을 사고 싶진 않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채권 투자자들은 액면가보다 더 비싼 돈을 주고라도 4%짜리 채권을 매수하려고 할 테고, 이에 따라 채권 값이 액면가 보다 높아지게 됩니다. 채권시장에서 많이 듣던 그 '프리미엄'이 바로 이것을 의미합니다.
채권도 주식처럼 온라인 투자가 가능합니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직접 매매할 수 있는데, 다만 모든 채권이 매매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증권사 마다 매출·영업에 따라 온라인에서 거래 가능한 채권이 다릅니다.
여기서 잠깐. 해외 회사채는 NH투자증권 MTS에서만 매수할 수 있습니다. 지난 6월부터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해외 회사채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MTS나 HTS에 원하는 채권이 없다면 다른 증권사 MTS를 확인하거나 직접 영업지점을 방문해야 합니다.
증권사 관계자는 "HTS, MTS 창에 다양하고 많은 채권을 인수해 올려놓는 것이 각 증권사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이왕이면 다양한 채권이 올라오는 증권사의 온라인 매매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고 귀띔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채권은 주식과 달리 최소 거래금액이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국고채의 경우 최소 거래 금액이 1000원입니다. 해외 채권은 종목마다 다릅니다.
채권 개인영업으로 잘 알려져 있는 KB증권 기준 전단채는 1억원, 미국 국채는 액면 100달러, 브라질 국채는 1주를 최소 거래 금액으로 삼고 있습니다.
채권 투자는 기본적으로 이자소득과 매매차익 두 가지를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중 이자소득은 15.4%의 이자·배당소득세율이 적용,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입니다. 반면 매매차익은 비과세 적용을 받습니다.
보통 은행 예·적금은 금액에 제한이 있고 우대금리를 받으려면 대개 추가적인 조건들을 충족해야 하지만, 채권은 별다른 제약 조건이 없는 게 장점입니다.
초보 투자자라면 부도 우려가 있는 채권보다는 국고채나 우량 회사채와 같이 금리 변동성에도, 안정적인 쿠폰이자를 거둘 수 있는 채권부터 사보는 것이 좋습니다. 부도날 위험이 적고, 매매가 활발하기 때문입니다.
비드(bid)·오퍼(offer) 스프레드(매수·매도 호가)가 다른 채권보다 촘촘하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도 중도 매각이 쉽습니다. 국고채를 대규모로 투자한 경우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 자본소득(캐피털게인·capital gain)을 원하면 장기채를, 유동성 관리나 기간 수익률을 원한다면 단기물(1년·2년물)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올 3~4분기 긴축속도가 절정에 이르고, 이후 경기침체가 징후가 뚜렷해지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지금은 채권만 잘 사도 연 4~5%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며 "채권에 발품을 팔아야 할 시기다. 금리가 오를 때마다 장기물의 분할매수를 추천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히, 1년 전 발행한 채권은 이자가 낮기 때문에 세금도 더 적고, 액면가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다"며 "다만 투자대상이 무엇인지, 장·단기물에 따라, 중도 매각 여부 등 본인에게 무엇이 더 유리한지 꼼꼼히 따져 봐야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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