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금동관음보살좌상' 소유권 공방.."일본 점유 취득 성립 안돼"vs"일본 민법 따라 반환해야"

강정의 기자 2022. 8. 1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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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법원 전경. | 대전지법 제공

충남 서산 부석사와 일본 사찰 측이 고려 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의 소유권을 놓고 법적 공방을 이어갔다. 공방의 대상은 2012년 한국인 절도범에 의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반입한 금동관음보살좌상이다.

대전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박선준)는 17일 충남 서산의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금동관음보살좌상 소유권 항소심 재판을 열었다.

피고 측 보조참가인인 나가사키(長崎)현 쓰시마(대마도)시 소재 사찰인 간논지(観音寺) 측은 이날 서면을 통해 “일본 민법에 따라 소유권을 따져야 한다”며 “일본법에 따라 불상에 대한 권리가 우리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1527년 간논지를 세운 종관이라는 사람이 한국에서 적법하게 불상을 들여온 이후 불상을 500년 가까이 점유해 소유권을 ‘점유 취득’했다는 것이다.

앞서 이전 재판에서 간논지의 다나카 세쓰료(田中節竜) 주지승은 보조참가인으로 재판장에 출석했다. 수년째 이어진 소송에서 일본 측 관계자가 재판에 참석한 건 처음이었다.

당시 다나카 세쓰료 주지승은 “원고(부석사)가 주장하는 법적 의미에서의 소유권 성립 입증 근거가 부족하다”며 “불상은 간논지가 설립된 이후에 명확하게 소유 의사를 가지고, 공공연하게 소유해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간논지 측은 “종관이 1525년 조선에 가서 1527년 일본으로 돌아올 때, 이 불상을 정식으로 양도받아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오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증거에 대해서는 일본으로 돌아가 관련 자료가 있는지 확인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석사 측은 “한국 민법에 따라 소유주를 가려야 한다”며 “특히 약탈당한 문화재에 대해서는 점유 취득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부석사 측 김병구 변호사는 “불상은 14세기 왜구가 약탈해 가져간 것이 분명하다”면서 “자신들의 소유가 아닌 걸 알면서도 점유하는 ‘악의의 무단점유’를 한 경우 대법원 판례에 따라 점유 취득 시효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재보호법은 특별법으로 다른 법보다 우선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부석사 측은 일본 측의 불상 소유권 주장에 대해 “‘종관’이라는 사람이 조선에서 불상을 적법하게 취득해 관음사에 안치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간논지 측이 적법하게 들여왔다는 것을 입증하는 어떠한 증거 자료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간논지 측은 종관이라는 사람이 불상을 조선으로부터 적법하게 취득했다는 증거부터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한 바 있다.

재판부는 오는 10월26일 재판을 이어간다.

일본 소재 사찰인 간논지의 다나카 세쓰료 주지승이 지난 6월15일 대전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 강정의 기자

일본 측이 한국에 반환을 요청하는 불상은 높이 50.5㎝, 무게 38.6㎏의 금동관음보살좌상이다. 한국인 절도범들은 2012년 일본 대마도 사찰인 관음사에서 불상을 훔쳐 국내에 반입했다가 적발됐다. 현재 불상은 대전 유성구 국립문화재연구원 보존과학센터에서 보관돼 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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