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심 경고 외면한 윤 대통령의 '불통' 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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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분골쇄신'이란 표현을 쓰며 '국민의 뜻'을 중심에 둔 국정운영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100일에 대한 '자화자찬'과 공허한 답변으로 채워진 기자회견은 국민들이 진짜 궁금해하고 듣고 싶어하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윤 대통령 스스로 진단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국민들이 왜 등을 돌리는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등 구체적 내용은 없고 그저 모호하게 '앞으로 잘하겠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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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분골쇄신’이란 표현을 쓰며 ‘국민의 뜻’을 중심에 둔 국정운영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100일에 대한 ‘자화자찬’과 공허한 답변으로 채워진 기자회견은 국민들이 진짜 궁금해하고 듣고 싶어하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현실에 대한 성찰과 쇄신 의지가 없는 모습은 앞으로도 국정기조가 전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고처럼 보여 매우 우려스럽다.
이날 기자회견은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모두 낙제점에 가까웠다. 54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지난 100일의 ‘성과’를 소개하는 데 20분을 할애한 것은 ‘자신이 하고픈 말’만 하겠다는 것처럼 보였다. 소득주도성장·탈원전 폐기를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를 간접 비판한 데 이어 규제개혁과 반도체산업 육성, 한미동맹 강화 및 한일관계 개선 노력 등 현안과 소회를 장황히 늘어놓은 것도 대통령의 회견이라 보기엔 내용이 너무 잘았다. 김건희 여사 관련 질문이 나오지 않은 이날 회견에서 강인선 대변인의 질문 기자 지명 방식도 뒷말을 낳았다.
그나마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해 좀더 유연한 접근과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유지 등을 공언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그 정도를 제외하면 그동안 제기된 인사 논란과 정책 혼선, 여당 내홍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뭉개거나 회피하는 답변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지지율 폭락 원인, 인사 논란 등에 대해 “여러 지적사항에 대해 국민 관점에서 세밀하게 꼼꼼하게 따져보겠다” “되돌아보면서 철저하게 챙기고 검증하겠다”고만 했다. 윤 대통령 스스로 진단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국민들이 왜 등을 돌리는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등 구체적 내용은 없고 그저 모호하게 ‘앞으로 잘하겠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치적인 국면 전환이나 지지율 반등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해서는 안 된다”며 인적 쇄신 요구에 선을 그었다. 국정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을 재정비하라는 요구를 ‘정치적 목적’으로 폄하한 것이다. ‘이러려면 도대체 회견을 왜 했나’라고 느낀 국민이 적잖았을 것이다.
특히 최근 국민의힘 내홍의 불씨가 됐던 ‘내부총질’ 문자메시지를 보냈던 윤 대통령이 이준석 전 대표와 관련한 질문에 “민생 안전과 국민의 안전에 매진하다보니 다른 정치인들께서 어떤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도 없었다”고 한 것은 어이가 없다. 책임있는 정치지도자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국민 여러분의 응원도 있고, 따끔한 질책도 있었다”며 국민을 19번 언급했다. 하지만 전면적인 국정기조 전환과 변화 없이 ‘국민의 뜻’만 반복하는 것은 공허하다. 유례없이 낮은 집권 초 지지율이 대통령의 각성을 촉구하는 민심의 경고인데도 이를 모르쇠하는 윤 대통령의 안일한 상황인식이 위태롭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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