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기습 폭우에 마을 쑥대밭..20년 전 악몽 떠올라
[앵커]
강원도 강릉 주문진의 한 마을이 한밤중 쏟아진 게릴라성 폭우에 쑥대밭이 됐습니다.
주택 10채가 물에 잠겼고 전기와 도로 시설물 등의 피해가 잇따랐는데요.
주민들은 20년 전 태풍 루사의 악몽을 떠올렸습니다.
이상현 기자입니다.
[기자]
폭우가 쏟아지는 어두운 밤, 구조대원들이 집 안에 고립된 주민을 의자에 싣고 나옵니다.
잔뜩 겁을 먹은 백구도 구조대원에게 업혀 가까스로 물에서 빠져나옵니다.
지난 16일 밤 강릉시 주문진읍 장덕리에 폭우가 내리면서 마을이 쑥대밭이 됐습니다.
당시 주문진 일대에는 20mm밖에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장덕리에만 집중적으로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관측 장비가 없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밤사이 시간당 최대 70mm의 비가 내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주택 10채와 창고 1동이 물에 잠겼고 농경지 1ha가 침수됐습니다.
주민 9명이 소방당국의 도움을 받아 구조됐고 25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를 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김미애 / 피해 주민> "갑자기 막 들어오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는 창틀에서 서가지고 신랑이랑 딸한테 전화해서 119 불러달라 해서 (탈출했죠.)"
하천까지 범람하면서 피해를 더욱 키웠습니다.
이번 폭우로 범람을 했던 하천입니다.
언뜻 봐도 다리의 높이가 제법 있는데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순식간에 물이 불어 넘쳤습니다.
주민들은 산 정상부에 있는 사찰에 쌓아놓은 나무가 밀려내려와 물길을 막아 물이 넘쳤다고 주장합니다.
<김순득 / 장덕리 주민> "다릿발(다리를 받치는 기둥)이 두 개가 있잖아요. 두 개 있는데 저 위에서 나무가 내려오면서 다릿발을 막아버린 거예요. 막으니까 이게 역류해버린 거예요. 물이."
응급복구까지는 시간이 걸려 7가구 10여 명의 주민들은 당분간 마을회관 등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20년 전 태풍 루사가 왔을 당시에도 침수피해를 겪은 주민들은 그때의 악몽을 떠올리며 불안에 떨었습니다.
연합뉴스TV 이상현입니다. (idealtyp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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