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제보 화면 중계에 치중..'재난방송' 제역할 했나

한겨레 2022. 8. 1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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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밤 수도권에 물 폭탄이 터지자 지상파 3사가 '재난방송'으로 전환했다.

시청자들의 피해영상 제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원들이 재난 주관방송사답게 '재난방송 통신원'이 되어 홍수, 폭설, 가뭄 등 각종 재난 때 탐사 취재와 영상 제공에 참여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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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중부 폭우]

인천 내륙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지난 8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한 시내 도로가 빗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노청한 |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지난 8일 밤 수도권에 물 폭탄이 터지자 지상파 3사가 ‘재난방송’으로 전환했다. <티비에스>(TBS) 등 라디오들도 재난방송을 편성해 내보냈다. 그런데 이번 폭우피해 보도가 재난방송에 걸맞았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은 지상파는 물론 유선방송, 위성방송, 종편·보도채널 등도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그 발생을 예방하거나 대피·구조·복구 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여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재난방송을 하여야 한다”(40조)고 규정하고 있다. 또 <한국방송>(KBS)을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 지정하고 노약자, 심신장애인 및 외국인 등 재난 취약계층을 고려한 재난 정보전달시스템을 구축하고, 재난방송 모의훈련도 하도록 하고 있다.(40조의2)

그런데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한국방송> 보도를 두고 “위험지역, 대피요령, 대피소 안내 등 재난정보를 알려주는 것보다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제보된 현장 영상을 보여주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에스엔에스에는 8일 밤부터 “뉴스특보가 제보받은 각종 침수 영상만 보여주는 게 맞는 건가. 침수지역 표시와 대피요령을 반복해서 알려줘야지 오히려 시청자들의 영상제보 독려를 부추기고 있다”는 글이 7천건 넘게 공유되며 공감을 얻기도 했다. 시청자들의 피해영상 제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원들이 재난 주관방송사답게 ‘재난방송 통신원’이 되어 홍수, 폭설, 가뭄 등 각종 재난 때 탐사 취재와 영상 제공에 참여하면 어떨까.

재난방송전문위원이 제몫을 다하는지도 의문이다. 앵커는 시청자가 궁금해하는 내용을 골라 나름 날카롭게 질문하는데, 전문위원의 답변과 해설은 두루뭉술해 답답했다. 차라리 위험지역, 대피요령, 필수 휴대품 등 재난정보를 매뉴얼에 맞춰 반복해서 찰지게 알려주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그나마 레이더 영상 위에 정체전선(장마전선) 흐름 등을 매직펜으로 표시하면서 쉽고 명료하게 관련 정보를 전달해준 기상청 예보관의 설명이 신선하고 유익했다.

배종찬(인사이트케이 소장)의 빅데이터 칼럼은 폭우 등 이상기후 재난 대응과 재난방송을 반추하는 글이었다. “재난 대응과 관련된 연관어로는 ‘똥고집’이 가장 큰 비중으로 등장했고 ‘무책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불안하다’ ‘고통’ ‘참사’ ‘비명 지르다’ ‘심각하다’ 등 무능력한 재난대응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숨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재난 대응에 대한 긍정·부정 감성 추이를 분석했더니 긍정 감성 비율은 16%, 부정 감성 비율은 무려 84%로 나타났다. 국가 재난대응시스템을 믿지 못하겠다는 얘기다. 실제 정부는 폭우 대응에 오락가락하며 재난 대응은커녕 국민의 마음조차 할퀴었고, 국회도 재난 대응을 두고 서로 내로남불에 바빴다. 재난방송 역시 이런 질타를 피할 수 없다.

재난방송은 요즘 인기라는 각종 예능이나 먹방, 스포츠, 드라마 등과 달리 건조한 내용을 다룰 수밖에 없다. 재미없지만 그럴수록 제작에 공을 들여 재난 대응과 이재민 위로에 앞장서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기상이변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과 직결된 재난방송도 그만큼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역량을 갖춘 재난방송은 각종 재난 때 컨트롤타워 역할을 거뜬히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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