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취임 100일' 맞춰 미사일 쏜 北.. 추가도발 가능성 촉각
한미훈련에 대한 '반발' 평가도.. "철저한 대비태세 유지"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이 2개월여 만에 미사일 도발을 재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은 17일 순항미사일 2발을 서해상을 향해 발사한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 6월5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8발 연쇄 발사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북한은 재래식 방사포(다연장로켓포)를 이용한 저강도 무력시위만 벌여왔던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 안팎으로부턴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예고돼 있었던 데다 전날부터 올 후반기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의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연습이 진행되고 있단 점 등을 이유로 "우리 정부와 군을 겨냥한 북한의 '물리적 공세'가 앞으로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순항미사일을 쏜 지역은 평안남도 온천비행장 일대다. 발사 시각은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전인 오전 이른 시간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전 9시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열어 합동참모본부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점검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오전 10시부터 약 53분 간 진행됐고, 군 관계자는 이후 "북한이 오늘 새벽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론에 알렸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이 아니다. 탄도미사일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위력이 약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현재 북한이 개발 중인 장거리순항미사일의 경우 저고도 정밀 타격능력을 갖춘 데다 핵탄두 탑재도 가능한 것으로 추정돼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는 평가가 많다.
북한은 2020년 무렵부터 현재까지 10여차례에 걸쳐 연구·개발 목적으로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들 사이에선 북한의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가 UFS 훈련을 겨냥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작년에도 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CCPT·8월16~26일) 뒤인 9월11~12일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군 당국은 연례 한미훈련이 '방어적 성격'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북침연습'이라고 주장하며 매 훈련 전후로 대남 비난 담화를 내거나 무력시위를 벌여왔다. 이에 군 당국은 이번 UFS 전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이날 순항미사일 발사는 한미연합자산을 이용해 탐지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아울러 일각에선 북한의 이날 순항미사일 발사가 우리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대한 거부 의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단계적으로 경제협력에 나서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공개 제안했고, 이날 취임 100일 회견에서도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 △재래식 무기체계 군축 논의 등 정치·군사 분야 조치도 일부 소개하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북한은 아직 이 '담대한 구상'에 대한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수용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지난달 27일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연설에서 윤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전멸"을 얘기했고, 그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이달 10일 북한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우리 측 단체들이 날려 보낸 대북전단 풍선에서 비롯됐단 주장을 이어가며 "강력하게 보복성 대응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올 초부터 시험발사를 시도해온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재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또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선 제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치고 김 총비서의 결단만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앞으로 UFS 동향 등 한반도 정세를 살피며 무력도발의 강도를 점차 높일 가능성 또한 제기되고 있다.
군 소식통 또한 "연구·개발이든 정치적 목적이든 북한이 언제 다시 도발해도 이상하지 않다"며 "우리 군은 감시·경계를 강화하고, 한미 간 긴밀히 공조하면서 철저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 국방부는 16~17일 이틀 간 서울에서 열린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란 공동 목표를 재확인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 땐 미국 측 전략자산 전개를 포함해 강력히 공동 대응할 것"이라며 "그 수준은 과거와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날 순항미사일 발사까지 올 들어 각종 미사일 발사와 방사포(다연장로켓포) 사격 등 총 22차례의 무력시위를 벌였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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