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골쇄신" 외쳤지만.. 쇄신책은 없었다 [尹대통령 취임 100일 회견]

尹대통령 취임 100일 회견
"시작·방향·목표는 국민" 강조
최근 지지율 하락 원인 묻자
구체적 진단·대안 설명 없어
인적 쇄신, 유보적 입장 표출
전문가 "국민 요구 공감 못해"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한 치도 국민의 뜻에 벗어나지 않도록 그 뜻을 잘 받들겠다. 저부터 앞으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0일간 국정운영을 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변화를 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최근 지지율 하락 원인과 관련, 구체적인 진단과 인식에 대한 설명 없이 당장의 인적 쇄신에 대해선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 쇄신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쓴소리 듣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의 소회와 향후 국정운영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이재문 기자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 모두발언에서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국민의 뜻이고 둘째도 국민의 뜻”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휴가 기간 정치를 시작한 후 한 1년여의 세월을 돌아봤고, 취임 100일을 맞은 지금도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고 하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민심을 가장 정확하게 읽는 언론 가까이에서 제언도, 쓴소리도 잘 경청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 원인을 묻는 말에는 “조직과 정책 등이 작동되고 구현되는 과정과 소통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면밀하게 짚어나갈 생각”이라고 대답하며 구체적인 쇄신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당초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통해 수시로 소통하는 점에서 100일 기자회견 개최 여부를 유보하다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공지했다. 국정 지지율 급락 위기 속에 대통령의 대국민 호소와 인사 쇄신안 등 반전 카드를 제시하면서 국면전환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들이 부정평가의 가장 큰 이유로 인사 문제를 꼽고 있다’는 지적에 “인사 쇄신은 국민을 위해서, 민생을 꼼꼼하게 받들기 위해서 치밀하게 점검을 해야 하는 것이지, 정치적 국면전환이나 지지율 반등이라고 하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해서는 안 된다.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17일 서울역 대합실 TV에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방송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100일 기자회견을 보면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왜 떨어지고, 국민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공감을 잘 못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치는 타이밍인데 윤 대통령은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타이밍에 대한 감각이 부족한 것 같다”며 “타이밍을 놓치면 (인사 쇄신을) 해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공개한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미·북,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과 재래식무기 체계의 군축 논의, 식량, 농업기술, 의료, 인프라 지원과 금융 및 국제 투자 지원을 포함한 포괄적 구상을 밝힌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체제 안정을 요구한다면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 대한민국 정부가 (보장)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저와 우리 정부는 북한에 무리한, 힘에 의한 현상 변화는 전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현미·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