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막전막후] 한전-가스공사, '닮은 꼴' 엘리트의 '결 다른' 행보

김완진 기자 2022. 8. 1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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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주 산업 막전막후 시간에 다룰 기업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에너지 공기업입니다.

바로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인데요.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고 더 최악의 성적표를 기다리는 한국전력, 이런 와중에 호실적을 낸 가스공사.

하지만, 누구는 울고 누구는 웃기만 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한전의 위기와 가스공사의 호실적을 따로 떼서 볼 수만은 없는데요.

이런 와중에 두 회사 수장의 희비는 기묘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김완진 기자와 알아봅니다.

한전, 최악이라는 표현으로 부족한 느낌마저 들 만큼 상황이 심각해 보이는데 어느 정돕니까?

[기자]

한전, 상반기 14조 원 영업손실을 거뒀습니다.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의 두 배 규모인데요.

발전 자회사한테 전력을 비싸게 사서 소비자에게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 탓입니다.

전기 발전에 사용하는 LNG 가격이 8월에 전달 대비 40% 치솟는 가운데, 전력 구매가격이 더 오르고 하반기 적자가 더 커질 게 뻔한 상황인데 막을 도리가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젭니다.

[성태윤 /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 현재와 같은 한전의 비용구조하에서는 지속적으로 전기료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다만 현재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를 반영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반면, 보시는 대로 가스공사는 날았습니다.

매출과 영업익이 지난해보다 각각 82.9%, 433% 늘었는데요.

호주와 이라크, 미얀마 등 가스공사가 투자한 가스전이 좋은 실적을 낸 덕분입니다.

경기회복 속, 가스공사가 해외에서 들여온 LNG 국내 판매량이 늘어난 영향도 받았습니다.

특히 발전용 가스는, 한전의 연료비 조정단가에 따라 오른 도입가격을 반영했습니다.

한전 주가는 올해 초 2만 원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가까스로 오르긴 했지만, 아직 2만 1천 원대에 머물고 있는데요.

가스공사는 지난달 중순 올해 최저 수준인 3만 3천 원 초반까지 내려갔다가 호실적에 힘입어 4만 1천 원대 초반까지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앵커]

두 회사 실적 희비가 엇갈리는데, 사장들을 놓고 봤을 때도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고요?

[기자]

한전 정승일 사장과 가스공사 채희봉 사장 모두 산업부에서 일 잘하기로 손꼽혔던 인물들이었습니다.

행시는 한 기수 차인데 둘 다 산업통상자원부, 당시 동력자원부 사무관으로 공직생활 시작했고 청와대에서 일했다는 공통점도 있는데요.

얄궂은 운명에 엮이기도 했습니다.

둘 다 1급, 실장 시절인 2016년 10월, 기재부 출신인 주형환 당시 산업부 장관은 무역투자실장 정승일과 에너지자원실장 채희봉 자리를 맞바꿨는데요.

각각 해당 실장을 맡은 지 6개월밖에 안 지났을 때인데다, 국정감사까지 앞둔 상황이어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인사 배경을 두고는 2016년 8월 전기요금 폭탄 논란 속,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는데 당시 채희봉 실장이 전력 수급 관련 브리핑에서 "요금 폭탄은 과장"이라며 "에어컨 적절 사용이 중요하다"고 말해 질타를 받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앵커]

김 기자 설명을 듣고 보니 참 얄궂은 인연인데, 이후 행보도 비슷했습니까?

[기자]

달랐습니다.

에너지자원실장이 된 정승일 실장은 누진 구간을 축소해 전기요금을 실질적으로 인하하는 문제 등 에너지자원 분야 관련해 당신 주형환 장관과 마찰을 빚었다는 얘기가 나온 가운데, 사표를 던졌습니다.

이후 1년여 시간이 흐르는 동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고, 정승일은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됐는데 취임 8개월 만인 2018년 9월 산업부 차관에 임명됐습니다.

이 사이에 채희봉 사장은 청와대로 갔다가 산업부로 돌아와서 통상차관보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2019년 7월 가스공사 사장에 올랐습니다.

채 사장이 가스공사를 이끄는 사이 문재인 정부 막바지인 2021년 5월, 정 사장은 한전 사장이 됐습니다.

[앵커]

두 사장의 남은 임기가 각각 다른데, 공기업 특성상 임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인데요.

문재인 정부 말에 임명된 LH 김현준 사장도 임기가 1년 8개월이나 남았지만 자진해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죠.

임기가 2년 여 남은 정승일 사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공공기관 혁신 움직임 빨라지는 가운데 기민하게 대응했는데요.

지난 5월, 발전자회사 사장들과 함께 한전 자산과 부동산 등 매각 추진하는 6조 원 규모 자구안을 내놨습니다.

발전자회사 유연탄 공동구매 통한 발전원가 절감 노력, 한전 KDN 등 자회사 지분 매각 등 내용도 담겼습니다.

지난 6월,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서는 정 사장이 전 정부에 전기요금 인상을 10번 요청했는데 겨우 1번 승인받았다고 했다는 얘기가 권성동 의원을 통해 전해지면서, 자신을 사장에 임명한 문재인 정권에 화살을 돌리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끝 모를 최악의 실적에도 여당의 별다른 태클이 없는 상황이라 의원총회 발언으로 권성동 원내대표의 눈에 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앵커]

김 기자, 이런 가운데 채 사장은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죠?

[기자]

반면 공식 임기는 끝난 채희봉 사장은, '가스공사가 LNG를 비싼 값에 사들였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가스공사는 비싸게 사와도 제값에 팔아서 돈을 벌지만, 한전은 전기료를 못 올리니 한전 적자가 불어나는 원인을 가스공사가 제공했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롭지 못했죠.

채 사장은 본인이 직접 등판해 반박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이런 와중에 최근에는 LNG 비축량을 두고도 말이 많습니다.

비축량이 총 저장용량의 3분의 1에 (34%)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선데요.

가스공사는 '하철기 비축 의무량의 두 배 수준'이라며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53%)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앵커]

정승일 사장은 남은 임기에 의미가 있는 것 같아 보이는데, 채희봉 사장은 어떻게 될까요?

[기자]

우선 채 사장은 임기가 7월에 끝났습니다.

다만, 가스공사 신임 사장 선임이 난항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물러나지 않고 있는데요.

공기업인 코레일 사장 경험을 했고 국회의원 시절 탈원전 반대를 외쳐온 최연혜 전 의원 등이 꼽혔지만, 에너지 분야 전문성이 낮다는 지적 속 재공모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채 사장이 자리를 지키는 기간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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