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인사이드] '오픈페이 보류' 우리카드..고객 뺏길까 두려웠나

오정인 기자 2022. 8. 1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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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주 금융가 인사이드 시간에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놓고 벌어지는 금융권 내 치열한 헤게모니 싸움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까 합니다.

요즘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하는 분들 많을 텐데요.

빅테크에 대응하기 위해 카드 업계도 공동으로 준비 중인 서비스가 있다고 합니다.

좀 생소하지만 '오픈페이'라는 서비스인데요.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이 현재 선발주자로 나선 상황인데요.

이 중 우리카드가 참여를 보류했다고 합니다.

빅테크에 맞서 구축하려던 공동전선에 마치 균열이 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어떤 사연이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오정인 기자, 카드사들이 각각 간편결제, 페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왜 오픈페이라는 걸 출시하려는 건가요?

[기자]

빅테크의 장악력이 더 커질 것을 대비해 카드사들이 손을 잡은 겁니다.

신한플레이나 KBpay 등 각 카드사의 페이 앱에 다른 카드사의 카드를 등록하는 기능이 새로 추가되는 방식입니다.

삼성페이뿐만 아니라 빅테크,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에선 여러 카드를 등록해 결제할 수 있는데 기존 카드사 앱에선 불가능하거든요.

소비자들이 카드 앱이 아닌 삼성페이나 빅테크 앱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업계가 공동 마련한 방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대형사 중엔 신한과 KB국민카드가 참여하고요.

롯데와 하나, BC, NH농협카드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달 말까지 서비스 구축이 완료되면 10월 이후부턴 각 카드사 앱에서 오픈페이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카드사들이 함께 준비하는 오픈페이에서 우리카드는 현재 한 발 뺀 모습인데, 그룹 차원의 자체 결제 플랫폼 우리페이에 집중하겠다 뭐 이런 뜻입니까?

[기자]

앞서 말씀드린 대로 오픈페이는 하나의 카드사 애플리케이션에 여러 카드를 등록해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우리페이는 꼭 우리카드나 우리은행 고객이 아니어도 이용이 가능합니다.

우리카드가 없고 우리은행 계좌가 없어도, 다른 은행의 계좌를 등록하면 결제가 가능합니다.

다만, 우리페이에서 카드를 등록해 결제하고 싶다면, 이때는 우리카드로만 이용이 가능합니다.

[앵커]

우리카드가 오픈페이 참여를 보류한 이유는 뭡니까?

[기자]

"그룹 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통합 결제플랫폼, 우리페이 활성화가 우선"이라는 게 우리카드 측의 입장입니다.

또 "오픈페이가 중소형사보다 대형사에 유리한 구조"라는 점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신한이나 KB국민카드 앱에서 여러 카드사의 카드를 등록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중소형사 앱을 통한 고객 유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앵커]

업계 안팎에선 방금 말씀하신 대로 전자보다 후자에 무게가 더 실리는 분위기라고요?

[기자]

네, 카드 업계에선 시장 점유율이 10%가 안 되는 우리카드 입장에선 기존 고객이라도 유지하기 위해 오픈페이가 아닌 우리페이를 택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카드 업계 관계자 : 앱 2개 필요 없는데 그럼 '그 앱(중소형 카드사)은 안 쓸래, 신한(앱) 이용할래' 이럴 수 있다는 거죠. (이런 고객이) 많으면 많을수록 앱 (유입) 고객을 잃는 거죠.]

뿐만 아니라 마케팅 차원에서도 중소형사 입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점도 영향을 줬을 거란 의견도 있습니다.

[카드 업계 관계자 : 이 기회에 (고객을) 많이 뺏어오자는 식의 마케팅을 한다면 경쟁적으로 다 똑같이 할 수 있냐는 거죠. 중소형 회사들은 그런 가능성에 염려가 있는 것이고요.]

[앵커]

여기에 CEO 의지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던데, 이건 무슨 얘깁니까?

[기자]

지난해 1월 취임한 김정기 사장은 취임 직후 기존 디지털그룹을 디지털혁신단으로 바꾸고 하위 4개 부서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우리페이를 우리은행 뱅킹앱에 탑재해 국내 최초로 뱅킹과 결제, 통합 결제 플랫폼을 완성했습니다.

빅테크와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금융사를 만들겠다는 건데요.

중소형사로서 오픈페이 참여가 부담되는 면도 분명 있겠지만, 여기에 사업상 전략적인 판단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일단 우리만의 고객 기반을 구축하겠다, 뭐 이렇게 보이는데요.

그래도 당장은 고객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더라도 장기적으로 효과를 내긴 어렵지 않을까요?

[기자]

맞습니다.

대형사 위주로 흘러가는 오픈페이라고 해도 고객을 잡기 위한 우리카드의 방침 자체가 근시안적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현재 우리페이의 경우 앞서 말씀드린 대로 계좌 기반의 결제서비스인데요.

결국, 반드시 우리카드로 간편결제를 하겠다는 고객이라면 우리페이를 쓰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굳이 우리페이를 쓸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서지용 /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 시장 확장성에서 제한이 있을 것 같아요. (우리페이가) 외부 카드사나 금융거래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확보하긴 상당히 어렵겠죠. 계좌 결제라는 게 제한요인이 될 수 있고요.]

우리카드 앱 고객은 어느 정도 유지되겠지만 빅테크 서비스가 더 확대되는 데다 오픈페이까지 출시될 경우 그 효과가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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